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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무원 시험의 늪에 빠지다

[2022-02-15, 08:25:01] 상하이저널


‘철밥통’, 더 나아가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일부에게는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한국의 많은 청년들은 지금도 공시생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이와 같이 긴 수험생활을 견디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비단 한국뿐 만이 아니다. 중국의 청년들 또한 최근 안정적이면서 사회적 인식이 좋은 직업인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중국인들에게 공무원이란?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선 우선 공무원이라는 직종과 더불어 중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에서 공무원 시험은 중앙 정부에서 근무할 공무원을 뽑는 국가공무원 고시인 궈카오(国考,国家公务员考试)와 각 성에서 근무할 공무원을 뽑는 지방공무원 고시인 셩카오(省考,地方公务员考试)로 나뉘며, 이를 통칭할 시엔 공카오(公考)라고 부른다. 중국의 모든 공무원 시험 응시자들은 중국의 정치, 국제 관계, 언어 등을 아우르는 필기시험을 치르고, 재무나 공안, 외교직 응시자들의 경우 별도의 전문 기술 시험을 치러야 한다.
 


출처: 百度

 

불과 5~10년 전만 해도, 공무원이라는 직종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내에서 안정적이지만 따분하고 낮은 임금의 직업으로 인식됐다. 당시 중국의 대졸자들은 영미권에서 유학한 후 귀국하여 다국적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인기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경영이 악화되자 전반적으로 중국 내 일자리가 줄어들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취업의 풍속도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띄게 되었다. 안정성이라는 공무원 직종의 장점이 취업시장 내에서 큰 메리트를 갖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중요시 여기며 기존 세대와는 다른 가치관을 지닌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인 90허우, 00허우(90后,00后)가 사회의 주력으로 떠오르고, 이들이 이전 세대들보다 더 애국적이고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생각을 지닌 것도 공무원 직종이 각광받는 사회 분위기에 일조하게 되었다.
 


출처: 中国产业信息网


중국 산업 정보망(中国产业信息网)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불과 140만 명이었던 중국 국가 공무원 시험 접수자 수는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로는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150만 명, 올해에는 무려 202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시험을 접수했다. 이는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기에 유의미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자격시험을 통과한 인원은 183만 명이며, 올해의 경우 3만 1천 명이 채용될 것을 감안해 보았을 때 65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격심사를 거쳐야만 공무원 시험 응시가 가능한데, 이 자격이란 중국 국적을 포함한 35세 이하의 나이 제한, 중국 공산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도와 사상 검증 등을 포함한다. 

 

중국 내 공시생 급증, 단순히 ‘철밥통’이기 때문일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중국은 비교적 방역에 성공한 국가로 꼽히지만, 현재의 철통 방역을 위해 치르는 대가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경기 침체와 시장 불확실성은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것이 아니라, 중국 내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엮이며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중국 내에서는 사기업 취업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청년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바로 중국 정부의 강화된 시장 규제가 있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 유독 강조하는 개념인 ‘공동부유’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부유(共同富裕)’란 말 그대로 ‘부의 분배’를 의미하며, 2021년 8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이 개념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최대 화두로 등장하였다. 공동부유는 민간기업과 고소득층의 부를 당이 조절하고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인민과 나누자는 것으로, 요약하여 말하자면 이제는 ‘성장’이 아닌 ‘분배’로 중국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의미이다.


새로운 사회 기조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 당국에서 첫 번째로 규제에 들어간 곳은 알리바바, 디디추싱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었으며, 두 기업은 각각 반독점법 위반 혐의와 국가 안보 위해 혐의 처분을 받았다. 두 번째로 규제에 들어간 곳은 사교육 시장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되자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완화를 통해 출생률을 끌어올리고자 규제에 들어갔다. 세 번째로 규제에 들어간 곳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었으며, 무분별한 팬덤 문화와 더불어 연예인들의 탈세 문제로 인해 중국 당국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네 번째로 규제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의 경우, 대출을 축소하는 등의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도시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제재가 가해졌다.


 
출처: 智联招聘,华经产业研究院整理


자본주의의 과잉을 견제하기 위한 IT, 교육,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의 주요 산업 부문에 대한 전방위 규제 강화는 민간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였고, 결과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력 감축을 불러오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신규 채용 역시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2019년 기준 중국 대졸자들의 진출업종 중 절반에 해당하는 산업 분야가 규제에 들어갔다는 것을 감안해 보았을 때, 이렇듯 심화된 고용 불안이라는 상황에서 중국의 대졸자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취준생 86만 명 중 30%에 달하는 26만 명 가량은 공시생이라고 한다. 일자리 부족으로 취업이 힘들고, 취업을 하더라도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에서 그쳐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해 주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택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 공무원 시험 접수자 200만 명이라는 수치는 중국 청년들의 현 상황이 한국과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해선 각 정부에서 청년 실업률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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