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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우리는 왜 지금, 여기에…

[2010-07-23, 10:08:29] 상하이저널
재작년부터 시작된 한국 여행이다. 상하이로 올 때 여덟 살, 네 살이던 아이들은 이제 훌쩍 커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되었다. 그 전엔 한국엘 가도 잠시 친척집에 머물면서 후딱 돌아오기 바빴지만 갈수록 작은 애는 아예 한국에 대한 느낌조차 없고 큰 애도 자신이 한국의 모든 것과 너무 달라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어느 곳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 아빠가 누비던 한국 땅을 함께 다니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한국에서의 여행을 시작했다. 매번 남편이 좀 고되긴 하지만 국도를 타고 다니며 여러 지방 음식도 먹어보고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번에도 서해안 대천에서 하루를 묵고 공주, 부여를 돌아 청양에 있는 남편 친구 본가에서 푸짐한 점심까지 대접받았는데 그 댁에서 아이들은 생전 처음 고추도 따고 벌레먹은 복숭아도 따먹으며 호미질까지 아주 재미나게 몇 시간을 보냈다. 친할머니를 어려서 잃은 아이들이라 잠시 만난 할머니한테서도 진한 정을 느끼는 듯 했다. 그리고는 남해를 향해 충남, 전북, 경남 3개 도를 넘으면서 아이들과 지리 공부까지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평소 아빠와의 시간이 힘든 아이들이 이렇게 24시간을 함께 지내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몸으로 서로를 느끼게 되는 거다. 또 어딜 가나 따뜻한 환대와 정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예의범절과 사람 사는 도리나 정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자주 한국을 방문하길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국에 다니러 갈 때 제일 힘든 부분이 친척집 같은 데서 며칠씩 민폐를 끼치게 되는 불편함인데 올해는 형님들이 섭섭해하시더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거라고 남편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아예 예약을 하고 떠났다. 며칠 여행을 끝낸 후 남편은 상하이로 먼저 돌아오고 아이들과 함께 홍대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었다. 사실 혼자서 애들을 데리고 호텔이 아닌 곳에 묵으려니 조금 불안하기도 했지만 이른 아침 혹은 저녁 늦게나 살짝 얼굴을 마주치게 되는 이국의 젊은 청년들은 되려 내게 오랜만에 젊음의 자유와 유쾌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아이들도 정말 ‘한국 여행’이라는 기분을 만끽하는 것 같았다. 대학가의 낭만도 느껴보고, 길거리 순대나 떡볶이라면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만원 지하철도 타고, 많이 걸어 다녀야 하는 서울 생활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은 그저 한국이 너무 좋고 푸근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래서 ‘뿌리’라고 하는구나 싶을 만큼 어디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든 쾌활하게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린 나이에 해외에서 자라며 교육받는다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겐 참으로 특별한 축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외국어나 기타 등등 누리게 되는 혜택뿐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사람과 세상에 대해 열려 있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얼마나 그네들 인생을 풍요롭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나 역시 상하이로 오지 않았다면 결코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을 많은 것들로 채워져 있는 지금의 내 삶을 바라보면서 이런 특별한 시간이 왜 우리 가족들에게 주어졌을까 새삼스레 상념에 빠진다.. 정말 우리는 왜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걸까?

▷구름에 실린 달팽이(geon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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