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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우리도 한번 짠내투어 ‘베이징 편’

[2018-09-05, 06:55:00] 상하이저널

  

“우리도 한번 짠내투어 해봐요!”
남편의 베이징 출장 길에 온 가족이 따라 나섰다. 베이징 여행에는 두 딸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남편은 회의로 내내 바쁠 것이고 어차피 여자 셋의 여행이 될 터였다. 그 책임을 고스란히 나 혼자 짊어질 것 같은 부담감에 주저하고 있자, 딸들이 내게 내민 카드는 자신들이 설계하는 ‘짠내투어’였다.

 

공평하게 하루씩 맡았다. 아이들은 틈날 때마다 바이두와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여행 정보를 알아내고, 지도를 보고 동선을 짜고, 가성비를 따지며 신중하게 맛집을 골랐다. 나는 만리장성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내게는 친절한 씨트립 앱이 있었고, 몇 분만에 저렴한 비용으로 씨트립에 하루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첫날 투어, 설계자 엄마님. 설계자 조차 후회했던 리얼 고생 짠내투어.
출발은 산뜻했다. 전날 저녁 호텔에 신청해 놓은 조식 도시락을 야무지게 챙겨 들고, 씨트립이 호텔까지 보낸 준 차를 타고 집결지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지치지 않는 훈화말씀을 들으며 관광버스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만리장성 팔달령에는 생각지도 못하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휴일도 아닌 목요일에, 게다가 35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날씨에.

 

사람에 지치고 날씨에 지치고. 팔달령에서 명13릉, 올림픽 주경기장이었던 냐오차오(鸟巢)까지 가는 동안 우리는 버스만 타면 내내 자고, 내려서는 비몽사몽 속 짜증과 땀으로 범벅이 됐다. 며칠 뒤 투어 평가에서 아이들은 엄마 투어에 가혹하게도 최저 점수를 주었다. 


 

  

둘째날 투어, 설계자 둘째 딸 G님. 본인 취향 확실한, “어리다고 무시 마세요” 투어.
시간과 공을 제일 많이 들여 여행을 계획했다. 798예술지구를 돌아보고, 점심 식사를 위해 골목 안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가성비 甲인 식당을 용케 찾아갔다. 식사로 궈바로우 1개, 계란볶음밥 1개, 음료수 2병만 주문, 합계 63위안. 양이 적다며 투덜거리는 엄마와 언니에게 맛있는 디저트를 사주겠다며 달랬다.

 

우리가 먹은 디저트는 타이완의 유명한 디저트 카페 체인점의 망고 빙수였다. 1개에 무려 72위안. 열 두 살 설계자님은 평소에도 밥 보다 디저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깜빡 했었다. 여행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간섭을 했는지 G 설계자님이 뾰로통하게 한마디 했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오늘은 내가 설계자라구욧.”

 

  

셋째날 투어, 설계자 첫째 딸 H님. 추억은 방울방울, 감성여행
베이징대, 칭화대 내 관광객 출입은 사전 신청자에 한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몰랐다. 여행 시작부터 칭화대 정문 앞에서 제지 당하고, 매사에 심드렁한 척 사춘기 청소년 H도 이때만큼은 당황한 기색이었다. 다행히 베이징대에서는 아빠 찬스로 입장했다.

 

대학촌 부근 딱 10년 전에 우리가 살던 아파트도 들렀다. ‘니하오’ 한마디도 할 줄 모른 채, 남편 따라 와 매일매일 생존 전투를 벌였던 추억 많은 곳이었다. 아파트 안 H가 다녔던 유치원을 지나치며 그 당시 ‘팅부동 칸부동’인 우리 가족을 초인적인 인내와 따스함으로 도와주던 선생님들도 떠올렸다.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지금의 H를 보신다면 얼마나 놀라실까.

 

  

짠내투어에서 우리가 얻은 건 관광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하루에 대한 책임감으로 부쩍 성숙해졌고, 나는 아이들에게 더 큰 신뢰감을 갖게 됐다. 여행도 내 예상 이상으로 알찼다. 그리고 평가는 공정했다. 관광, 재미, 가성비, 음식, 친절도 평가에서 1등을 한 설계자 G에게는 아빠의 금일봉이 기다리고 있다.

 

레몬버베나(littlep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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