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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64] 몸으로 읽는 세계사

[2024-12-21, 08:44:48] 상하이저널
캐스린 페트라스, 로스 페트라스 | 다산초당 | 2023년 1월
캐스린 페트라스, 로스 페트라스 | 다산초당 | 2023년 1월
사소한 몸에 숨겨진 독특하고 거대한 문명의 역사
원제: A History of the World through Body Parts

<몸으로 읽는 세계사>는 즐겁고 가벼운 자리에서 나눌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잔뜩 담은 역사책이다. 출판사에서 소개하듯이 “사소한 몸에 숨겨진 독특하고 거대한 문명의 역사”까지는 아니지만, 책은 확실히 독특하고 무척 재미있었다. 우리 몸의 각 부분을 키워드로 해서 총 27개의 짤막한 세계사가 이어진다.  

역사적 사건이 벌어졌던 그 당시 어느 신문의 가십 기사를 읽는 듯, 익숙한 인물들의 ‘사소한’ 몸과 관련된 잘 몰랐던 이야기들이 짤막짤막하게 이어지는데, 수많은 역사책 이곳저곳에서 익히 들어온 인물들이었음에도 처음 알게 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마틴 루터의 장]

16세기 종교개혁을 이끈 마틴 루터는 사실 오랜 세월 변비로 고생 중이었다.  그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변기 위에서 장 운동에 힘쓰며 신약성경의 로마서를 묵상하는 중에, 면죄부 판매의 부당함과 진정한 구원은 하나님의 은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는다.  

물론 이상주의자였던 젊은 수도사 마틴 루터가 가톨릭교회의 부패한 실상에 대해 고심했던 수많은 시간들이 없었다면 한순간의 깨달음이란 것도 없었겠지만, 어쨌든 위대한 그 순간은 그가 변기에 앉아 씨름 중에 찾아왔고, 그 사실을 본인이 스스로 자랑스럽게 밝혔다고 한다.       

[조지 워싱턴의 의치]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조지 워싱턴은 치아 건강이 많이 안 좋았다고 한다. 고작 20대일 때부터 이를 여러 개 뽑았고, 40대에는 부분 틀니를 해야 했다고 한다.  그 시절 치과 수준이 어떠했을지 대충 짐작이 가는데, 도대체 틀니를 뭘로 만들었을까….  

부유한 사람들의 경우, 하마나 말, 당나귀 등의 이빨을 깎아서 쓰기도 했다지만 대부분 진짜 사람의 이를 사용해서 틀니를 만들었다고 한다!  도대체 ‘누구’의 이를 구해서 본인들의 틀니를 만들었을까?  노예제를 반대했지만 많은 노예를 둔 부유한 농장주였던 조지워싱턴은 무척 인색했다고 하는데, 그의 농장 거래 장부를 보면 그가 자기 농장의 노예들에게서 치아를 값싸게 구입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노예들이 치아를 안 팔겠다고 할 수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 당시 광고에 올라오던 백인들 치아 값의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으로….
   
[아인슈타인의 뇌]

1955년 4월18일 아인슈타인이 입원했던 병원에서 사망했을 때,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병원 측의 간단한 부검이 있었다. 부검이 끝난 후 아인슈타인의 시신을 받은 가족들은 그의 바람대로 화장을 한 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않고 조용히 흩뿌렸다고 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뇌가 이미 적출되어 그 병원에 있다는 것을 그다음 날 신문 기사에서 보고는 아마도 대단히 황당하고 화가 났을 것이다.  

세계적인 천재의 뇌를 독단적으로 적출한 사람은 그 병원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였다. 가족들의 항의에 대한 하비의 대답은, 대단한 천재의 뇌를 얻어 연구할 기회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다는 것… 가족들은 천재의 뇌를 과학계에 내줄 의무가 있다는 하비의 주장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윤리적인 논란까지 일으키며 천재의 뇌를 ‘도둑질했던’ 하비는 여러 저명한 신경 병리학자들에게 아인슈타인의 뇌 샘플을 보냈으나 정작 본인은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심장을 따로 보관했다는 앤 볼린, 위대한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 감추고 싶어했던 한쪽 발의 장애 등 흥미진진하고 덜 알려진 이야기들이 많이 있어서, 말해봐야 화만 나는 세상 이야기하기 싫을 때 분위기 전환용으로 적극 추천한다. 
       
양민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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