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올해는 무슨 띠의 해이며, 그 해의 띠 동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궁금해 한다. 또 '쥐띠는 식복이 많다', '잔나비띠는 손재주가 있다', '소띠는 부지런하다', '범띠는 용감하다' 등 그 해에 태어난 아이의 운명과 성격을 띠 동물과 묶어 해석하려는 풍속도 있어 왔다. 민간에 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 내려와 2008년 무자년을 맞아 쥐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해 본다.
쥐를 궁형에 처라라
명대(明代) 천계(天啓) 연간에 말 재주가 뛰어난 한 어사(御史)가 있었다. 이를 질투한 한 환관은 어사를 놀려 줄 심산으로 쥐 한 마리를 잡아다 `이 쥐가 사람의 옷을 물어 뜯었으니 벌을 주소서'라고 어사한테 말했다. 어사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장형(杖刑)에 처하면 너무 가볍고 교수형에 처하자니 또 너무 중한 것 같으니 궁형(남녀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극형)에 처하는 게 가장 좋을 듯하다'라는 판결을 내려 오히려 환관이 큰 치욕을 당했다고 한다.
『사기(史记) 혹리열전(酷吏列传)』에 대표적인 혹리 장탕(张汤)의 어릴적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장탕의 아버지가 장탕을 혼자 집에 남겨두고 외출했다 돌아왔는데 집에 두었던 고기가 없어진 사실을 발견했다. 쥐가 고기를 훔쳐먹은 것을 알고는 이를 잘 지키지 못한 장탕을 때려줬다. 이에 화가 난 장탕은 쥐구멍에서 도적질한 쥐와 도둑맞은 고기를 찾아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어린 장탕은 도둑질한 쥐를 고문한 끝에 거열 (车裂)형에 처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아버지는 장탕이 옥관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했으며, 훗날 장탕은 서한(西汉) 시대의 대표적인 혹리(酷吏)가 되었다 한다. 장탕은 한무제 때의 승상이다. 법률지상주의자로 추상 같은 법 집행을 한 혹리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법 집행은 가혹할 정도로 거침이 없었다. 고관대작의 자제나 황제의 친족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秦)나라 재상인 이사(李斯)가 젊을 때 작은 벼슬에 있을 때 이야기다. 관청 근처 화장실에 쥐들이 자주 드나들었는데 담이 낮아 사람만 보면 도망을 갔다고 한다. 그러나 곡식창고에 살고 있는 쥐들은 사람을 봐도 겁내거나 도망치지 않았고 그 곳에서 호의호식하며 지내고 있었다. 같은 쥐들인데 사는 형편이 왜 이렇게 다른 가 하면서 이를 비유해 이사는 사람의 성공여부는 그가 처한 환경이 어떤 가를 보면 알 수 있다라는 '쥐철학'을 남겼다.
영리함으로 십이간지 1위차지
옛날 사람들로부터 다산(多产)과 다복(多福)의 상징물로 인식되어 온 쥐가 고대에는 십이간지의 맨 앞자리를 차지해 자신(子神)으로도 숭상됐다.
강족(羌族)의 십이간지에 관한 이야기 중 강자아(姜子牙)는 강을 건너는 수영 실력으로 열두 동물의 서열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영리한 쥐는 모든 동물이 강물 속에 뛰어들려는 순간 소의 등에 올라타 소의 힘을 빌어 1위 자리에 올랐다.
그외 쥐와 고양이의 천적관계 형성에 관한 고사도 전해진다. 하루는 석가모니가 대세지보살(아미타불 우측의 지혜를 관장하는 보살)을 불러 천국으로 통하는 12개문의 수문장을 동물들 중에 선정하여 1년씩 돌아가면서 당직을 세우도록 했다. 이에 대세지보살은 열둘의 동물을 선정하고 서열을 정하기 위해 불렀다.
12동물 중 고양이는 동물들의 무술 스승이라 제일 앞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순서대로 소, 범,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를 앉혔다. 그때 기다리던 고양이가 갑자기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를 비웠다. 공교롭게도 이 때 석가모니가 도착했다. 한 동물이 부족해 물으니 마침 고양이를 따라 구경 온 생쥐가 달려 나와 말하기를 "저는 고양이 친구인데 고양이는 수문장의 일이 힘들고 번거로워서 수문장이 싫다며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거짓말을 했다. 석가모니는 어쩔 수 없으니 쥐에게 고양이 대신 수문장을 맡으라고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고양이는 간교한 쥐에게 원한을 품고 영원토록 쥐를 잡으러 다니며, 이때부터 고양이와 쥐는 천적 사이가 됐다고 한다.
몽고족과 티벳족의 민간 전설 중 쥐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정의로운 인물로 등장했다. 또한 고대의 텐국(阗国)이라는 나라에서 전해 내려 온 전설에 의하면 현지 수랑펀(鼠壤坟, 쥐왕이 드나드는 곳)의 쥐들이 텐국을 도와 흉노족의 십여만 대군을 물리쳤다고 한다. 따라서 텐국의 국왕이 쥐의 은혜에 감사를 표한다는 뜻으로 절을 세우면서 이러한 민간 전설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