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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거스러미 다듬기

[2014-04-10, 15:12:36] 상하이저널
 
확실히 봄이 왔다. 거칠고 메마른 손에 윤기가 돈다. 겨우내 발랐던 악 건성 피부를 위한 다양한 핸드크림과 시어버터를 이젠 정리한다.

초등학교 4, 5학년 땐가. 유난히 손에 땀이 많았던 나는 어느 책에선가 봄 쑥을 빻아 손바닥을 비비면 땀이 준다는 글귀를 보고 실행에 옮겼다. 정말 땀이 준 것인지 그 뒤로 내 손은 땀 한 방울 안 나는 건조한 손이 되었다. 겨울이면 머리카락과 손가락이 정전기를 일으키고 초강력 핸드크림을 듬뿍 바르고도 밖에선 손에 물을 묻히지 않을 정도로 건조한 손이었다. 대학에선 도예를 배우느라 젖은 흙과 물을 안 만질 수 없었는데 도예작업이 끝난 뒤 건조하게 말라있던 손은 트기도 했다.

정말! 심하게 건조하고 마르고 트는 손 때문에 도예작업을 계속 해야 되나 고민할 정도로 심했던 나의 손, 그리고 손톱주변에 하얗게 일어나는 거스러미.

시간이 날 때마다 보습을 해주고 손을 다듬는 게 나의 중요한 일과였고 손을 좀 예쁘게 보이기 위해 매니큐어 바르기도 부지런히 했다. 결혼하고 중국에 오면서 이 번거로움이 해결이 되었는데 중국은 손을 다듬고 마사지하는 기술이 발달한 덕분에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마다 네일 샵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신경을 쓰면 남들 보기에 보통의 손이 되는 것이다.

이런 호강도 육아를 하다 보니 계절에 맞게 매니큐어를 해도 밥하랴, 아이 씻기랴, 부엌일에 집안일을 하다보면 하루가 멀다고 벗겨지고 아이 반찬을 만들다보니(위생장갑은 끼는 체질이 아니라) 매니큐어가 거슬려 바르지 않고 네일 샵을 찾는 날도 드문드문 멀어지면서 그저 핸드크림을 바르고 자면 고마운 것이고 잊고 자면 거친 손으로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엄마가 세수 씻겨 줄 때 아파요~엄마 손 때문에 아파.”
“자기야 여기 등 좀 긁어봐, 어~ 시원하다.”

같은 손인데 반응이 영 다르다. 마른 고목 같은 손끝은 그렇게 우리 집에서 원하든 원치 않든 다양한 용도로 제 몫을 하고 있다.

잠결에, 손이 시원하고 촉촉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고사리 손이 열심히 엄마 손에 로션을 바르고 있다. 목욕 후에 바르는 바디로션을 손과 발에 열심히, 두 딸은 발라주고 있었다. 그 즈음 남편이 사다 준 777 손톱깎이 세트로 다시! 짬만 나면 열심히 손거스러미를 정리하고 정성으로 핸드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거친 손발로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인양 사는 것도 양심에 찔리고 단정한 엄마, 예쁜 엄마이고 싶어서 짬짬이 정리를 한다. 하는 김에 아이들 손도 다듬어 주고 로션도 발라준다.

얼마 전 뉴스에서, 북한의 여성군인들이 트고 갈라진 손에 바를 약품이 없어 자신의 소변에 손을 담가 손 보호제로 쓴다는 기사를 봤다. 제2의 얼굴이라는 손, 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손이기에 여성의 손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적당히 나이가 든 주부의 손은 청결함만으로도 충분히 빛나는 신뢰를 준다. 딱 그만큼을 위해 오늘도 핸드로션도 챙겨 바르고 거스러미도 잘라낸다. 하루를 단정히 다듬는 나를 위한 호사이다.

▷Betty(fish7173.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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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견 수 2

  • 아이콘
    상해맘 2014.04.10, 18:03:30
    수정 삭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은 엄마손 같아요. 다소 거칠한 손. 그손에 모든 위로가 있죠. 나의 아이에게도 그런 손이 되어주고 싶네요. 나이들어 매끄러운 도자기 손을 가진 사람을 보면 정이 가질 않더라구요. ^^

  • 아이콘
    별이맘 2014.04.11, 17:54:32

    님의 딸들은 참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네요. 엄마손도 만져줄 줄 알고.. 참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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