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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여가시간과 북카페

[2014-06-25, 11:37:48] 상하이저널
 
가끔씩 감정의 변화가 나를 힘들게 할 때 집 근처 가까운 카페가 있어 지인을 불러 가볍게 차한잔 하기도 하고 큰 의미 없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무거웠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다시 평정을 찾을 때가 종종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들 대부분은 직장에서 피로를 가정에서 쉼을 갖길 원하고 또 가족들은 그 부분에서 많은 배려를 하는 그런 모습들이 많지만 하루를 티 안나는 집안일로 보내는 주부들은 가정에서의 쉼이 얼마나 가능할까.

불과 5년 전만해도 집밖에서 쉴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날 늦은 오후 (지금은 무엇이 원인인지도 잊은)나는 집을 나왔다. 이사한지도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이웃도 없기도 했지만 정작 갈 곳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만 같아도 한집 걸러 한곳 커피전문점 이 즐비하지만 속상한 맘으로 금방 들어가긴 싫고 갈 곳 없는 아쉬운 마음에 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갖다 온 기억은 지금은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추억이 되었다. 어떤 이는 할일 없이 커피 마시며 시간을 보내냐고도 하지만 그런 잠깐의 시간들이 쉼이 되고 또 그것이 나는 물론 주위사람들과 관계나 생활에 적지 않은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저마다 쉬는 방법들이 다르고 다양하다. 여행이야 시간을 내야 하는 쉼이지만 일상의 소소한일들 중의 휴식을 들자면 난 음악이나 책을 읽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세대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장르를 선택해 듣고 읽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고 실수 있는 세상인가. 10년전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원하는 책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한번씩 한국에 다녀올 때면 한 보따리씩 책을 가져 왔고 혹 집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겐 방문선물로 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많은 책을 소유한 것이 큰 재산을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세대이라 그런가(?) 이곳으로 이주할 때 이사비용의 많은 비용을 책 운송비로 쓰기도 했다.

얼마 전 이사를 하고 나니 조그만 문제가 생겼다. 한 주에 2~3번 한인타운으로 볼일이 있어가는데 중간에 빈 시간이 자주 있다. 가까이 살 때야 문제가 없지만 지금은 거리가 있다 보니 그것도 여의치가 않아 빈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매번 지인들을 불러낼 수도 없고 찾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공원에 앉아 시간을 보내기도 우습고 고민하고 있을 때 한지인의 소개로 북카페를 소개받았다. 워낙 책을 공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있던 터라 큰 기대하지 않고 방문했는데 정말 많은 신간들이 기증자의 이름과 함께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책도 보고 간단하게 차도 마시고 때론 다양한 방문객들과 잠시 이야기도 나누고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나에겐 반가움이었다. 회원가입을 하고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빌릴수 있다니 예전 한국에서 아이들 손잡고 매주 단지로 찾아오는 이동 도서관으로 책 빌리러 가던 때가 생각나기도 하고 아무튼 이제는 빈시간이 기다려질 때도 있다.

집에는 아직도 내가 읽지 않은 좋은 책들이 가득하다. 언젠가 읽을 거라고 생각만 하며 몇년이 흘러도 몇권 읽지 못했다. 지금 이렇게 좋은 쉼터를 다니며 책을 고르는 재미, 마지막 책장을 덮는 재미가 적지 않은 기쁨을 준다. 지금은 주위 환경들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고 혼자서도 지루하지 않고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가장 좋은 공간이고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한다. 쉼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방식은 다르지만 그것을 통해 생활의 기쁨이 더한다면 그것이 진정 쉼이지 않을까?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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