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중국에서 사망한 한국인 수는 118명, 그 중 40%는 돌연사이고 대부분의 원인은 심근경색이라고 합니다. 아마 과도한 음주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된다네요. 저도 10여 년의 중국 생활 중에 가장의 돌연사로 슬픔을 겪는 경우를 가까이에서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남편과 아빠를 하루 아침에 더구나 이국 땅에서 이별의 눈맞춤조차 한번 하지 못한 채 떠나 보내야 하는 충격과 아픔은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남편에 대한 불안감에 젖을 때도 있었지요.
처음 상해에 왔을 때 중국어라고는 “니 하오” 한 마디밖에 못하는데 남편은 정말 과장없이 일년의 반 이상을 출장을 나가더군요. 출장을 가지 않을 때도 남편은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날이 거의 없었어요. 주말엔 또 주로 본사나 관계자들과 만나 골프를 치고 한국 손님인 경우엔 반드시 2차, 3차까지 가야 끝이 나더라구요. 그런 생활을 몇 년 하고 나니 남편의 몸이 망가졌어요. 이삼 년 만에 담석이 급속히 커져 수술을 했고 불과 6개월 후엔 장기유착이 일어나 또 한번의 수술을 해야 했답니다.
처음엔 아이들 크는 재미도 모르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했고, 주말이면 아빠와 함께 야구를 하는 일본 아이들, 반바지 차림으로 학교 행사에 따라 온 아빠들과 함께 하는 외국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슬프기도 했지요. 물론 제 남편의 성향도 작용했겠지만 다시 돌이켜 그 때로 돌아간다 해도 남편이 크게 달라질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지나자 남편 개인이 어떻게 달라지긴 어려운 한국 기업 문화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있다는 것과 남자들이 ‘일에 빠질 때’라는 걸 이해하게 되더군요. 한편으론 가족을 위해 그런 생활을 묵묵히 감내하는 남편에게 고마움과 연민이 차오르기도 했구요.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가뜩이나 비즈니스 때문에 우리 남편들이 좋든 싫든 감당해야 할 음주, 흡연의 부담이 있는데 회사 내에서 자신의 지위를 빌어 음주를 부추기거나 강요하는 행태입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정말 달라졌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한국 기업의 구조와 문화 상 거절할 수 없는 상사의 음주 취향과 요구 때문에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어요. 정말 그런 건 살인행위 아닌가요?
남편들이 전쟁터 같은 현실에서 그렇게 버티고 살아내는 만큼 그들의 가족들이 소중하고, 묵묵히 베이스캠프가 되어주는 가족들에게 남편은 그만큼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리 모두가 다 누군가의 그런 가족이고, 누군가의 그런 남편, 아빠잖아요. 다행히 우리 남편들의 생존 파트너들인 중국 사람들의 음주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꼭 필요하지 않은 2차 3차, 폭탄주 돌리기 이런 무모한 질주는 제발 멈춰 주세요. 힘겨운 현실이 늘 눈 앞에 있다는 걸 알지만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서, 그들과 함께 오래도록 누릴 시간을 위해 미래를 잇는 오늘의 한 점 한 점을 건강하게 지켜내시길 빌어요. 아빠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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