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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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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가 목공을 배울 때 구해 읽은 이 책을 당근마켓에서 드림 하려는 걸 ”어? 잠깐”하고 집어 온 책 <나무의 시_간> 을 소개한다.
처음엔 무역 일을 하다가 지쳐서 목수의 일로 전업한 지인의 남편에게 보내줘야지 했는데, 그만… 빌려 보시라고 책 제목만 알려드리고 내가 들고 와버렸다. 책은 상해가 더 구하기 어렵다는 변명을 하면서.
이 책에 끌린 건, 나무란 글자는 그저 끌리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나무의)’시_간’이라는 제목의 의미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은이 김민식. 처음 듣는다.
내촌목공소 목재 상담 고문. 한국의 목재 산업이 활황을 띠던 시절부터 40여 년 목재 딜러, 목재 컨설턴트로 일했다. 나무의 밭으로 꼽히는 캐나다, 북미를 비롯, 그의 나무여정은 400만킬로미터에 이른다. 독일 목재 회사 Jacob&Shons Gmbh의 파트너로 일할 때는 세계 최초로 ‘엔지니어드 자작마루판’을 설계했고, 세계 공연장의 건축 음향을 연구한 이력이 길다.
저자는 나무와 함께한 오랜 경험, 인문학적 지식으로 나무와 사람, 과학과 역사, 예술이 어우러진 깊고 넓은 나무 이야기를 이 책에서도 풀어낸다.
우리나라 1970, 80년대 초, 우리나라 산업의 최대 수출 품목은 합판이었다.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반도체, 화학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니)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에서 1000달러로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 세계 최대 합판 수출국 한국, 상공부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매달의 합판 수출액을 점검했다. 작가는 종합상사 입사 후 갓 2년이 지났을 때 미국시장 개척 명령을 받았다.
신입사원을 겨우 면한 ‘상사맨‘은 국가 최대의 산업군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미국땅을 밟았지만, 미국시장에서 한국산 합판은 싼 가격 외에 어떤 것도 고려되지 않는 현실에 참담해졌다.
결정적 사건은 휴스턴에서였다. 우리 합판은 10장에 50달러에 파는데, 같은 면적의 영국바닥은 5만달러를 받는 걸 보고, 저자는 할 말을 잃는다.
‘무엇이 차이일까?’ 그때부터 합판이든 원목이든 목재가 사용된 것을 보면 제조사를 추적하고 나무의 원산지를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수많은 날들을, 수많은 세계 구석구석, 어느 장소에서든 나무만 보면 보고 또 보았지만, 1982년 부활전야의 한국산 합판보다 1,000배가 비쌌던 영국산 주택을 잊지 못했다. 알아야 했다. 그래서 나무를 보고 또 보았다. 작가의 나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는데, 마무리는 이렇다.
목수 김민식은 내촌 목공소에서 ’영국의 모빌 하우스‘와 같은 사이즈의 ‘내촌 셀Naechon Cell’을 만든다. 영국의 모빌하우스는 철재, 콘크리트 구조이나 내촌 셀은 목재 구조다. 내촌 셀은 서울, 경기도, 제주도 상관없이 어디든 운송만 하면 된다. 영국에도 미국에도 갈 것이다. 영국, 덴마크에서 제조한 최고 등급의 모빌 하우스도 내촌 목공소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합판을 팔러 갔던 미국 땅에서 영국 모빌 하우스를 만난 지 꼭 38년의 세월이다.
이보다 더 통쾌한 결말은 없지 않을까? 턱없이 모자란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힘 하나 안 주고 하는 무심한 듯한 설명이 왜 제 자랑 같지 않고 진실하게 들리는지... 뿌듯하고 기쁜 결말이다. 나무 이야기는 구석구석 재미있고 나무로 읽어지는 세상의 모습은 신기했다.
알레 allees, 애비뉴 avenue, 불르바르 boulevard 등 가로수가 있는 길이라는 뜻의 단어들은 모두 프랑스어에서 나왔다. 릴케는 프랑스의 가로수 아래서 시를 쓰고, 슈베르트는 라임 나무 아래서 위로를 받았다.
동백꽃은 동서양 할 것 없이 아주 치명적인 상징성을 띠고 있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는 동백꽃 없이는 노래하지 못하고, 샤넬 동백꽃의 고혹은 온 세계의 여심을 홀린다. (동백꽃은 코코 샤넬 브랜드의 시그니처 플라워다.) 전차안의 동백아가씨에 넋이 나간 시인 타고르 시의 주인공은 “내가 가야 할 곳에서 나는 내릴 수가 없었지”라고 노래했다. 나무를 만지는 분이라서 그런지 그의 글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내촌목공소 목수 김민식의 ”나는 취향의 표현이 모든 시대의 예술이라 생각한다. “는 말에 깊이 동감한다. 나도 우리 모두의 일상의 취향들이 우리들의 예술을 매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한다.
홍현주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