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세무조사-노사갈등-反한국정서 확산… 폐업철수 속출
[베이징=최헌규 특파원] 지가와 임금, 세제혜택 등에 걸쳐 저비용 중국 진출 메리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국 경영에 대한 경고음은 더이상 ‘시그널’이 아니라 ‘실제상황’으로 매섭게 현장을 강타하고 있다.
“1위안만 벌면 철수할 겁니다.” 이달 초 베이징(北京)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난 액세서리 업체 K사장은 “투자 본전만 건져도 중국사업을 미련없이 접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95년 베이징 핑구(平谷)에 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중국은 기업천국과 같았다”면서 “그러나 요즘 시장의 환경 변화를 대하면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이 회사는 그동안 한번도 없었던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고 최근에는 지난 3~4년치 세금을 소급납부하라는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K사장이 ‘관시(關系)’를 동원해 당국에 문의해봤으나 ‘방법이 없다’는 차가운 응답뿐이었다.
신규 건설 및 공장 확장을 위해 부지를 구하는 일도 예전같지 않다. 다롄(大連)의 한 플라스틱 성형업체는 시내개발구에서 위성도시로 공장을 옮기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외곽 푸란덴(普蘭店)지역에 부지를 알아보니 땅값은 1년 전보다 무려 배나 올라 있었다.
베이징의 의류업체 가우는 노사갈등에 휘말려 사업을 정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위와 파업으로 더이상 라인을 가동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각종 악재를 만나 사업을 접는 사례가 늘어나고 현장 분위기 또한 갈수록 냉각되고 있다.
재작년 삼보컴퓨터 경영실패에 이어 최근 칭다오 한국 기업의 도주사건이 터지면서 반(反)한국기업 정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VK에 이어 팬택도 중국 휴대폰시장을 떠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의 시장 실패를 대서특필했다.
산자부 산업연구원 코트라 무역협회 등 유관기관은 오는 21일부터 1주일간 베이징과 칭다오, 옌타이(煙臺), 광둥(廣東)성에서 한계기업에 대한 심층 경영환경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현지 업체는 이런 활동이 요식행위를 넘어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주기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