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선으로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의 우선주의, 보수주의, 일방주의가 내년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대하는 가운데 중국 다수 경제 전문가가 내년 거시경제 키워드로 ‘소비 진작’과 ‘부동산 안정’을 꼽았다.
23일 중국일보망(中国日报网)은 최근 열린 ‘2024년 중국 자산관리 50인 포럼’에서 양웨이민(杨伟民) 제13기 중국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임, 왕총민(王忠民) 전 사회보장기금회 부이사장, 궈레이(郭磊) 광파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우거(伍戈) 창장증권 수석 경제학자, 주하이빈(朱海斌) JP모건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전문가들이 내년 중국 경제의 주요 과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소비 진작과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멈추고 안정세로 돌아서는(止跌回稳)’ 것이 내년 중국 경제의 핵심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거시 정책 차원에서는 ‘비상한(超常规, 일반 수준을 넘어서는)’ 재정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재정 적자율을 올리고 재고 문제를 해결하며 가격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진작 차원에서는 연금 부담을 완화하고 개인연금 투자를 촉진하며 소비 수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정 보조금 지급 및 세금 혜택 정책 등을 시행해 소비를 진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주하이빈은 “최근 몇 년간 중국 부동산 시장의 깊은 조정은 중국 거시경제에 최대 난제로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의 잠재적 부채, 중소 은행의 자산 건전성 등의 문제까지 퍼졌다”면서 “내년 부동산 거래 또는 집값이 하락을 멈추고 안정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부동산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완전히 끝났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이 영향은 앞으로도 1~2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이론적으로 재고 증가, 집값 하락, 수요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적어도 하나의 지표가 반대로 전환되거나 안정화되면 된다”면서도 “그러나 실상은 단순히 수요 측면의 정책에만 집중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없으며 집값과 재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웨이민(杨伟民)은 “현재 중국 경제의 내수 부족은 투자 부족, 정부 소비 부족이 아닌 주민들의 소비 부족을 의미한다”면서 “내년 경제 성장의 압박은 여전히 주민 소비에 있으며 주민 소비를 크게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내년 경제가 계속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재차 강조했다.
내년 경제 핵심 과제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
중신건투(中信建投) 증권은 24일 발표한 ‘2025년 거시경제 10대 전망’에서 내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는 여전히 5%로 제시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신건투는 내년 중국 경제 10대 전망으로 ▲미국 우선주의의 귀환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비(非)미국 국가 환율 및 자금 흐름 리스크 확대 ▲내년 중국 GDP 성장 목표 5% 제시 ▲핵심 과제는 인플레이션 기대 향상 ▲내수 확대 및 소비 진작, 경제 순환 활성화 ▲부동산 시장 안정기 진입 ▲중기순환(朱格拉周期) 상승, 제조 강국 토대 확립 ▲재정 정책 확장, 재정 적자 및 부채 상승 ▲통화 정책 완화, 지준율·금리 인하 및 가격 안정 ▲정책 효과로 공급·수요 측면 수혜 등을 제시했다.
중신건투는 내년 정부 정책의 주안점은 가계 부문으로 내수 진작을 위한 강력하고 효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내수 정책의 지원을 업고 내년 중국 투자와 소비 모두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며 지방 정부 부채 압력 완화로 인프라 투자 증가율은 5%로 상승하고 제조업 투자는 약 9% 증가하며 부동산 투자 감소 폭은 –5%로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 소매 판매 증가율은 5.5%까지 회복되고 관세 영향으로 수출 증가율은 3%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신건투는 중앙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적절히 완화된 통화 정책 시행으로 내년 중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조업 투자가 강력한 지지대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과 우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올해 1~11월 설비 고정 자산 투자의 누적 증가율은 15.8%에 달했고 첨단 제조업 투자의 누적 증가율은 8.2%에 달했다고 중신건투는 강조했다. 또, 새로운 중기순환(朱格拉, Juglar) 주기가 시작되면서 차세대 정보 기술, 프리미엄 제조, 신재생에너지, 신에너지 자동차 등 산업의 활발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통화 정책과 관련해 중신건투는 최근 중앙 정부가 14년 만에 처음으로 통화 정책에 ‘적절한 완화’ 기조를 언급했다고 지적하면서 오는 2025년 지준율과 금리 인하 여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경험과 2025년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연간 금리는 40BP, 지준율은 100BP 인하될 것으로 예측되며 인하 시점은 1분기와 3분기로 초기 예상했다.
노무라 "내년 中 재정 적자율 4% 내외"
루팅(陆挺) 노무라 중국 수석 경제학자는 내년 중국 경제 전망 및 정책 예측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루팅은 “내년 재정 적자율은 올해 3%에서 4% 내외로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내년 초장기 국채 발행 규모도 올해 1조 위안에서 내년 1조 5000억 위안으로 증가하고 지방 특별 채권도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금융 측면에서는 정부의 자금 조달이 약 3조 5000억 위안 정도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팅은 “금리 인하는 여전히 통화 정책의 키워드는 지목되지만 한계가 있으며 특히 현재 위안화 가치 하락의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면서 내년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총 0.3%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루팅은 내년 경제 전망에 대해 단순히 재정 자극에만 의존하지 말고 주요 개혁 조치로 중국 경제의 안정적 운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떻게 돈을 쓰느냐”는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더욱 중요하며 재정 자극 지출 방향이 재정 자극 자체의 규모와 강도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내수 확대, 소비 진작을 위한 방안으로 루팅은 주택 인도 보장(保交房) 청산, 중산층 안정, 기본 연금 인상, 기본 의료보험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