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이야기] 지금 나는 누구인가

[2014-09-24, 09:18:19] 상하이저널
 
문명이 발달하면서 모든 것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유행인가 하면 벌써 새로운 것이 나오고 눈만 뜨면 사건 사고들로 정신이 없다. 분명 예전에도 사건들은 있었겠지만 요즘은 지구 반대편 일도 마치 가까운 내 일처럼 바로 바로 전해지니 생각할 여유가 없고 온통 문제투성이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말들 한다. 종교도 교육도 정치도 모두 썩었다고 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가 없다고 무언가 풍요로워 보이지만 방황하고 희망이 없는 시대라고.

얼마전 오래전 읽었던 '괭이부리말 아이들', 6.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모여사는 빈민촌 이야기인데 서로 다른 어려움 속에서 서로 치유하고 희망과 꿈을 꾸며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가 새롭게 감동을 주었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처음엔 목적지가 아닌 정류장으로 생각하지만 결국은 아이들과 함께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 마을 출신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난 아련하게 옛친구를 떠올릴 수 있었다.

내가 자란 강원도 그 친구는 눈에 띄게 예뻤다. 게다가 성적도 항상 상위권이었다. 늘 자유분방하고 거침이 없었던 친구가 교육대학을 간 건 좀 의외였다. 대학을 졸업하구 교사가 되기 전 한동안 난 친구와 가까이 지냈는데 그때도 늘 유행의 첨단을 달리고 화려한 외모로 어디에서나 주목 받았고 또 그걸 즐겼다. 그때 의식있던 친구의 동생은 늘 "누나, 그런 생각으로 선생님이 될 생각은 버려"하며 질책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한참을 지나 친구가 시골 우리가 자란 그 지역에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만나게 되었는데 무엇이 그렇게 하게 했는지 친구는 많이 변해 있었다. 30년전 그때 이미 친구는 아침 일찍 등교해 아이들과 우유팩을 말려 재활용을 해 환경의 소중함을 가르치고 반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와 함께 보잘것없는 도시락을 나누고 도벽이 있는 아이에게 몇 번의 실망도 무릅쓰고 심부름을 시키며 신뢰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그런 스승이 되어 있었다.
 
물론 동료들의 까칠한 눈총도 있지만 친구는 이미 그런 것에는 초연한 사람인걸 아는 나는 그저 이렇게 변한 친구가 대견하기만 했다. 지금도 시골에서 선생님으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친구는 아마 여전히 참 스승으로 살아가리라 믿는다.

성서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는 타락한 도시였다. 신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 도시를 멸망시킨 것은 죄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의인 10명이 없어서란 사실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큰 것이 뭔가를 바꿀 수 있다고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작고 적은 힘없는 것들이 큰 움직임이 있다는 건 살면서 종종 느끼는 일이다. 괭이부리말 마을 선생님이나 내 친구 그리고 내 주위에 늘 난 작다고 겸손하게 삶에서 실천하는 이런 분들이 의인이고 그래서 우린 희망이 있고 꿈꿀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혼자 높아지려고 하지 않겠다'
오늘 난 괭이부리말 선생님의 이 말을 되새겨본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내 몸 사용설명서 hot 2014.09.16
    내 어릴 적 별명은 ‘짱가’였다. ‘짱가’라는 별명을 얻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단순히 내 이름에 ‘장’자가 들어 있기 때문에 얻은 별명이었다. 그래..
  • [아줌마이야기] 나의 마지노선 2014.09.09
    우리는 흔히 한계점, 최대치를 이야기할 때 ‘마지노선’이라는 단어를 쓴다. 마지노선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방어 요새였다. 10년 동안..
  • [아줌마이야기] 꽃보다 아름다운 건 2014.09.04
      “한국 갔다 왔어요”로 인사를 나누게 되는 여름 한 철이 지나갔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 갔다 온 사람들에게선 어딘가 다름이 느껴진다. 헤어 스타..
  • [아줌마이야기] 행복한 노년 hot 2014.08.27
      "당이 떨어졌나봐요" 젊었을 땐 한 두끼 걸러도 문제 없이 생활했는데 요즘은 끼니를 거르면 다리에 힘이 없고 팔이 떨린다는 건 중년의 대부분은 공..
  • 상하이 한인 청소년 오케스트라단 '감동의 무대' hot 2014.08.19
    "꿈을 완성하는 감동의 무대"상하이 한인 청소년 오케스트라단, KYDO 합동연주회에 참가     상하이 한인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지난 1..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특례입시, 내년부터 자소서 부활한다
  2.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3.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4.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5.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6.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7.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8.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9.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10.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경제

  1.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2.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3.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4.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5. 중추절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익 3억..
  6.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7. 벤츠, 비야디와의 합자한 전기차 ‘텅..
  8. 샤오미도 3단 폴더블폰 출시하나… 특..

사회

  1.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2.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3.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4.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5. 상하이, 호우 경보 ‘오렌지색’으로..
  6. ‘등산’에 목마른 상하이 시민들, ‘..
  7. 레바논 ‘삐삐’ 폭발에 외국인들 ‘중..
  8. 상하이 지하철 9개 역이름 바꾼다

문화

  1. 제35회 상하이여행절, 개막식 퍼레이..
  2.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3. 中 축구협회 “손준호, 영구제명 징계..
  4.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5. [책읽는 상하이 252] 뭐든 다 배..
  6. "공연예술의 향연" 상하이국제예술제(..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4] 뭐든지..
  3. [교육칼럼] ‘OLD TOEFL’과..
  4.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5.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6. [교육칼럼] 한 뙈기의 땅
  7. [허스토리 in 상하이] 애들이 나에..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