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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184] 방구석 미술관 2

[2023-03-26, 08:10:35] 상하이저널
조원재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조원재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반 고흐는 아는데 왜 김환기는 모를까요?” 

<방구석 미술관 2-한국>의 저자 조원재는 이런 뼈아픈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고흐나 세잔 혹은 모네의 작품을 보고 논하면서 정작 우리 화가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나에게도 한국의 현대미술은 그저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정도의 화가 대표작 한두 점으로 매김하고 있었다. 

우연히 서양 미술사나 화가에 대한 책은 그렇게 많은데 그럼 한국 화가에 대해 쓴 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찾고 있던 내 생각이 처음 만나는 지점이 이 책이었다.

저자는 우리 스스로가 아닌 서구 주도로 이루어진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문화적 유산은 과거의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며 단절되었다고 말한다. 서구의 문물은 새롭고 진보된 것으로 여겨지며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현상이 20세기 내내 일어났으며, 그런 근대화 현상은 서구에서 만든 것이 우리가 만든 것보다 좋다는 착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가 미술 하면 서양미술을 먼저 떠올리고, 서양미술만 즐기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꼬집는다.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우리가 한국 현대미술과 화가들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제대로의 출발이 될 것이다. 

△원조 사랑꾼, 소의 화가 이중섭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추상미술의 선구자, 사업 천재 유영국 △‘심플’을 추구한 반 고흐급 외골수 장욱진 △경매 사상 최고가 김환기 △서민을 친근하게 국민화가 박수근 △독보적 여인상을 그린 화가 천경자 △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돌조각을 예술로, 모노파 대표 미술가 이우환 등

이렇게 10명의 한국 현대 화가의 간단한 일대기와 작품 사진을 싣고 있다. 입문서답게 쉽고 흥미롭다. 해설이 곁들여진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구습에 정면으로 맞서며 오롯이 신여성의 삶을 살았던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 막상 여성으로서는 우여곡절 많은 삶을 살다가 행려병자,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화가가 되어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겠다고 무일푼으로 집을 떠난 열아홉 청년 이응노가 어느 마을에 있는 산재당에서 그림을 그려주고 여비를 마련해서 서울로 떠났다는 일화. 끝없는 변신으로 유럽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는 월드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 혐의자로 지목되어 옥고를 치른다. 한국 사회에서 간첩 화가로 낙인찍혀 그의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자취를 감추고 한국 땅을 밟는 것도 금지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989년 1월, 드디어 그리운 고국에서 작품 전시회를 열기는 하지만 이 해 86세 그는 파리의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은 놓지 않고 우리나라 추상화의 개척자가 되었던 유영국, “산에는 뭐든지 있다. 봉우리의 삼각형, 능선의 곡선, 원근의 면, 그리고 다채로운 색”이라던 그는 자기만의 조형 언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

“나는 고요와 고독 속에서 그림을 그린다. 자기를 한곳에 몰아세워 놓고 감각을 다스려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며 어떤 영감도 어떤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을 때, 15~20일 술만 마시면서 거의 자학과도 같은 주벽을 마치고 난 후에는 식음 전폐하고 미친 듯이 그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는 장욱진. 그런데 막상 그의 그림은 너무도 간결하고 천진하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분명 우리 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시대가, 우리나라가 보인다. 그들이 마치 언니인 듯 선배인 듯 감정이입이 된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곰브리치 E. H. Gombrich는 그의 저서 <서양미술사 The Story of ART>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이 미술이라 부르는 말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것을 의미하기도 하였으며, 고유 명사의 미술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그런데 <방구석 미술관2-한국>을 읽고 나서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어졌다.

“미술가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대를 처절히 살아온 ‘미술쟁이’가 있을 뿐이다.” 
   
오세방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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