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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남편은 갱년기

[2018-12-11, 18:54:32] 상하이저널

남편은 한국에서 주로 일하고 2, 3주에 한번씩 상하이에 온다. 며칠 전, 가족 챗팅방에 남편이 핼쑥한 얼굴로 링거를 맞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남편은 그냥 감기 몸살이라고 했다. 상하이에 있을 때 감기몸살 앓을 때마다 약보다는 링거로 회복된 적이 많아서 이번에도 그런가 보다 하고 가볍게 넘겼다.


이틀 후, 좀 더 불쌍한 사진을 또 올렸다. 왜 아직도 병원에 있는 거냐고 하니 어제 수술하고 회복실에 있다는 것이다. 또 깜짝 놀라 무슨 수술이냐고 계속 다급하게 물었다. 남편은 내 물음에 대답은 안하고 애들하고만 대화를 주고받고 노골적으로 나의 관심을 외면했다. 나는 가족대화에 서 왕따가 됐다.


‘별로 중요한 수술은 아닌가 보지 뭐, 그러니까 말을 안하지’


하는 생각도 들고, 예전에 담배를 많이 펴서 ‘다른 건 몰라도 폐암 걸리면 절대 나한테 알리지 말고 알아서 치료받아라, 내가 폐암 병수발 들게 되면 약 오르고 화나서 학대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말도 떠오르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같이 일하고 있는 친척에게 물었더니 생선가시가 목에 걸렸는데 상태가 심각해서 수술까지 하게 됐다는 것.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그런 병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애들과 화상통화를 하길래 짐짓 모른 척 물었다.


“대체 무슨 수술이야?”
“애들 얼굴 봤으니까 전화 끊자.”


정말 어이가 없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인간이 왜 저러지? 그러다 밤이 됐는데도 이젠 오히려 내가 화가 나서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2시쯤 자리에서 일어나 씩씩거리며 대체 왜 이러느냐,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폭풍 문자를 대 여섯 개 연달아 보내자 바로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자기는 그 동안 대만으로 홍콩으로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느라 바빴고, 식사 중에 통역하랴 밥 먹으랴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많이 말하고 음식은 빨리 먹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생선을 먹다가 제대로 가시를 발라내지 못하고 꿀떡 삼켰는데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호흡곤란이 왔다고 한다. 작은 병원에 갔었는데 확인이 안된다고 큰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어렵게 응급실 가서 CT 사진 찍고 바로 수술 들어 갔다는 것이다. 치료 다 끝나고 상황 정리해서 나한테 말하려고 했단다. 나는 화를 냈다.


“그러면서 매번 링거 꽂고 있는 불쌍한 환자복 차림의 사진은 왜 계속 보냈는데? “내가 사장님이야? 일 끝나면 보고하게?”


사정을 듣고 나니 화난 마음은 사라지고, 그 상황이 상상이 가면서 쉰을 넘긴 남편이 가엽게 느껴졌다. 우리는 부부니까 그런 일 있으면 바로 바로 말하라고 하고 끊었다. 그래도 남편의 행동이 완전히 이해가 된 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애들과 대화하면서 계속 나를 외면하는 게 느껴졌다.


결혼생활 5년 선배인 언니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어떤 상황인지 조언을 부탁했다. 언니는 바로 진단을 내려줬다. 나의 관심과 호들갑을 원하는 거라고. 사진을 봤으면 열 일 제쳐두고 자기한테 오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애들도 학교 다니고 있고 어차피 다음 주면 방학하는데 .그때 가면 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때 가더라고 말은 지금이라도 갈 것처럼 호들갑을 떨란다. 그 동안 결혼생활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명쾌한 언니의 조언으로 이혼 위기를 잘 극복했기에 이번에도 믿고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아침이 돼서 아무래도 안되겠다. 내가 가서 병간호를 해줘야겠다.”


실은 보호자가 없어서 위 검사도 수면 내시경으로 못하고, 마취 없이 고통 속에서 실시했다고…. 또 식도 가시 제거 수술 후 감염위험이 있어서 2주간 금식을 해야 하는데,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했단다. 먹는 낙으로 사는 사람인데 정말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인 이유들로 오란 말은 차마 먼저 못하는 거 같아 내가 이번 토요일에 먼저 가서 옆에 있어 주고, 애들은 일주일 있다가 방학하면 오는 걸로 하고 비행기표 예약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잘했다’고 메시지가 왔다. 의외였다.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애들 걱정하는 사람이 이번에는 ‘애들은?’이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알아서 결정하고 오길 바랬다 보다.


언니가 내 남편뿐만 아니라 남자가 50대가 되면, 아내가 아이들보다 남편이 우선이란 걸 확인 받고 싶어한단다. 몸도 마음도 약해져서 그런 거라고. 이때 애들 위한답시고 남편에게 특히 아플 때 소홀하게 넘어가면 두고두고 섭섭해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여전히 링거 꽂고 환자복 입고 영상통화 하지만 환하게 웃는 얼굴로 우리들과 통화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한다.


맞아! 병원에 혼자 있으면 참 슬플 거야. 빨리 가서 남은 며칠 같이 있어주고 남편의 갱년기를 잘 보낼 수 있게 해줘야겠다. 그래야 나의 중년을 바가지 안 긁히고 무사히 보낼 수 있지.

 

튤립(lks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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