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다. 이 집 저 집 한국이나 외국, 중국내륙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누구는 한국 가고, 누구는 미국 여행 떠나고 누구는 실크로드 여행 떠났다고 날마다 친구 가족들 여행 생중계를 하며 우리도 좋은 곳으로 휴가를 떠나자고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이 이젠 ‘아무데나, 상하이를 떠나기나 하자’는 말로 바뀌었다.
어디든 떠나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여름 휴가를 훌쩍 떠나기엔 발목을 붙잡는 것이 너무 많다.
일단 하루도 상하이를 비울 수 없는 남편을 상하이 무더위 속에 두고 우리끼리만 상하이를 떠난다는 것도 그렇고(남편은 자기는 그냥 두고 아이들과 함께 휴가를 다녀오라고 하지만), 1박 2일이나, 2박 3일정도의 코스로 다녀올만한 곳은 이미 거의 다 다녀와서 갈만한 곳도 없다. 더운 날씨를 감수하고서 두 번 가고 싶은 곳은?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이럴 때 당일로라도 가볍게 다녀올만한 해수욕장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명색이 상하이인데 너무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아직 꿈만 꿔보고 가보지 못한 곳을 이런 기회에 가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이런 곳은 시간도 많이 걸리기도 하고 비용까지 만만치 않아 쉽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이들도 방학을 맞아 또 얼마나 바쁜가, 기나긴 여름 방학 활용에 따라 최소한 다음학기 성적이 달라진다는 말은 고사하더라도 평소 부족한 과목 보충에 영어, 중국어 실력을 다지기에는 아무래도 방학이 절대적이다 보니 방학만 되면 학교 다니는 것 못지않게 바쁘다. 과외비 지출도 학기 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커져 생활비를 압박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에게 집 떠나면 무더위 속에서 다 고생이라고 누누이 강변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하소연이다. 방학 끝나고 학교에 가면 대부분의 수업 시간에 방학 중에 무얼 했는지, 어느 곳에 여행을 갔는지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아무데도 가지 않았어요’라고 말하기는 정말 싫다는 것이다. 많은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다만, 단지 발표 할 때 거짓말로 꾸며 내어 발표하지 않도록 어디 가자는 말이 어찌나 가슴을 울리던지, 마음이 짠해졌다. 이런 아이들 생각하면 어디라도 떠나야 될 것 같은데 아무리 주변에 좋은 곳 물어보고, 알아봐도 적당한 곳이 없다. 한국에서라면 시댁이나 친정에 어른들 뵈러만 가도 될 텐데, 상하이에선 돈 들여 여행 떠나는 것 외엔 다른 대안도 없고, 우리 형편에 멋진 휴가는 아직까지는 무리이고….
가깝고 멋지고 게다가 비용도 적게 드는 곳 어디 없나? 아이들 방학은 거의 끝나가는데 지금까지도 두리번거리고만 있다.
치바오 아줌마(Qiba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