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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꾀병과 사춘기

[2013-03-13, 15:36:45] 상하이저널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한참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엄마~ 나, 배가 아파서 양호실에 왔는데 양호선생님이 집에 가래. 집에 가서 쉬래.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파”

며칠 전에도 열이 있어서 오전수업만 하고 집에 데려온 아이가 다시 아프다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학교에서 만난 아이는 열도 없고 아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배가 고프다며 돈가스 하나를 다 먹고 문구점에서 필요한 학용품도 사고 사이좋게 집에 왔다. ‘혹시, 꾀병?’이라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어디가 모르게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더 컸다.

아프다는 얘기에 남편도 급하게 집에 왔는데 아이 상태를 보더니 꾀병 같다는 거다. 열이 나도, 컨디션이 정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귀가시키는 로컬학교규칙을 알고 아이가 꾀병을 부리고 쉬려는 거 아닌가 싶다고.

“아빠가 너 꾀병이라는데 맞니?”

오, 마이 갓! 슬쩍 굳은 표정을 짓더니 오후에 자율학습만 있어서 엄마랑 있는 게 더 좋을 거 같아 아프다고 했다는 얘기를 술술 털어 놓는 게 아닌가. 말을 들은 남편은 이런저런 짜증을 냈다. 딱 열 살이 넘어가면서 ‘내가 알아서 할 게’ 소리를 자주 하더니 땅콩만한 녀석이 자기주장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현실이 당황됐다, 우리 부부는.

‘재크와 콩나무’란 책을 읽어주면서 이런 콩나무가 실제로 있냐는 아이 질문에 이건 동화일 뿐이라고 했는데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쑤욱 커버린 상상 속의 콩나무처럼 ‘남의 일’같던 염려를 내가 하고 있다는 게 불안하기까지 했다. 정확한 선을 긋고 그 위로만 걸으라고 하면 그대로 걷는 아이였기에 조그마한 성장의 변화도 크게 느껴졌다.

요즘 나는 한밤중에 일어나서 아이가 자고 있나 확인도 한다. 꼭 저녁 9시 전에 잠자리에 들게 하는데 초저녁잠이 많은 엄마와 동생을 재우고 요 녀석이 몰래 TV를 보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엔 ‘동물농장’이란 프로에 푹 빠져 전 세계 개 종류는 다 외어 스스로를 ‘개박사’라고 부르더니 요즘은 ‘마스터셰프차이나’에 푹 빠져 매일 중국요리책을 보고 있다.
 
숙제하며 공부 자료를 찾아보겠다는 테블릿 PC로 타오바오 쇼핑목록을 작성해가며 친구들과 나눠 갖고 싶은 학용품 목록을 고르고 사달라는 일이며, 조용~해서 방을 들여다보면 거울 앞에서 다양한 표정을 짓고 팝송을 부르며 예쁜 척을 하고 있다든지. 요즘은 아이의 엉뚱함에 헛웃음도 나오고 긴장도 된다.

아이는 늘 그렇게 큰다고, 그다지 이상한 거 아니라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보니 좀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크는 것이구나 싶다. 나또한 그렇게 컸음에도 말이다. 꼭 안고 있던 두 팔의 힘을 풀고 얼마만큼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건지 생각하게 된다. 이제 좀 키워놔서 몸이 편안하다 했더니 육아선배님들이 말하던 ‘머리 싸움’시대가 온 모양이다. 엄마 머릿속을 뒤죽박죽 만들어놓고는 학교 다녀와서 뭔가를 쑤욱 내민다.

‘美德喜报(바른생활을 격려하는 의미로 주는 상)!’
어쨌든 고맙게도 ‘알아서 하는’ 바른생활 어린이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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