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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에서 운전하기

[2022-11-19, 08:03:33] 상하이저널
상하이에 와서 중국어도 잘 못하고 길도 낯설고 하니 운전은 엄두도 못 냈다. 일 년이 지나 아이가 칭푸로 학교로 옮기게 되면서 스쿨버스를 태우기 위해 푸동 시내까지 아이를 뎬동처(电动车)로 매일 데려다 주어야 했다. 비 오는 날 디디(滴滴)를 불렀는데 너무 안 잡혔다. 도착하니 눈앞에서 스쿨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운전사에게 앞 차를 쫓아가달라고 다급하게 소리치며 도심의 추격전을 벌였다. 고민 끝에 차를 사기로 결정해 상하이 온 지 1년 만에 나는 급작스럽게 오너 드라이버가 되었다.
 

상하이 오자마자 여권 대신 신분증으로 쓸 겸 면허를 따두었다. 한국 운전면허증을 번역 공증해서 시험장에 가서 등록하면 간단한 신체검사 후 필기시험만 보면 된다. 상하이 번호판엔 상하이를 뜻하는 <沪>자가 써 있다. 상하이 번호판은 2000만원 정도인데다가 추첨이라 받기 너무 어렵다고 해서 외지 번호판을 받았다. 남편 회사 중국 직원과 함께 가서 차값, 번호판 비용 모두 해서 14만 위안으로 한국 돈 2500만원 정도의 1600cc 차를 구입했다. 상하이 밖 도시로 주숙등기도 옮기고 2시간 걸려 직접 가서 발급받았다. 외지 번호판은 고가도로 이용 제한 시간이 있고 최근 출퇴근 시간에는 아예 시내 쪽으로 들어갈 수가 없도록 바뀌었다.

운전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사고의 위험이 아닐까 싶다. 한번은 지나다가 쓰러진 오토바이 옆에 한 사람이 아스팔트 바닥에 그대로 누워있고 차량 운전자는 자기 차량 흠집만 살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겉으로 보아 큰 부상이 있는 것 같지 않았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누운 채로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내 보는 것이 아닌가!  웃기기도 한 반면, 내가 사고 낸 운전자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그 후론 더욱 조심 운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하이는 독특하게도 맨 왼쪽 차선에서 우회전을 하거나, 맨 오른쪽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중간 차선에서 좌회전을 하기도 한다. 바닥에 화살표를 잘 보지 않으면 딱지 끊기가 쉽다. 일년에 벌점 12점으로 몇 번만 위반하면 면허 취소다. 그러다 보니 브로커들이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으로 벌점을 까주는 일을 해준다. 나 역시도 처음에 곳곳에 많은 감시카메라의 존재를 모르고 마구 다녔는데 벌점이 많이 쌓여 브로커에게 큰 돈을 지불하고 해결했다. 속은 쓰렸지만 교육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한국과 또 다른 점은 아파트에 자기 주차장 자리를 토지처럼 몇 천 만원에 사야 한다. 아니면 다른 사람 자리를 빌리거나 비지정 자리에 주차해야 한다. 점점 차가 많아져서 주차할 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거주하는 아파트임에도 주차가 어려워지고 다른 집에 방문할 때에도 미리 말해야 하고 때론 주차를 못하게 되기도 한다. 주차를 한다 해도 보통 주차비를 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상하이번호판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를 사거나 렌트를 하거나 띠디 차량을 이용하는 편이 편한 듯 하다.

여러 가지로 번거로웠지만 시내에서 멀리까지 자전거로 학원을 다니는 아들을 차로 데려다 주기도 하고 작은 아이를 발레 레슨이나 공연장에 데려갈 수 있어 유용했다. 무덥거나 비가 많이 오면 남편을 회사나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기도 한다.

두 아이는 차를 타면 핸드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요즘 자기들이 듣는 노래를 함께 들었는데 사춘기 아이들과 뭔가 말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차 지붕 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빗방울을 보는 것도,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과 꽃잎을 보는 것도 좋았다. 이제 큰 애도 한국으로 대학을 갔고 작은 애 학원도 가까워 예전만큼 운전할 일이 없다. 상하이를 알아가기 위해 여기저기 다녔던 그때가 내 상하이 살이의 추억의 한 장면으로 오래 남아 있을 것만 같다. 
 
마음이(shimmy0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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