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정오의 성찬

[2013-05-24, 22:11:39] 상하이저널
언젠가부터 시작된 아토피 때문에 나물 종류를 많이 먹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보통아이들이 잘 먹으려 하지 않는 시금치도 우리 아인 즐겨먹는다. 물론, 채소가 듬뿍 들어가는 비빔밥도 즐겨먹게 되었다. 그런데, 이 아이 요즘 들어 자주 찾는 채소가 있다. 시~저 샐러드! 전문식당에서 나오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로메인 상추, 잘게 썰어 볶은 베이컨에 치즈, 또 그 위에 소스를 살짝 뿌려주니 나름 먹는 맛이 일품인양 포크질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다 아이가 물어봤다. 왜 이걸 시~저 샐러드라 하느냐고?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서 설명해주었다. 로마의 그 유명한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에서 유래된 게 아니라고. 1920년대에 캘리포니아에서 Caesar Cardini라는 이탈리아 사람이 Caesar’s restaurant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그 식당에서 만든, 치즈를 곁들인 상추샐러드가 헐리우드 스타들이 즐겨 찾으면서,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Caesar Salad로 유명해지게 되었다고, 내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학교에 도시락을 싸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면서, 은근 슬쩍 엄마의 도시락을 기대했다. 큰 아이가 중학교 다닐 땐 가끔씩 김밥을 싸주던 기억이 나서, 한번도 도시락을 싸준 적이 없는 작은아이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떡할까. 고민하다 다들 가장 간단하다고들 하는 삼각김밥이라도 한번 해줘야겠다 마음 먹었다. 사실, 난 삼각김밥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번도 어떻게 만드는지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물론, 만들어본 적은 더욱이나 없었다. 그래도, 둘째가 원하는 바를 한번 들어주기 위해서, 삼각김밥 틀, 삼각 김밥용 김도 샀다. 저녁 설거지를 다 마치고 새 밥을 지어서 도전에 들어갔다. 처음 보는 삼각 김밥용 김이 신기하기만 했다. 설명서를 읽어도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위에서 접어 내린 김을 밥밑으로 넣어야 하는 건지, 도대체 스티커는 또, 어디쯤에 붙여야 하는 건지, 삼각 김밥 싸는 걸 한번도 직접 눈으로 본적도, 관심을 가져 본적도 없어서인지 맘대로 되질 않았다. 할 수없이 이웃에 사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구체적인 방법을 묻기를 서너 차례, 완성은 했는데 밥과 내용물의 비율이 영~ 안 맞아서 내가 먹어봐도 별로였다. 걱정이었다. 작은 아이에게 삼각김밥 싸주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이제 와서 취소하면 실망이 클 텐데…. 생각 끝에 삼각김밥 수만큼 스팸을 따로 구워 곁들였다. 간이 맞지 않아 싱거우면 같이 먹으라고.

아이는 뿌듯하게 학교에 삼각김밥 도시락을 들고 갔다. 어~ 우리 집에도 이런 도시락통이 있었네. 친구들도 이런데 담아오던데. 신나게 들고 갔다. 한번 소원성취한 둘째 녀석, 더 이상 도시락 얘길 꺼내질 않는다. 기대한 만큼의 감동이 없었던 모양이다. 나도 아무 말 안했다. 며칠 있다 들은 말, 엄만 그냥 볶음밥 도시락이나 베이컨말이가 제일 나을거 같아. 또 다시 아무런 대꾸도 안했다.

아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엄마표 도시락이었을 뿐이라는 걸 안다. 그 속에 들어 있었던 삼각김밥의 맛은 이미 잊혀졌을 것이다. 나도 그다지 삼각김밥이 아직은 그다지 썩 끌리지 않는다. 내가 만든 삼각김밥은 전혀 균형 잡힌 식단이 아니었기에.

일요일 점심, 토마토소스에 볶은 소고기를 듬뿍 넣은 스파게티, 시~저 샐러드! 둘째의 입가에 살포시 웃음이 생긴다. 포크질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꽤 만족스런 모양새다. 나도 나름 셰프(chef)가 된 거 같아 뿌듯해졌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온 말, 이렇게 좋아하는 걸 도시락에 넣어주지 못하다니 좀 아쉽네.

▷아침햇살(sha_bead@naver.com)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감기 이야기 2013.05.16
    3~4월만 해도 조류독감의 공포는 가히 파괴적이었다. 더구나 발원지가 상하이였고, 교민들이 자주 다니는 시장의 이름, 낯익은 지역 이름이 거론되었으니 공포감의 크..
  • [아줌마이야기] ‘남편’이라고 쓰고 “나를 도와줘”.. 2013.05.10
    10년 전 공식적으로 딱 한번 손님을 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처음 만나보는 중국손님이고 남편의 손님이니 잘 해드리고 싶어 한국식 밥상을 차리고, 예의를 갖춰...
  • [아줌마이야기] 인연 2013.05.04
    "노래는 점점 흐르~고 소녀는 울음 참지 못해~" 아침 이른 시간에 남편의 전화벨이 울린다. 잠결임에도 순간 남편의 얼굴엔 뭔지 모를 긴장감이 보인다. 언제부..
  • [아줌마이야기] 전학 2 2013.04.22
    상하이처럼 학교 선택의 폭이 넓은 곳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학부모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든 부모가 학교 선택에서부터 고민하는 곳이 이 곳 상하이인 듯싶다. 어떤 때..
  • [독자투고]즐겁고 행복한 포동조선족노인회 가족 봄.. 2013.04.19
    만물이 소생하는 봄, 지난 4월 13일 조손 3대 60여명으로 모여 진포동조선족노인회 가족 나들이 행사가 숭장(松江)의 한 공원에서 화창한 봄 날씨 속에 펼쳐졌다..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특례입시, 내년부터 자소서 부활한다
  2.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3.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4.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5.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6. 사진찍기 좋은 상하이 이색거리 5곳
  7.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8.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9. 중추절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익 3억..
  10.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경제

  1.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2.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3. 중추절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익 3억..
  4.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5.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6.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7.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8.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9. 中 지준율 0.5%p 인하…금융시장에..
  10. 中 재학생 제외 청년 실업률 18.8..

사회

  1.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2.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3.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4. 상하이, 호우 경보 ‘오렌지색’으로..
  5.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6.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7.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문화

  1. 제35회 상하이여행절, 개막식 퍼레이..
  2.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3.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4. [책읽는 상하이 252] 뭐든 다 배..
  5.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3.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4] 뭐든지..
  4. [교육칼럼] ‘OLD TOEFL’과..
  5.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6.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