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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세 아이의 엄마 만학도~ 내 마음의 고향 샤먼

[2013-10-31, 14:47:35] 상하이저널
 
지난 10월14일은 결혼12주년 기념일 이었습니다. 엄마아빠 결혼 12주년이자기 나이랑 같다며 좋아하는 5학년 큰딸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설거지에 온갖 집안일을 하며 한푼 두푼 모은 용돈으로 앙증맞은 토끼모양 축하 케익과 편지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둘째 딸은 몇일 동안 방에서 몰래몰래 뭔 가를 만들더니 작은 상자 두 개를 편지와 종이 접기로 채우고 엄마 아빠께 각각 전달! 애지중지 아끼던 플라스틱 반지들을 ‘엄마 보석 선물’이라고 건내었습니다. 네 살짜리 막내 아들은 박수담당! 남편도 소박한 꽃다발을 준비했더군요.

이런게 사는 맛, 자식 키우는 재미인가...하며 지금 현재에 감사하고 행복해 하며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보았습니다. 내 나이 서른일곱...... 스물다섯 나이에 결혼을 하여 중국현지법인 근무 중인 남편과 함께 중국 복건성 하문에서 5년 여간 체류하였습니다. 체류 기간 중 인생의 큰 자산이라 할 수 있는 값진 경험들을 많이 쌓았습니다.

결혼한 이듬해 첫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서툴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며 아이를 길렀습니다. 돌이켜 보면 서툴고 철없던 엄마 였기도 했지만 황금 같은 활기 넘치는 20대의 나이에 열정을 가지고 육아를 했던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걸음마를 뗀 뒤로는 아가와 둘이서 배낭 하나에 온갖 간식과 여벌옷등 짐을 싸서는 온 하문을 돌아 다녔습니다. 공원 식당 시장 시내 거리 .......
 
당시 한인교포가 많지 않았던 하문은 무궁무진한 모험과 미지의 세계였습니다. 발굴되지 않은 맛집 등 멋진 장소들을 발견하고 지인들에게 알려주는 재미도 솔솔 했던 기억이 납니다. 딸아이와 둘이서 신나게 돌아다닌 그 시간들이 귀여운 아가와 젊은 새댁의 열정이 아련하게 떠오르며 너무나 그립습니다.
아이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엄마와 함께 다니면서 자연스럽
게 중국 문화와 중국어를 접했습니다. 물론 집에 있는 현지인 가정부와의 의사소통 또한 중국어를 구사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만 3세가 되었을 때 아이는 현지 유치원에 입학을 했습니다. 약간의 염려와는 다르게 선생님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큰 문제 없이 유치원 생활을 하였습니다. 저와 남편의 부정확한 성조를 교정해 줄 정도 였으니까요!

큰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둘째가 태어났고 그 무렵 가족모두 갑작스럽게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동생까지 본 터라 큰아이의 정서 상태가 눈에 띄게 불안해졌습니다. 곧바로 유치원에 보내는 것 보다 함께 집에서 보살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섯 살이 될 때까지 교육기관에 다니지 않았습니다.
하문에서 자기만 바라봐주던 에너지 넘치던 엄마가 아기동생을 보살피고 집안일에 허덕이며 늘 파 김치가 되어있는 상황이 아이에겐 너무나 낯설었을 것입니다. 저 역시 적응하느라 너무나 힘든 시기였으니 아이 맘이야 오죽했겠습니까? 급기야 중국으로 어서 돌아가자며 여기 말고 우리집 가자며 엉엉 울기까지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끝이 안보이는 굴을 빠져나가야 하는 느낌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중국어를 잊어 버리는게 아까워 중국 유학생을 주기적으로 집에 오게 해서 아이와 중국어로 놀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는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여긴 한국인데 나 왜 중국어 계속해야되?하며 반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오면 방에 숨어버리기까지 했습니다. 아이의 스트레스 관리가 우선이겠다 싶어 눈물을 머금고 중국어를 잠시 접어 두었습니다.

여섯 살이되어 유치원을 알아보면서 중국어 특별활동이 있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다행히 인근 놀이 학교 중에 주 2회 중국어 수업이 있는 곳을 알게 되었고 기쁜마음으로 등록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이는 그몇달 사이에 중국어를 다 잊었던 것이었습니다!충격!

발음만 좀 좋았지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게 배우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스폰지처럼 빨리 흡수했던 만큼 잊어버리는 속도 또한 그에 버금 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변에서도 학령기 전에 해외에서 살다온 아이들은 외국어를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거의 다 였던것 같습니다. 반면 학령기 이후 말하자면 읽기 쓰기등 문자 해독력이 생긴 후 귀국한 아이는 후곳관리만 어느 정도 되면 언어를 잊어버리지 않는것 같습니다.

좀 커서 예전 중국 생활 비디오를 보고는 “엄마 내가 뭐라고 말하는 거야?”라고 묻기도 하고 자기가 저렇게 중국어를 했는데 다 잊어 버린게 너무 아깝다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잠재 의식속엔 남아있어서 후에 다시 중국어를 접할 기회가 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습득할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지메이대학(集美大學)에서 1년간 중국어를 수학하였고, 이후 하문대학(廈門大學) 철학과 석사과정을 준비하던 중 갑작스런 가정 내 상황 변화로 귀국하게 되어 향학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귀국 후 현지에서 습득한 중국어 능력을 바탕으로 아주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중국어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그 외에도 한자, 역사 등의 다양한 과정도 수료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한편 중국복건성하문한인학교(中國福建省廈門韓人學敎)에서 교사자격으로 2년간 근무하며 재외동포 자녀들에게 국어를 비롯한 제반 과목을 지도하였습니다. 학습적인 면과 더불어 나타나는 다양한 교육문제들을 현장에서 경험하면서 교육 및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상담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혼자 힘으로 다양한 자료와 서적들을 찾아 방법을 모색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여 창의적인 '교육 및 상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교육계에 몸담고 싶다는 목표가 이때 생겼습니다. 구체적으로 귀국한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상담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해외거주 후 귀국한 자국민, 특히 해외에서 성장기를 보낸 경우 성장환경과 다른 국내 교육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을 교육하고 상담하고 싶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국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공부나 학습적인 영역 이외에 정체성 및 진로 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어려움을 겪는 현장을 겪었고 다양한 상황에서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싶다는 바램을 가졌습니다.그들에게도 다양한 경험이 혼란이 아닌 인생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하여 길을 안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싶습니다.

연구계획으로는 해외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국내 정규 교육으로 편입된 학생들의 교육과 적응에 대한 추이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해외 거주 후 귀국 학생들의 문화권 별 학습 적응력 차이>
<해외교포자녀 귀국 연령에 따른 교육의 흡수도 양상>
<이중 언어 습득 아동의 귀국 후 연령별 언어발달 추이>등입니다.

연구와 더불어 기회가 된다면 귀국 학생 및 해외거주학생들에게 시행할 수 있는 각각의 교육연수 및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고 싶습니다.

이미 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하 기관(국제 교육 진흥원등)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교육 개발 인력이 되어 재외동포교육과 상담 분야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고 싶습니다.

대학 졸업 후10년의 세월이 있었기에 진정 제가 가고 싶은 길,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최민정(jdrk-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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