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올해 초 코로나 봉쇄 정책을 해제한 이후 외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3 연임 성공 후 모스크바에서 푸틴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베이징에선 사우디와 이란의 외무 장관이 모여 왕이 위원의 중재 하에 관계를 정상화했다. 근래 들어 중국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외교 문제에 개입하는 등 운신의 폭을 넓히는 양상이다.
[사진= 러 크렘린 궁전에서 시진핑과 푸틴(출처: 신화통신)]
시진핑, 봉쇄 해제 이후 첫 방문지로 모스크바행
3월 20일 시진핑 주석은 2박 3일간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크렘린 궁전 내 가장 화려하다는 성 게오르기 홀에서 시 주석을 맞이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 종료 후 푸틴은 자동차까지 시 주석을 배웅하는 등 그를 극진히 대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1년이 지났음에도 전황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푸틴은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필수이다.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조여오는 와중 대중 무역은 푸틴 정권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중러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자고 합의했다. 또한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채 ‘평화적 해법’을 강조하며 한껏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진= 사우디-이란 중재하는 왕이 위원(출처: 로이터 통신)]
베이징서 사우디-이란 중재... 미국 외교가는 “당혹”
중국은 기존에 공을 들이던 러시아뿐 아니라 중동 지역에도 새롭게 개입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3월 11일 이란과 사우디의 관계자는 베이징에서 7년 만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실무단은 3월 6일부터 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의 동석 하에 관계 회복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동 영향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중동 지역의 플레이어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3월 28일 사우디는 중국이 주도하는 안보 체계인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동 지역에서 굳건한 지위를 자랑하던 미국을 패싱하는 모양새다. 오랜 동맹의 ‘외도’에 대해 미 백악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는 바이든 대통령 대신 시 주석과의 공감대를 늘리는 등 연일 중국의 기를 세워주고 있다.
[사진=방중한 마크롱과 우르줄라 폰데라이언 EU 집행위원장(출처=BBC)]
시진핑-마크롱 정상회담.. 美-서방 균열 노림수?
이달 들어 중국의 외교 발걸음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4월 6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3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는 우르줄라 폰데라이언 EU 집행위원장 또한 동행했다. 시 주석은 최상급 의전을 보여주며 중국과 EU 관계 발전에 열을 올렸다. 마크롱 역시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며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과 서방의 결속을 우회적으로 부정했다. 독일의 메르켈 전 총리 퇴임 이후 EU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마크롱이 꼽히는 가운데,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EU와의 교류를 적극 강조했다. 마크롱 역시 에어버스 CEO 등의 재계 인사들을 대동하며 상호 경제 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사진= 크렘린에서 회담하는 시진핑과 푸틴(출처: 신화통신)]
높아지는 中 존재감, 일각에선 “중국 외교 역량 의구심도”
마크롱은 이번 방중에서 시 주석을 향해 푸틴의 전쟁 의지를 제지해달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또한 시 주석에게 평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현 국면에서 중국은 연속적인 회담을 통해 외교적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번 중러 회담에서 시진핑과 푸틴, 두 정상은 국제 무대 내 다극 체제 질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일극 체제는 결연히 반대한다고 뜻을 모은 것이라 유추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 견고한 미국의 견제 하에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만큼 발휘될 수 있는가는 미지수’ 라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국립 외교연구원의 인남식 교수는 “중동 문제와 같이 미국조차도 손을 땐 지역 문제에 대해 중국의 해결 의지와 역량이 과연 충분한지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전에 비해 국제 무대에서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더불어 중국은 정상 간 만남뿐 아니라 수많은 국가의 외교 실무자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두 패권국의 경쟁이 날로 치닫는 현재, 국제 외교가는 중국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학생기자 최장현(난징대 국제정치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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