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나의 월드컵

[2014-07-17, 10:03:20] 상하이저널

 

단일 경기로 전 세계를 이렇게 하나로 묶는 스포츠가 어디 있을까? 단일 경기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이 움직이는 스포츠가 어디 있을까? 축구 이야기다. 아파트 광장에서도 사내 아이들은 축구공 하나면 국적 불문, 나이 불문 금새 몇몇이 모여 미니 축구를 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나의 월드컵 시청은 1982년 중2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티브이를 켜면 온통 축구 중계라 여중생인 내겐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축구와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데 딱히 볼 프로그램이 없다 보니 보게 된 것이 하필 월드컵 중계였다. 그 해엔 이탈리아의 파울로 로시가 6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가 세 번째 우승을 했다. 양팔을 벌린 조각 같은 외모의 로시의 세레모니와 결승까지 가는 경기들을 지켜 보며 축구 경기의 규칙을 알아갔던 시절, 그렇게 축구팬의 길을 시작했다. 사실 월드컵 경기를 시작으로 축구 시청을 하게 되었으니 우리나라 국가대표 A팀의 플레이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하지만 둥근 축구공만큼이나 국가대표팀이 하는 축구 경기들은 나뿐 아니라 온 국민을 하나 되어 보게 하고 응원하게 하는 힘이 있는 듯 하다.


4년 후, 고3인데도 월드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는 하프 라인에서부터 혼자 단독 드리볼을 하며 골을 넣는 괴력을 보여 주었다. 대한민국의 경기가 아니어도 월드컵의 매 경기는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 고3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차범근 선수가 분데스리가에 진출해 차붐을 일으키고 있어도 지금처럼 중계 시스템이 발달하지 못해 우리는 차붐이 얼마나 유명한지도 몰랐다.

 

2014년 월드컵에서 우승 한 독일 대표팀 감독인 뢰브 감독이 차붐의 백업 공격수였다는 사실도 이번에서야 알았다. 발롱도르를 4회나 수상한 축구계의 신이라 불리는 메시가 마라도나와 비교되는 걸 보게 된다. 나 또한 메시의 경기를 보며 감탄을 했다. 수많은 축구 선수들에겐 절망을 일으키는 메시의 신기에 가까운 드리볼은 월드컵에서 본 모습이 다인 마라도나와 비교하기엔 문제가 있다. 신들린 듯 폭풍 드리볼을 하며 수비수 여럿을 제치고 지칠 줄 모르던 체력을 자랑하던 작고 단단한 체구의 마라도나가 기억이 난다.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패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3-4명 달고 다니며 특유의 왼발 슛을 날리는 메시를 떠올리며 누가 더 낫다, 누구를 뛰어 넘나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30년 가까이 4년마다 월드컵을 지켜 본 내게 있어선 그러한 선수들을 4년마다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즐겁다.


1998년, 대한민국을 강타 한 IMF 때 나는 중국에 있었다. 나 또한 월드컵을 즐길 여유가 없이 지나갔다. 단연 월드컵 기억의 압권은 2002년 대한민국에서 열렸던 경기들이다. 히딩크 감독을 주축으로 우리 모두의 기억처럼 태극 전사들은 놀라운 축구의 마술을 보여 주었다. 당시 홍췐루는 개발 단계라 16강,8강,4강에 올라가는 놀라운 상황 속에서 여기 교민들은 구베이의 완커 광장에조차도 그 흥분과 기쁨을 표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여러 가정이 모여 함께 축구 경기를 보며 한국팀의 골이 나올 때마다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오는 기쁨의 함성만으로도 너무도 행복했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매 회 우리나라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아시아권 나라들은 항상 월드컵의 변방이라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던 듯 하다. 2002년이 전환점이 되어 아시아권 선수들이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독일, 네델란드 등 유명 프로리그에 진출하며 표면적으로는 실력도 분명 예전보다는 좁혀진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2014년 그 어느 때보다 참혹한 결과를 맛보아야 했다. 어디 우리나라 뿐이겠는가? 요새 아이들 말로 멘탈 붕괴를 일으킨 나라가 여럿 나 온 경기들이 유독 많았기에, 닥치고 공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끈한 공격 축구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월드컵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말도 많고, 흥분되는 월드컵이었음을 보게 된다.


11명이 한 팀처럼 움직였던 독일의 우승은 특별히 대한민국에 시사하는 바가 큰 듯 하다. 정작 원팀이라는 가치를 가지고 출격했던 우리 국가대표팀의 모습은 11명이 유기적으로 하나 되어 보이기엔 여러 이유로 역부족이었음이 나타나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한 감독 체제하에 10년을 준비 한 독일과 정반대로 1년 만에 감독을 계속 바꾸는 우리의 시스템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비단 축구라는 종목만으로 감히 말하긴 그렇지만 우리의 현 축구팀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단면이지 싶다. 세월호의 여파인지, 타국에서 지켜 보는 오랜 세월 알게 모르게 쌓여 변화된 대한민국의 부실함에 대한 회의 때문인지, 시차 탓인지 그 어느 때보다 2014년 월드컵은 한 경기를 제 때 보지 않는 월드컵이 되었다. 나의 월드컵도 이렇게 막이 내렸다.


하지만 안다. 변화한다면 대한민국에도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의 월드컵도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것을...그리고 나부터서 다시 시작해 본다.


▷Renny(rennyhan@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少喝酒,多吃菜! 2014.07.03
    작년 중국에서 사망한 한국인 수는 118명, 그 중 40%는 돌연사이고 대부분의 원인은 심근경색이라고 합니다. 아마 과도한 음주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된다네요. 저..
  • 2014 로민스 챔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개최 2014.06.27
    여름 밤의 선율… 애니메이션 OST 연주로민스챔버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가 지난 20일 오후 5시 가남호텔 4층에서 열렸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 이날 연주회..
  • 전통검무예 해동검도 중국서 입•승단 심사 hot [2] 2014.06.27
    [독자투고] 지난 22일 중국 대륙에 한국의 전통검무예 해동검도가 뿌리내린 지 10년이 지났고 중국 각지에서 열심히 땀 흘린 지도자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중요한..
  • [아줌마이야기] 여가시간과 북카페 2014.06.25
      가끔씩 감정의 변화가 나를 힘들게 할 때 집 근처 가까운 카페가 있어 지인을 불러 가볍게 차한잔 하기도 하고 큰 의미 없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
  • [독자투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에게 hot [2] 2014.06.17
    사랑하는 아들, 우선 너의 대학과 대학원 동시 졸업을 축하한다. 4년 1학기만에 미국 명문대 학사와 석사 학위를 동시에 받고 졸업식을 하게 되는 네가..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특례입시, 내년부터 자소서 부활한다
  2.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3.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4.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5.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6.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7.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8.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9.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10.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경제

  1.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2.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3.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4.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5. 중추절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익 3억..
  6.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7.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8.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사회

  1.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2.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3.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4.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5. 상하이, 호우 경보 ‘오렌지색’으로..
  6.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7.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8.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문화

  1. 제35회 상하이여행절, 개막식 퍼레이..
  2.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3. 中 축구협회 “손준호, 영구제명 징계..
  4.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5. [책읽는 상하이 252] 뭐든 다 배..
  6.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4] 뭐든지..
  3. [교육칼럼] ‘OLD TOEFL’과..
  4.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5.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6.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