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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벽에 대고 스윙을?…골프도 상상력이다

[2010-08-20, 10:31:06] 상하이저널
지난달 세인트 앤드루스GC 올드코스에서 열린 브리티시오픈 3라운드.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의 17번홀(파4)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훌쩍 넘었다. 이 홀에는 ‘로드 홀’이라는 별칭답게 그린 뒤쪽에는 길이 나 있고, 너머에는 담장이 있다. 히메네스의 볼은 담장 바로 아래쪽에 멈췄다. 담장 때문에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때 히메네스가 담장 쪽으로 치려는 자세를 잡고 어드레스하자 갤러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히메네스는 담장을 향해 샷을 했고 볼은 담장에 맞은 후 뒤로 튀어나가 그린에 올랐다. 스코어는 더블 보기(최종 순위 27위)였지만 갤러리들은 히메네스의 역발상에 박수를 보냈다.

골프에서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가끔 나온다.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했던 박세리의 '맨발 샷'은 아무 것도 아니다. ‘창조적인 샷’은 프로들한테서 주로 나오지만 아마추어들도 궁리하면 못할 게 없다. 다만 평소 한 번이라도 연습해두어야 실패 확률이 낮아진다.
‘베테랑’ 톰 왓슨도 브리티시오픈에서 담장을 향해 샷을 해 볼을 뒤(그린)쪽으로 바운스시킨 적이 있다. 볼이 담장 밑에 멈춰 스윙하기 어려운 것을 ‘언플레이어블 볼’로 처리하느니 1타라도 아끼겠다는 집념을 보여줬다.

타이거 우즈도 '골프 잘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속설을 증명했다. 1999년 미국PGA투어 피닉스오픈 4라운드 때의 일이다. 한 홀에서 우즈가 친 볼이 가로 • 세로 • 높이가 모두 1m 정도인 바위 뒤에 멈췄다. 바위가 제법 커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하거나 볼을 옆으로 쳐내는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우즈는 그러나 동반자와 갤러리들의 힘을 빌려 그 바위를 치우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린을 향해 다음 샷을 했다.

규칙상 움직일 수 있는 바위는 '루스 임페디먼트'(자연장애물)로 간주되고 루스 임페디먼트는 벌타 없이 치울 수 있다는 것을 우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즈의 바위 치우기는 지금도 '골프규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용한 사례'로 원용되고 있다.

필 미켈슨도 10여년 전 기막힌 샷을 보여주었다. 축구의 '오버헤드 킥'과 유사한 샷이었다. 그의 볼이 경사가 심한 러프에 멈췄다. 제대로 스탠스를 취하면 가파른 오른발 내리막(미켈슨은 왼손잡이임) 라이가 돼 볼이 뜨지 않을 상황이었다.

미켈슨은 갑자기 반대로 어드레스했다. 그린을 등지고 왼발이 아래, 오른발이 위쪽에 오는 넘어질 듯한 자세를 취한 것. 그리고 로프트가 큰 웨지로 볼 밑을 찍었다. 백스핀을 많이 먹은 볼은 그의 머리 위로 붕 뜨더니 몸 뒤(그린)쪽으로 날아갔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기막힌 샷이었다.

상상력이 뒷받침된 역발상 골프 사례는 많다.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게리 플레이어는 깊은 벙커 안 볼을 탈출시키기 위해 무릎 꿇고 스윙했다. 최경주는 게이트볼을 하듯이 스트로크하는 퍼트 자세를 취해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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