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bullying)에 대처하는 효율적 대처 방안에 관한 설명회’가 있다는 통지문이 날아들었었다. 아이가 아직은 저학년인지라, 안이한 맘에 별 눈여겨 보지도 않고 지나쳤는데, 어제는 아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약간은 상기된 얼굴과 목소리로 또 Bullying(일명 ‘왕따’)에 대한 얘길 늘어놓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서, 왕~따에 따른 여러 부정적인 예들을 선생님들의 직접적인 시연을 통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은 모양이었다.
‘내 아이만은 안전하겠지’ 하는 이기적인 맘에, 건성어린 목소리로 살짝 물어보니, 요즘 학교 점심시간에 “넌, 친구로 껴!, 넌, 빼!”가 예사로이 오고 가는 말이란다.
심지어 다른 나라 아이들조차도 한국말로 친구 껴! 친구 빼!는 쉽사리 내뱉을 수 있는 말이 되어버렸단다. 순간 “그래서 넌 어때? 넌, 친구들이랑 잘 지내니? 점심시간에 넌 뭐하고 지내?” 쏟아지는 질문에, 반에서 대장하려는 아이가 2명 정도 있는데, 어떨 때는 끼워주고 또 어떨 때는 안끼워주기도 한단다.
그럼 다른 반 친구들이랑 컴퓨터실에 가거나 도서관에 간다고 한다. “친구들이랑 너 좋아하는 축구는 안하니?”라는 질문에, 자꾸 골키퍼만 시켜줘서 하기 싫어서 차라리 안하겠다고 했다고.
“너 생각에, 왜 친구들이 안끼워 줄려고 하는거 같애?”하니, 이 학교에 온지 얼마 안되니깐 자기들에게 2원 5마오 하는 물건을 하나씩 사달라 해서(소위 텃새 아닌 텃새?), 자긴 돈도 없고 사줄 생각도 없다고 얘기했단다.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그래, 잘했다’ 해야 할지, ‘그래도 친구들이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해야 할지 당혹감이 느껴졌다. 결국 후자로 아이를 다독거리긴 했지만, 아이가 완전히 수긍하는 것 같지가 않아, 내 맘 한쪽구석이 영 편하지가 않았다.
이런 분야에 있어 전문가도 아닌지라, 내가 보인 반응의 결과가 어떨지 잘 모르겠다. 우리아이 친구들이 정말 왕~따를 시키려고 작정하고 그런건 정말 아닐거라 생각한다. 어쩌면 학교에서 관심과 걱정어린 눈길로 지켜보고 있을 형들, 누나들, 언니들의 흉내를 조금 내 봤을 뿐일거라 생각한다.
아직은 학교에서 있었던 자그마한 일조차도 엄마에게 얘기해주는 저학년이라 조금은 다행으로 느껴진다. 어쩜, 정말이지 별일도 아닌 일에, 그냥 아이들의 사소한 말장난에 맘이 조금 상해서 푸념했을거라 생각한다.
학교란 우리 아이들에게 매일 매일 가도 즐겁고, 매일 매일 만나도 즐거운 그런 선생님들이, 친구들이 있는 곳이어야 할 것이다. 오늘도 학교 가는 걸 잊지 않고, 열심히 가방 끌면서 등교하는걸 보면, 왕따 당하고 있는건 안닌게 분명한것 같은데….
자기 맘대로, 뜻대로, 하고 싶은대로, 고집대로 안되는 것도 있다는 걸 배워가는 과정, 사회인이 되어가는, 성숙해가는 과정 속에서 엄마에게 ‘투정 한번 부린거겠지’ 하고 싶다.
이 글로 인해 우리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왕~따 문제로 골치를 안고 있다는 얘길 하고자 한 건 아니다.
예방차원에서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준, 우리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일깨워준 것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는 맘으로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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