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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소치 동계 올림픽

[2014-02-27, 11:43:26] 상하이저널

아침마다 눈이 빨갛다. 한 집에 살면서도 벌써 방학이 끝난 아이도 있고, 아직 개학을 앞두고 있는 아이도 있어 곤란하지만 매일 대한민국 선수가 활약하는 경기가 있을라치면 어느새 아이들과 함께 텔레비전 앞에 모이게 된다. 평소에 보지 않던 티브이가 반가워서일까 아이들은 졸음을 쫓아가며 선수들 응원에 열심이다. 개학 한 아이도 대만 친구, 중국 친구들과 함께 오늘 너희 나라 경기한다 서로 이야기하며 응원한단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금메달을 따 낸 이상화 선수의 경기를 보며 자부심을 갖는 것을 보았다. 여러 저러 모양으로 넘어져서, 부딪쳐서 경기가 잘 안풀리는 쇼트트랙을 보면서 자기가 직접 하는 양 탄식하며 이입되어 보는 모양새가 역시 대한민국 아이들이다. 사연이 있는 안현수 선수 기사를 찾아 보며 흥분하는 모양새에서 영락 없는 10대의 패기가 보인다. 여러 사연의 감동적인 메달리스트들의 스토리를 찾아 함께 공유하며 좋은 책 한 권을 만나는 기분이다.

처음 보는 컬링이 흥미로운지 요즘 우리 집 거실에선 우리집표 컬링 경기가 한창이다. 그 복잡한 룰을 몇 게임 안 되어 다 터득한 모양인지 경기 때마다 훈수도 둔다. 대한민국 선수의 경기가 아닌 때 중국 선수의 경기가 나올라치면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정이 있어서인지 중국 선수를 응원하는 아이들 모습도 보인다. 심석희 선수의 마지막 역주를 보며 얼마나 기뻐하든지.

요즘 우리집에서 단연 화제는 김연아 선수다. 우리 아이들을 비롯 내 눈이 빨간 것도 김연아 선수의 경기와 무관하지 않다. 초등 막내는 김연아 선수를 응원한다며 졸음을 물리치다가 첫 날 김연아 선수 경기 시작 10분 전에 잠들고야 말았다. 결국 나와 큰 아이만 그 경기를 지켜 보았다.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 연기였는지.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어서가 아닌 그 누가 봐도 훌륭한 연기였다. 더 이상 피겨를 하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할 수도 없는 김연아 선수의 도전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김연아 선수에겐 금메달을 넘어선 또 다른 목표가 있음을 기사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척추가 10도가 휘어 있는데도, 피겨 17년이 고통으로만 기억되는 10대와 20대 전반부를 보냈는데도, 하이힐을 신을 수 없는 상태의 몸 상태인데도 후배들에게 올림픽 기회를 주기 위해, IOC선수 위원의 도전이라는 목적을 내면에 품고 있는 24세 김연아 선수의 몸짓은 큰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러시아의 홈 텃세에 어떻게 저렇게 큰 대회에서 그럴 수 있느냐 아이들의 눈도 울분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기 또래 속에서 있는 불공평을 함께 토해내며 고민해 보는 모습도 보인다.

김연아 선수의 모습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도 목표와 선한 목적을 구분해 고민하고 이야기해 보게 했다. 더불어 어떤 분야에서든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수고하고 훈련하고 일만번의 반복이 필요함을 무언 중에 각인케 되었다. 실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각고의 노력과 재능 속에 이뤄지는지 저절로 배우는 모양새다. 얼마나 갈까 싶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폼새가 엄마로서 뿌듯하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아이들 스스로 하도록 해 준 김연아 선수의 도전이 고맙고 또 고맙다.

어디 나만 그러겠는가? 경기를 다 같이 지켜 보았던 온 국민이 그러했을 것이다. 말도 많고 사연도 많은 동계올림픽을 상해에서 아이들과 지켜 보고 있다. 아이들은 컬링을 배우고 싶은지 아우성이다. 또 계절이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지겠지만 나도 문득 컬링을 하고 싶다. 막상 하면 얼마나 힘든지 또 알게 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2014년 2월의 동계올림픽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감동과 추억을 안겨 주며 지나가고 있다. 4년을 준비했던 선수들의 모습이 이렇게 우리 가족에게 스며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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