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1일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해 비관론자와 보수파들은 ‘이리가 온다(狼來了)’며 거세게 반대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결과를 보니 온다는 이리 대신 황금 소가 들어온 격이다. 지난 10년간의 중국경제 성적표는 최소 A 이상을 줄 정도로 양호하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은 A+라는 후한 성적을 안겼다.
우선 중국의 GDP는 연평균 10% 이상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2001년 11조 위안에서 2010년 40조 위안으로 확대되었다.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를 넘었고, 미국에 이어 G2의 반열에 올라섰다. 1인당 GDP 역시 2000년 800달러에서 2010년 4400달러로 상승했다.
교역에 있어서도 중국은 2001년 6위에서 2위 교역대국으로 부상했다. 2010년 무역액은 2001년보다 4.8배 늘어난 3조 달러에 달했다. 수출액은 1.6조 달러를 기록,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수입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특히 2009년 금융위기 당시 전 세계 수입규모가 24% 축소되었으나 중국은 11.2% 감소에 그친 것은 중국이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평균관세율은 2001년 15.3%에서 2010년 9.8%로 인하되었다. 시장문턱이 낮아지고 구매력도 커지면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소비시장으로 부상했다.
외국자본 유치에 있어서 중국은 여전히 ‘블랙 홀’로 불린다. 최근 10년간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는 연평균 9.5%씩 성장해 전 세계 6위에서 2010년 2위를 기록했다. 중진국 중에서 중국은 18년 연속 외국인투자유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른바 ‘저우추취(走出去)’로 불리는 해외진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어느덧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해외투자 5위국으로 발돋움했다.
WTO 가입 10년 동안 놀랄만한 경제발전도 이루었고, 가입 시 약속한 의무 역시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 가지 풀지 못한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완전한 시장경제지위(MES•Market Economy Status)의 획득이다.
WTO 체제 편입 이후 중국의 무역액이 늘어나면서 각 국의 대중국 반덤핑 제소 또한 급증했다. 가입 당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WTO 가입 후 지금까지 중국이 당한 무역구제 관련 제소 건수는 1000건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금년 들어서도 9월까지 50건, 30억 달러 규모의 각종 무역구제 조치가 이어졌다.
중국정부로서는 WTO 가입 이후 아직까지 완전한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현재 한국, 호주 등 81개국에서는 시장경제지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최대 수출시장인 EU와 미국, 일본은 여전히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그 동안 줄기찬 중국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요지부동이었던 EU가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심각한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이라는 구원투수의 등판이 절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재정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중국의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정부의 생각은 명확하다. 철저하게 ‘Give and Take' 전략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만약 EU가 중국에게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한다면 중국의 수출경쟁력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국의 반덤핑 제소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중국으로서야 해묵은 숙제가 풀리는 것이겠지만 우리 기업입장에서는 대EU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진행되는 중국과 EU간의 샅바싸움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창표
(코트라 상하이무역관 부관장)
KOTRA 타이베이무역관, 베이징무역관을 거쳐 현재 상하이무역관 부관장(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입사 이후 월간 '중국통상정보' 편집장을 포함하여 '중국시장 중장기진출전략, '중국투자실무가이드' 등의 저서와 다수의 보고서를 저술하는 등 대부분의 시간을 중화권지역 조사업무에 매진했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지식경제부 해외진출기업지원단 전문위원, 한국생산성본부 초빙강사 등을 거쳐 현재 이코노미스트 '차이나투데이' 칼럼니스트, 이데일리 '차이나워치'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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