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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도어락(Door Lock)의 행복

[2013-06-21, 10:06:29] 상하이저널
최근에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불편한 점 중에 하나가 현관열쇠였다.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한 작은 아이가 열쇠가 없다고 전화가 왔다. 마침 도움이 아줌마가 이웃에 일하고 있던 중이라 급히 연락을 취해서 열쇠를 전달할 수 있었다. ‘아차, 어쩌나?’하는 생각에 서둘러 집주인과 상의해서 도어락을 설치했다. 아이보다 항상 먼저 집에 와 있었기에 그다지 큰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던 도어락이 요즘엔 상당히 고맙다.
 
아침에 각자 나가는 시간이 다른지라 도어락이 없을 때는 한 사람 한 사람 나갈 때마다 따라나가서 문을 걸어 잠궜었다. 이젠 아침에 서로가 준비되는 데로, 나간다는 말만 남기고서 문을 닫고 나간다. 조금은 삭막한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일, 이분을 아껴 써야 하는 바쁜 아침시간엔 현관까지 따라나가서, 엘리베이터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 잠그고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소비하지 않게 해주는 도어락이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귀가시간에도 도어락은 여전히 바쁜 나를 도와 한 몫 한다. 퇴근길에 사온 찬거리를 부엌에서 손질하다가 벨소리에 반사적으로 현관으로 뛰어나가는 것도 조금은 성가시다. 물 묻은 손을 닦고 나가자면 시간도 걸리고, 부엌으로 돌아와선 손을 또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이럴 땐, 굳이 현관문 손잡이를 잡지 않고도 가족들을 맞이할 수 있어서 또 좋다. 무거운 가방을 받아 줄 수 없어 조금은 미안하긴 해도, 그래도 바쁜 하루의 일부분을 이 도어락이 확실히 채워주고 있다.

밖에 나가 있는 아이들과 연락을 취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이유로 휴대폰을 하나씩 하나씩 가족들마다 다 사게 되었고, 이젠 1~2분의 편의성을 위해서 도어락과도 연을 맺게 되었다. 문명의 기기들을 하나씩 둘씩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되돌릴 수도 없는 게 또 문명의 기기들이기도 하고. 왜 이제야 도어락을 설치했지? 진작에 할 걸… 문명의 기기들은 우리들을 이렇게 만드는 것 같다. 불편하긴 해도 없어도 살 수는 있다. 하지만 있고 나면, 알고 나면, 이젠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대학1학년에 전공필수 교육과정에 영문타자가 있었다. 글씨체가 좋지 않던 나로서는 이 타자기를 이용해서 리포트를 제출하는 게 정말 다행이라 여겨졌었다. 한글타자도 같이 배우게 되면서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타자실에서 깨끗하게 정리된 과제물을 들고 나설 때의 그 기분은 글씨체에 대한 나의 콤플렉스를 한방에 날려보내고 있었다. 이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문명의 기기가 나한테 가져다 준 행복이었다.

과제물 체크를 할 때면, 꼭 나 같은 악필을 가진 학생들이 눈에 띈다. 악필을 알아보는데는 나만한 사람이 없을거라 생각하면서 열심히 들여다보긴 하지만 정말 오리무중일 때도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컴퓨터가 다 있는 세상에, A4용지에 깨끗하게 타이핑해서 제출해주면 고마울거 같은 애들, 이 아이들은 아직은 모르고 있는 듯, 때로는 문명의 기기가 상대방을 기쁘게 해줄 수도 있다는 것을….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필요해서 만든 문명의 기기들, 나에게 하나씩 하나씩 다가온 타자기, 휴대폰, 도어락……. 이런 모든 것들이 꼭 우리들을 행복하게만 하는 건 아니다. 이것들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난, 확실히 도어락에서 조그만 행복을 담아내고 있다. 바쁜 나의 일상의 도우미가 돼버렸기에…. 작은아이가 밖에 나가있는 지금, 난 마음 편히 슈퍼에 가려 한다. 도어락이 있기에….
 
▷아침햇살(sha_bea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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