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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커우(호적)' 제도 사라지나

[2023-04-06, 12:27:23] 상하이저널
중국의 후커우(户口) 제도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제도, 본적 제도와 신분과 거주지를 증명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후커우 제도는 중국의 정부가 국민의 거주지 이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 후커우 제도는 전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복지 격차 등의 차별화된 대우가 내포되어 있다. 최근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속에서 위기를 맞은 중국이 후커우 제도 완화 카드를 들었다.

중국 후커우 제도

후커우 제도는 도시와 농촌의 대립을 심화하게 만들었다. 또한, 후커우 제도로 베이징, 상하이 등의 대도시에서는 농민공에 대한 취업이 엄격하게 제한되었고 심지어는 농민공에게 개방하지 않는 업종도 있었다. 비록 2005년 3월 시 인민대표회에서 <베이징시외래인원관리조례>와 같은 정책이 폐지되었지만, 도시민을 우선시하는 관행은 여전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어 취업  경쟁에서 농민공은 지금까지도 평등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해 자신의 의지 혹은 능력과는 관계없는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해당 도시민 후커우가 있어야만 그곳에서 의료, 교육, 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 공공혜택을 받을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중국 이주 노동자 규모는 2억 9,560만 명으로 3억 명에 육박하며, 그중 58%는 취업을 위해 고향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중 도시 후커우를 취득한 비율은 2020년 기준 전체 도시 인구의 45.4%에 불과해 노동자 규모에 비해 도시 후커우를 취득한 비율은 현저히 낮다. 

 후커우 제도 개혁 일러스트(출처: 바이두)

농민들의 족쇄 후커우 제도

1950년대의 중국은 당시 계획경제 체제에서 중공업을 발전시키는 농업국이었기 때문에 국민경제의 기초와 경공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농민을 농촌으로부터 떠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사회적 장치인 후커우 제도를 도입해 농촌 호구를 가진 농민은 농촌에 있어야 하고, 도시 호구를 가진 도시민은 도시에만 있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도시와 농촌 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했다. 

하지만 인민공사가 해체되고 체제 역시 계획경제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로 바뀌어 농민들의 생산량이 대폭 향상되었고, 이에 따라 발생된 여유로운 농민들은 다른 일에 종사하거나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로의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그들은 각종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이는 농민공에 대한 사회복지 등의 처우와 취업 차별이 그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농민공들이 춘절 귀향하는 모습(출처: 네이버)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농촌과 도시의 큰 차이점은 농촌은 토지를 대거 보유하고 있어 국가가 그에 맞는 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여 주택과 농업을 보장하지만, 도시에서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택지 구분이 매우 엄격해 이미 전출된 농촌 후커우라면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사회복지 혜택과 주택 구입 제한이 있다. 그로 인해 수억 명의 농민공들은 이미 도시에서 일을 하고 집을 소유하여 정책 규정에 따라 도시에 정착할 수 있지만, 최근 몇 년 간 농촌 우대 정책과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이 증가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농민공이 다시 농촌으로 호적을 이전하려는 추세이다. 농촌의 호적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텃밭 매매 후 별장을 지을 수 있어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토지와 농지 등의 이익을 막기 위해 국가는 현재 도시 후커우가 농촌 후커우로 전환되는 것을 통제하고 농민공들의 도시 이전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후커우 제도의 개선으로 농민공들 또한 도시 후커우로 전환해 자녀들의 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사실상 이를 제외하면 다른 복지혜택은 별로 없는 셈이다. 
 
토지와 후커우 일러스트(출처: 바이두)

후커우 제도의 통합 개선

중국의 후커우 제도는 과거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거주 이동 제한과 신분 차별 문제로 개선이 더뎌 많은 농민공의 불만을 샀었다. 하지만 지난 1월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 중국 런민은행 등 19개 부처는 공동으로 중국 재정착 지역의 여건을 개선하여 더 많은 농촌 주민이 도시로 이주할 때 후커우를 더욱 쉽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이는 후커우 제도를 완화하여 도시민과 농민공의 보장 혜택 차이를 줄이는 통합 후커우 정책이다. 심지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일선 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시는 농민의 정착을 제한하지 않고 그들의 도시 진입을 지원하는 우대 정책을 내놓았다. 

또한 농민공들의 도시 공공서비스 접근권 보장과 고향에서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한다고 밝혔다. 후커우 제도를 개선하면 거주지 이전이 자유로워져 농민공들은 더 이상 후커우 제도의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게 되며, 해당 도시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거나 거주할 시, 해당 도시 후커우를 발급받을 수 있다. 홍콩중문대 세계금융연구소 소장 테렌스 정 태릉(CHONG Tai Leung)은 “서비스 부문이 (경제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에 노동력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이미 여러 번 후커우 개혁을 시도했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그래서 이번 새로운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인구감소와 40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 코로나19로 인한 가계 재정난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도시와 농촌의 복지 격차를 줄이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학생기자 김시현(저장대 대외한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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