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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2013년 가을을 맞이하며

[2013-09-10, 10:38:57] 상하이저널
정말 끝나지 않을 듯한 맹렬한 더위였다. 어느 지인은 올 여름 상하이 더위에 육수를 원 없이 뽑았다는 표현까지 하셨다. 그러던 여름도 가을 앞에는 맥을 못춘다. 온 대기에 에어컨을 켠 듯한 시원함이 낯설 정도로 2013년 여름의 위상은 정말 대단했다. 여기저기서 오랜 더위에, 에어컨에 지친 몸이 미처 가을의 공기에 적응 못하고 감기를 앓고 있는 이들이 꽤 보인다.

하지만 가을,
창문만 열어 놓아도 시원함이 감사하고, 에어컨을 안 켜도 상쾌해서 감사하다. 반 팔을 입으면 약간은 서늘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이 싫지 않고, 긴 팔을 입어도 적당히 따뜻하며 온화해서 감사하다.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어 감사하다. 덕분에 집 안 가득 신선한 공기를 늘 담아 둘 수 있어서 감사하다.

겨울로 가기 전 너무 갑자기 차가운 세상으로 가서 놀라지 않도록 그랬을까?

여름의 뜨거움을 서서히 식히라 그랬을까? 유난히 높은 가을 하늘에 아이도 놀란다. 뿐이랴 유난히 파란 가을 하늘에 아이까지 상큼해지는 듯 하다. 어김없이 매일 밝아 오는 태양인데도 자신 있게 창문을 열어 젖히길 주저하지 않는 것이 지금, 바로 가을 아침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피부를 스쳐가는 시원 상큼한 가을 공기를 뭐라 표현할까? 우리 집 거실은 며칠 만에 가을이 마술을 부려 놓았다. 대형 공기 청정기를 켜 놓은 듯 공기는 늘 신선하기만 하고, 몸 어디에서도 끈적함, 노곤함이란 찾아 볼 수 없다.

가을 하늘 아래 피어있는 국화는 유난히 노랗다. 가을의 대기 아래 땅에 붙어 있는 채송화의 빨, 주, 노 꽃잎들이 작은 데도 왜 그리 선명한지. 사진을 찍어 보라. 가을 공기가 마술을 부리는지 인물들이 왜 그리 또렷하고 다들 윤곽이 뚜렷하며 진하게 나오는지. 가을의 마술에 사진 속 아이들도 더 잘생겨지고 더 예뻐졌다. 뿐이랴 낮에도, 밤에도 공터에 뛰쳐나가 노는 아이들을 말릴 수 없는 가을 공기의 매력에 날마다 티격태격이다.

이만하면 2013년 가을이 얼마나 반가운지 내 마음이 표현되었을까?
 
이리 2013년 가을을 반기는 데는 2013년 여름 덕이 크다는 걸 가을도 알거다. 에어컨을 계속 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러면 지구온난화는 심해질텐데 라는 걱정도 한 귀퉁이에서 해 보았다. 더불어 내 참을성의 한계가 요거밖에 안되는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이제 가을 입구에서 나는 이미 가을바보가 되었다. 얼마 되지 않아 겨울에 계절의 자리를 겸손히 내어 주겠지만 나의 가을앓이는 유별났던 여름 덕에 올해는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가을이 묻는다.

“나는 너에게 무엇이냐고?”

내가 대답한다.
가을아! 너는 어김 없이 여름을 이기고 내게 찾아 와 준 성실이다.
가을아! 너는 나를 겨울로 이끄는 다리이다.
가을아! 너는 나를 고개 숙이고 성숙케하는 스승이다.
가을아! 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겐 아름다운 세상이다.
2013년 그 뜨겁던 여름을 이기고 찾아와 준 가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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