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JK 아카데미가 합작-관리하고 있는 몇 학교의 학부모방문행사가 있었다. 수업참관, 각 과목 교사 면담, 대학입시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시간이 있다. 바로 ‘부모가 자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전문적인 강연도 아니고, 짧게는 한 마디, 길어야 5~6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말씀이었지만 한 분, 한 분의 말씀이 가슴을 뭉클케 하는 시간이었다. 자녀에 대한 사랑, 고마움과 안타까움의 표현, 내 자녀를 비롯한 모든 학생들에게 전하는 격려와 당부에는 한 아이의 부모로서, 그리고 모든 자녀들의 인생선배로서 진솔함이 배어 나와 함께 듣는 이의 눈시울을 적시었다. 사회적 성공여부, 경제적 풍요유무, 학력의 높고 낮음을 떠나 적어도 우리 학생들 연령의 2배 이상을 살아 온 인생선배이며, 또한 바로 그 자녀를 뱃속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키워 온 부모님이시기에 그 한 말씀, 한 말씀이 소중하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라는 설문조사 통계를 보았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를 구분하여 각각 통계를 내어 놓은 자료인데(조사기관: 옥티브(MBC)-2007년), 참 흥미로운 결과는, 남녀를 막론하고 10대부터 50대까지 가장 후회되는 일 1순위는 ‘공부 좀 할 걸’이었다. 남자 60대와 70대에서는 ‘배우고 싶었는데’가 각 4위와 3위를 차지했고, 여자 60대와 70대에서는 각 2위와 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을 향해서 항상 ‘공부’의 중요성을 외쳐 오긴 했지만, 공부에 대한 후회가 70대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은 미처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참 놀라웠다. 물론 현재 10대와 현재 70대의 10대 시절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10대부터 70대까지의 조사통계를, 한 사람의 인생여정으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순위 중 흥미로운 또 다른 한 가지는, 10대와 20대의 2순위인 (남) ‘엄마한테 대들지 말 걸’, ‘엄마 말 잘 들을 걸’, (여) ‘엄마한테 거짓말 한 것’, ‘엄마 말 잘 들을 걸’이다. 여자 30대-70대의 경우, ‘부모님께 잘할 걸’이 각 5위-3위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인생선배 중에서도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더욱 특별한 분이 바로 ‘엄마, 즉 부모님이다. 조사통계로 볼 때, 사람들은 어려서나 나이가 들어서나 부모님 말씀을 잘 듣지 않고, 잘 해드리질 못한 걸 후회하는 것 같다.
학생들을 교육하다 보면, “난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라는 말로 어른들의 훈계를 수용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또는 “어른들 말씀이 틀리지 않다는 건 알지만, 괜히 반항하게 돼요. 이래서 우리가 아직 청소년이죠”라는 말로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사실, 우리 학생들 이야기일 뿐 아니라 이미 다 큰 어른이라는 나 자신 또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음을 인정한다. 사람은 끊임없이 성장, 성숙해간다고 할 때, 그럼 미 성숙한 인생 길에서 조금 덜 후회하며 사는 방법은 없을까.
학생들과 상담을 해 보면, 각자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같은 고민을 이미 겪어 보았고 좀더 객관적으로 그 문제에 접근해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또래집단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다 시행착오만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또래집단, 그들 역시 동일한 10대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다. ‘20대의 나’, ‘30대의 나’, ‘40대의 나’…. ‘70대의 나’를 그려 보며, 그 나이가 되어서 “후회하지 않아야 할 것”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 부모님, 누나, 형, 선생님들이 말하는, 그들이 이미 겪어봤다는 20대, 30대, 40대의 ‘내 인생’을 상상 속에서 한 번 리허설을 해 보자. 그리고 다시 한 번 ‘내 인생에서 이것은 후회하지 않으리라! - BEST5’를 적어 보자. ‘실컷 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좋다. 나 보다 조금 더 살아본 분들이 당부하신 이야기들을 되새기며,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에 따라 1순위부터 5순위를 정해보자. 그리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현재의 생활방식을 조정해보자. 중학생에게 50대는 너무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처럼 가까운 미래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자.
복단대 입시를 한 주 앞둔 요즘, 고3들의 혼잣말에 ‘공부 좀 할 걸’이라는 후회의 한숨이 배어 나옴을 본다. ‘이들이 20대가 되고,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에 또다시 ‘공부 좀 할 걸’이라는 후회가 없어야 할 텐데’라는 괜한 걱정도 해 보게 된다. 한국에서 한국학교를 다니며, 한국대학에 진학하는 친구들에 비해, 어쨌든 뭔가 특별한 길을 걷게 된 조기유학생들. 훗날 40대, 50대가 되었을 때, ‘중국유학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주원(JK 아카데미 교육카운셀러) bupam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