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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 누구 책임인가

[2021-12-13, 11:45:40] 상하이저널

2021년 10월 6일,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 홍정운 군은 현장 실습을 나가기 위해 여수 선착장으로 나섰다. 홍 군의 학교와 요트 업체가 맺은 실습 계획서에 따르면 홍 군은 원래 요트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선박을 정박할 때 도움을 주거나 요트를 청소하는 일을 하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원래 물에 들어가는 것을 무서워하던 홍 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내기 위해 산소통을 메고 허리에 12kg 납 벨트를 맨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날, 그렇게 한 명의 청춘은 17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홍 군에게 스킨스쿠버 자격증이나 잠수기능사 자격증은 없었다.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1학년 때 학교에서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러 갔었는데, 물속에서 어려움이 생겨 자격증을 포기하고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이후에 심했다고 한다. 그런 홍 군이 잠수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취업을 목적으로 나간 현장 실습에서 사장의 말을 거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친구들은 말한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에게 현장 실습은 취업의 기회이다. 더군다나 요트 업체 사장이 홍 군에게 이후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던 터라, 홍 군이 이런 사장의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9조 3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를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 채용하거나 그 작업으로 작업내용을 변경할 경우 제 2항에 따른 안전보건교육 외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 필요한 안전보건교육을 추가로 해야 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140조 1항에서는 사업주가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에서 자격이 없는 사람은 작업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 65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18세 미만인 자를 도덕상 또는 유해, 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정해 놓았고, 해당 법 시행령에서 사용이 금지되는 직종으로 잠수 작업을 명시해 놓았다. 

고 홍정운 군은 왜 이런 기본적인 법도 닿지 않는 곳에서 일해야 했는가? 홍 군을 이러한 곳으로 내몬 자들은 누구인가?

특성화고의 로망, 그리고 현실

사실 이러한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한두 번 있어왔던 일이 아니다. 전문계 고등학교가 특성화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꾼 이래, 실습으로 나간 산업 현장에서 계속 사고가 터졌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 군, 이듬해 제주 음료 공장에서 제품 적재기 프레스에 몸이 눌려 사망한 이민호 군 사건 등 현장 실습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육부에서도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 이민호 군 사건 이후 이듬해 2월 현장 실습 규제를 크게 강화했다. 선도기업을 선정해, 현장실습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기업들에만 실습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선정 절차가 복잡하고 어려워 기업의 참여율이 크게 떨어지자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실습 기회는 줄어들었고, 결국 교육부에서도 다시 선도기업 선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현장 실사 횟수를 줄이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바뀌는 교육부의 정책 속에, 안타까운 죽음들만 이어졌다.
 
대부분의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은 빠른 취업을 위해 특성화고등학교를 선택한다. 성적이나 대학으로 줄 세우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기술을 배워 일찍부터 돈을 벌겠다는 마음에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로망 아래, 특성화고등학교의 수업 과정이나 목표 또한 취업에 맞추어져 있다. 국어, 수학, 과탐 등의 보통교과를 배우고 그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와 다르게, 특성화고등학교에서는 본인의 전공 학과와 관련된 전문교과를 보통교과와 같이 배운다. 2학년 때부터 실습을 시작하고, 3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인 실습과 취업을 위한 시험과 면접을 보게 된다. 이렇게 고등학교 과정 내에서 ‘취업에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한 인재들이 산업 현장에서 활약하게 된다’는 것이 원래 특성화고등학교의 설립 목적이다. 하지만 많은 특성화고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러한 로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한다. 

특성화고의 근본적인 문제점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 게시된 ‘25년 차 특성화고 선생님이 말하는 특성화고의 실체’ 영상과 ‘특성화고 학생들이 정부에 따질 수밖에 없는 이유’ 영상은 각각 41만회의 조회수와 91만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에서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들과 학생들은 하나같이 특성화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비판한다. 빠른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인데도 불구하고 질 좋은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특성화고의 특성상, 취업률이 학교를 평가하는 결정적인 지표 중 하나가 된다. 이러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회사에 취직시키거나, 사업을 따오기 위해 학생들에게 본인의 꿈과 관련 없는 자격증을 따라고 권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취업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졸이라는 꼬리표와 부당한 대우가 학생들을 계속 따라다녀 결국에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많다. 따라서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기 위해 기껏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해놓고도 대학을 가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영상 속에서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상현 이사장은 학생들이 취업을 하는 기업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이 보통 환경이 좋지 못한 작은 사업장이나 중소기업에 취직을 하게 되면서, 처음 경험하는 노동의 강도나 스트레스가 성인 노동자보다도 심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이번에 희생된 고 홍정운 군의 경우에도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다.

그럼에도 사실 특성화고 학생들은 현장 실습을 나가길 원한다. 학교에서 하는 일반적인 교과 수업보다는 직접 현장에 나가 기술을 배우고, 그 기술을 토대로 취업 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특성화고 교사들은 질이 좋지 않은 회사인 줄을 앎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원하면 현장 실습을 말리기 어려운 현실을 고백한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일자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

이러한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특성화고 학생들이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교육 정책이나 이슈는 일반적인 대입에 집중되어 있다. 사회에서도 이들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지 못하고 관심을 주지 않는다. 교육부에서 그저 현장 실습 규제를 강화하고 완화하는 과정만으로는 전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순하다. 이들에게 관심을 더 주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고 조금 더 건설적인 개선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처우를 고민하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일반 국민 또한 마찬가지다. 일반 국민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에게 빛을 비춰줘야 한다.

고 홍정운 군의 안타까운 사고는 단순히 잠수 작업을 시킨 사장이나 일을 보낸 학교의 잘못만이 아니다. 특성화고의 문제점은 그전부터 제기돼왔다. 이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보내주지 못한,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학생기자 전시우(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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