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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사(私)교육 vs 사(死)교육

[2013-07-25, 15:08:42] 상하이저널
직진으로만 걸어 다니던 시절이었다. 길도 몰라, 말도 몰라, 눈치는 더 없던 샤먼 생활 초보시절, 유모차 타는 재미를 알게 된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할 수 있는 건 집에서 직진으로 걸어갔다가 직진으로 되돌아오는 것.

직진코스 중 들러 커피한잔을 마시던 KFC에서 매니저쯤으로 보이는 복무원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딱 알아들은 한마디 “~~한궈런~~”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한국인부인이 큰 아이들 셋을 데리고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 몇 달 만에 한국 사람과 한국말을 하게 된 것이다. 부인은 새댁 혼자 아기도 잘 키운다 칭찬도 해주시고 맛난 한국음식도 나눠주시고, 섬에서 귀하다는 열무를 구해 함께 나눠먹고 다른 한국분도 만나게 다리도 놔주시며 샤먼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조심스레 부탁을 해오셨다.

작은 아이가 미술을 하는데 샤먼에서는 한국인 미술선생님을 구할 수가 없으니 가끔 아이의 그림을 봐달라는 부탁이었다.(필자는 미술전공자이다) 단번에 거절할 수 없었던 것은 그리웠던 한국음식과 다정한 수다를 나눠주시던 정 때문이었다. 아기가 잠들고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면 말이 하고 싶어 요리를 배달시킨 적도 있을 만큼 외로움으로 마음이 무말랭이가 되어갈 때 천사처럼 나타나 김밥이며 불고기며 순두부찌개를 주시며 따뜻이 몇 시간의 수다를 나눠 주시곤 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마음으로 얻어먹은 밥 공양이 적지 않아 난 한동안 미술선생 노릇을 했다. 타국생활을 외로워하던 엄마들이 모여 그림도 그리고, 모이다 보니 아이들도 가르치고, 그림 가르치다 아이들에게 말도 가르치고, 한글도 가르치며 보내던 시절! 우리 아이들은 품앗이 수업이 아니면 한국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10년 전 샤먼의 이야기이다.

상하이생활은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수업이 다 되었다. 다양한 선생님이 집으로 수업을 와 주고, 친절하게 차량도 운행해주고, 한국선생님, 서양인선생님, 중국선생님은 물론 음악, 미술, 태권도, 무용 등 없는 게 없어서 더 놀랐다. 살면서 더 놀라게 되는 건 매년 뛰는 사교육비와 사교육을 대하는 태도이다. 시간당 몇 백 위안의 과외를 하고 있지만 단지, 한국인 선생님이 가르친다는 이유로 비싼 건가 싶은 것도 있었다. 또 소문난 과외는 헉! 소리가 나게 비싸고 자리도 잘 나지 않는다.

교육의 수준은 지갑의 두께와 비례하는 것인가 늘 찝찝하다. 방학 동안 피아노와 수영을 처음 배우고 있는 6살 둘째 아이에게 물었다. 어떤 수업이 가장 재미있느냐고.

“첫 번째는 수영, 두 번째는 엄마랑 놀기, 세 번째는 피아노, 네 번째는 언니랑 놀기…”

두 번째 재밌는 수업이 엄마랑 놀기라니. 나는 사교육(私敎育)이란 것이 부모님과 아이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수준에 맞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첫 번째 중요한 점이라고 글로만 이해하고 있었나 보다.

아이에게 필요한 진정한 사교육(私敎育)은 곧 가정교육이요, 곧 가족의 사랑이 바탕이어야 한다는 기본을 아이에게 배우고 있다. 아이와 대화 없이 되돌이표 같은 지갑 속의 교육은 사교육(死敎育)의 위험이 크다는 기본도 함께 말이다.
수영을 마치고 배고플까 준비하는 핫도그도 같이 만들고, 피아노 치는 아이 곁에서 같이 노래 불러주고, 중국어 일기, 한글 일기도 함께 적고 설거지도 함께 하면서 방학을 보내고 있다. 내 어린 시절과 다른 시절을 아이를 통해 함께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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