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맛과 어머니

[2013-08-09, 12:50:17] 상하이저널
"너희 삼남매 다 출가하고 손주도 보고 네 아버지가 제일 걱정이다."

엄마가 편찮으시면서 늘 하시던 말씀이다. 그러시던 엄마는 꼭 2년을 힘드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엄마 아니면 절대 사실 수 없으실 것 같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독립을 선언하셨는데 그 이유는 아들과 살게 되면 이제 가장인 아들에게 맞추고 살아야지 나에게 맞추라고 할 수 없다시며…. 우린 아버지 의견을 받아드렸고 언제까지가 될지 알 수 없는 아버지의 홀로의 삶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의 걱정은 완전 기우였다. 아버지는 정말이지 완벽하게 잘 하셨다. 어찌나 당신 관리를 철저히 하시는지 올케에게 우리 삼남매 중 아버님 닮은 분은 왜 없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5년은 아직 현직에 계셔서 가끔 가서 와이셔츠 다려드리고 이것저것 도와드렸지만 한번도 우리 누구에게도 속옷빨래 내놓으신 적 없구 언제부터인가는 어떤 것도 혼자서 해결하셨다.

식사문제도 아버지는 문제 없이 해결하셨다. 베란다의 화분에는 돌미나리, 방울토마토, 고추 등 각종 채소들이 잘 자라고 엄마의 선인장도 매년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다. 내가 갈 때면 이것 저것 물으시고 노트에 꼼꼼히 적으시는 모습까지 난 그리도 엄하셨고 조용하셨던 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살짝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지금도 여름이면 오이지를 담으시고 가을이면 무말랭이를 만드시고 가르쳐드린 그대로 아버지는 잘 해나가신다.

매일 시간을 내서 성경을 읽으시고 영어 단어를 찾으시고 독서를 하시고 적은 연금에서 조금씩 모아 도움의 손길을 찾아 당신의 마음을 전하시기도 한다. 한 달이 넘도록 안부전화 못드린 딸의 목소리에 반가워 하시며 감사하다고 나를 부끄럽게 하시는 아버지.

며칠 전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했다. 지난번 한국에 가는 지인 편에 마늘 장아찌와 봄에 만든 딸기잼을 보내드렸는데 아버지께서 맛있게 잘 드시고 있다고 좋아하시며,

"네 솜씨가 아주 좋구나. 네 할머니 솜씨를 닮은 게야"

난 잠시 어떨떨했다. 아니 왜 갑자기 할머니를? 할머니와 사신 세월보다 엄마와 사신 세월이 더 길었고 나또한 할머니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그땐 도우미 언니가 있어 나도 할머니 음식솜씨를 기억할 수 없는데 아버지는 왜 갑자기 엄마가 아닌 할머니를 말씀하시는 거지?

홀로 사신지 16년. 아버지는 초로의 노인에서 벌써 80을 훌쩍 넘기셨다. 그렇지만 아버지께서도 내가 그렇듯 어머니가 그리우셨던 게다. 늘 표현은 서툴러도 할머니를 특별히 좋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계셨던 모습이 떠올려진다. 아버지는 할머니의 음식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사랑을 추억하고 그리워하신 것 같다. 문득 나이가 들어도 부모와 자식은 변할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구나 란 생각이 스친다.

남편도 가끔 엄마가 해주시던 새콤달콤한 쭈꾸미 무침이 먹고 싶다 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내 솜씨가 어머니만 못하다 생각해왔는데 그건 나이 들어가는 아들의 어머니가 그립다는 또 다른 표현이란 걸 이제야 깨닫는다.

어머니!
아버지가 그러시듯 나도 어머니가 그립다. 어머니의 맛은 긴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 입니다. 저도 어머니의 맛이 그립습니다. 제 아이들도 훗날 언젠가는 제 맛을 그리워하겠지요?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중간점검 hot [2] 2013.08.04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생의 속도가 비례하게 느껴진다더니 벌써 올해 반이 훌쩍 지나고 후반기다. 누구나 새해가 시작되면 일년의 계획을 하고 또 그것을 생각하며 희망을..
  • “1회용 컵 줄이기 함께 해요” hot 2013.08.03
    청지봉의 텀블러 프로젝트 2013 청지봉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청지봉’은 청소년 지역 봉사의 줄임말로 매주 일요일, 적게는 대여섯 명, 많게는 20명 가량의 교민..
  • [아줌마이야기] 사(私)교육 vs 사(死)교육 2013.07.25
    직진으로만 걸어 다니던 시절이었다. 길도 몰라, 말도 몰라, 눈치는 더 없던 샤먼 생활 초보시절, 유모차 타는 재미를 알게 된 돌쟁이 아기를 데리고 할 수 있는...
  • [독자투고] 상하이조선족사회의 희망이 되겠다 2013.07.24
    -상해동북경제문화발전촉진회 연변사업부   상하이시민정국 사회단체관리국 공식 인가받은 합법적인 사회단체인 상해동북경제문화발전촉진회 연변사업부(www.shd..
  • [아줌마이야기] 비 2013.07.22
    상하이에 오래 살다 보니 장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비가 많이 온다. 딱히 어느 시기가 건기다 우기다 구분할 수 없는 기후이다. 다행히도 우리 부부는 둘 다 비를 좋..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특례입시, 내년부터 자소서 부활한다
  2.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3.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4.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5.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6.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7.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8.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9.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10. 사진찍기 좋은 상하이 이색거리 5곳

경제

  1.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2.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3.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4.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5. 중추절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익 3억..
  6.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7. 메이퇀 배달기사 월 평균 200만원..
  8.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9.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10. 中 ‘금구은십’은 옛말… 중추절 신규..

사회

  1.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2.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3.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4.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5. 상하이, 호우 경보 ‘오렌지색’으로..
  6.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7.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8.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문화

  1. 제35회 상하이여행절, 개막식 퍼레이..
  2.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3.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4. [책읽는 상하이 252] 뭐든 다 배..
  5.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4] 뭐든지..
  3. [교육칼럼] ‘OLD TOEFL’과..
  4.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5.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6.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