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27일은 ‘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로 법정기념일 중 하나다. ‘원자력의 날’로 줄여 부르곤 하는 이날은 2009년 당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한국형 원전이 첫 수출이 확정된 날을 기념한다. 당시 정부는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수출을 계기로, 원자력 안전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원자력 발전소 수출 등 원자력 산업의 진흥을 촉진하기 위하여”라며 법정기념일 신설의 의미를 밝혔다. 원자력 에너지가 에너지 개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법정기념일로까지 지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 원자력일까?’라는 의문을 해결하면서 원자력 발전의 기회와 위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원자력 에너지란?
원자력 에너지의 발견은 1895년 독일의 과학자 뢴트겐이 진공관으로 실험을 하던 중 최초의 방사선(X-선)을 발견한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러더퍼드, 슈트라스만 등의 학자들이 우라늄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큰 에너지가 방출되는 것을 확인하며 핵분열을 통한 원자력 에너지의 방출을 증명해냈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원자력 에너지는 핵분열이나 핵융합이 일어날 때 원자핵의 에너지가 변하면서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화력발전에서는 석유, 석탄, 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열에너지를 얻는다. 이를 통해서 보일러의 물을 끓이고, 열 에너지를 역학적 에너지로 전환시켜 증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한다. 원자력 발전에서도 화력발전과 마찬가지로 터빈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지만, 화석연료 대신 우라늄-235를 연료로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국과 중국이 선택한 미래에너지 ‘원자력’
문명의 성장으로 인류의 기술은 유례없이 발달했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다.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가 화두에 오른 지금, 화력발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것은 사회의 최우선 과제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화력발전의 대체제로 제기된 것이 바로 원자력 에너지이다. 1978년 고리원자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 이래로 우리나라는 원전 기수를 꾸준히 늘려가며 원자력 발전 강국으로 성장해왔다. 현재는 원자력 발전소의 전기 생산량이 총 전기 생산량의 34.8%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원자력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윤석열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지워버릴 만큼 친원전 정책을 펴면서 원전 사업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정권의 주요 정책이었던 ‘탈원전’을 뒤집는 ‘탈원전 백지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삼았으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2025년 고리 2호기부터 매년 1기 이상 연장 운영 심사의 완료, 문재인 정부 당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 등 원전 개발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으로 불리는 중국 또한 최근 원자력 발전 증설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향후 15년 동안 518조 원 정도를 투자해 최소 150기의 원자로를 신설할 계획이다. 해당 계획이 실현된다면, 2025년 즈음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국으로 등극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는 원자력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 시설의 증진을 꺼리는 선진국들의 추세와 정반대의 행보이다.
왜 원자력 에너지일까?
원자력 에너지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력 발전의 친환경성이다. 지난 6월 유럽연합(EU)의회가 원자력 발전을 온실가스 절감과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경제활동을 분류한 목록인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을 의결한 만큼, 원자력은 ‘친환경 그린 에너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화력발전의 약 1/1000에 불과하며, 태양광과 비교해도 1/5 수준이라고 한다. 중국이 위와 같이 원자력 발전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재생가능에너지들과 더불어 원자력을 주력으로 세우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더 나아가 원자력 에너지의 공급이 안정적이고, 경제성이 탁월하기 때문에 원자력은 에너지 분야는 물론 전체 산업 분야에서 매우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다. 기타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원자력의 날’만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이유도 이와 같다. 원자력 발전은 초기 투자 비용이 다소 비싼 대신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운영 비용이 저렴하다. 2015년 기준 원자력의 발전 원가는 55원/kwh로 가장 비싼 태양광 발전의 23%다. 심지어 밤•낮•계절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고, 화석연료에 비해 우라늄의 에너지 밀도가 상당히 높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한국과 중국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선택한 것은 이제는 당연한 처사로 보일 수도 있다.
원전사고, 일본만의 일은 아니다
물론 원자력 에너지라고 긍정적인 면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우며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은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의심받고 있다. 특히 50여 년 전, 그리고 최근 몇 년 전까지도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주요 원전 사고들이 원자력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또한 이 위험에 멀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 동안 한국 원전의 잦은 고장과 위조 부품 사용 등이 원자력에 대한 위험과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원전에서 314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경미한 사고’라는 설명과는 달리 정확한 조사 및 사건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의 가능성과 반대로 ‘탈원전’을 시도하는 선진국들의 걱정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다. 원자력 에너지가 우리에게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은 분명하지만, 한 번의 사고를 피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원자력 에너지의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면서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은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학생기자 이성현(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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