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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이사

[2013-08-13, 17:29:19] 상하이저널
7월과 8월을 끼고 한국을 방문했다. 양가 부모님의 환대와 섬김, 지인들과의 정겨운 만남 가운데 10일 남짓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그 사이에도 남편의 휴대전화는 수없이 울렸고, 그 와중에 우린 중국에서 걸려 온 방동(집주인)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방동이야 우리가 한국에 간 줄 모르고 한 전화였으리라. 이사 가야 한다는 전화였다. 우리 가족은 지금 집에서 정확히 4년 6개월을 살았다. 4년이 끝나가는 6개월 전 집이 노후화되어 물이 스며드는 것, 치솟는 월세에 고민하고 있을 때, 방동은 흔쾌히 수리를 자청했고 3년 재계약을 맺은터라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때는 방동이 그렇게 고맙더니 이러려고 그랬나 싶은 서운함이 밀려 오는 걸 어쩔 수 없다. 거기다 익숙함, 안정됨에서 벗어나 상하이의 이 더위에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햇빛만큼 내 머리를 뜨겁게 했다.

중국 생활 중 총 아홉 번 이사를 했더랬다. 많게는 1년에 세 번 이사를 한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자라가며 되도록이면 한 곳에서 좀 더 오래 거주할 수 있는 곳을 고르게 된 듯 하다. 이 집이 그랬다. 더듬어 보니 지금 방동은 참 우리 가족을 좋아해 줬나 보다. 가장 저렴하게, 제일 오래 거주했으니….

다시 재계약 해 준 방동이 고마워 우리집 올 때마다 예쁘다 칭찬하던 시계를 방동 주려고 사 뒀었다.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처음엔 서운한 맘에 주나 봐라 심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십수년의 이사 과정을 돌이켜 보며 진짜 친구가 된 방동이었다.

한국에서 돌아온 날부터 지인들의 도움과 부동산 소개로 집들을 돌아 보며 4년 반 이 가격에 편하게 살았다는 고마움이 밀려 왔다. 딸의 결혼으로 이 집을 리모델링하게 되었다 한다. 결혼 앞둔 사위까지 데리고 왔다. 시계는 주려고 포장해 뒀더랬다. 결혼 선물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상하이에서 좋은 이웃을 얻게 되었다.

이틀 후에 이사를 한다. 5년 동안 이사를 안 한 짐이니 물건이 얼마나 많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12일 남짓, 40도를 웃도는 상하이 여름만큼이나 뜨겁게 보낸 듯 하다. 새로운 주거지로 이사를 준비하며 남편과 했던 말이 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사자.”

구석구석 안쓰고 방치해 둔 물건이 이리 많을 줄이야! 갑자기 닥쳐 온 한여름의 5년만의 이사가 내게 좋은 중국 이웃을 얻게 해주었고, 묵은 짐을 정리하고 돌아볼 기회를 갖게 했다. 집안의 끝이 없는 물건들을 포장하며 지구가 이렇게 뜨거운 게 내 책임인양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마음이 계속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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