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국내 금융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법인 형태의 은행을 설립키로 한 것은 해외 사업을 서둘러 강화하려는 장기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만큼 메이저 은행들의 해외 진출은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중국 법인 은행 설립은 기존의 기업 대상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소매 금융 분야를 적극 공략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에서 소매 금융영업으로 자리 잡으면 해외 진출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중국 현지 법인을 세우기로 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차이나 러시'는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 소매금융 시장 진출
그동안 우리은행은 중국 현지에 있는 4개 지점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교포들을 대상으로만 영업할 수 있었다.
중국 기업에 대한 위안화 대출 등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중국 정부의 개별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중국 금융시장 개방에 맞춰 '외자은행 관리조례 규정'을 신설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현지법인 은행을 설립하면 외자 은행이라 하더라도 중국 소매금융 영업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 현지 법인 설립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우리은행은 앞으로 13억 중국 본토인들을 대상으로 한 소매 금융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중국 기업을 상대로 한 기업 영업도 한결 자유로워진다.
이종휘 우리은행 수석 부행장은 "주로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 내 영업은 국내 금융회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거의 한계에 이르렀다"며 "중국 현지법인 은행 설립은 우리은행이 아시아 대표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중 현지 법인 설립을 완료한 뒤 톈진을 비롯 중국 지점망을 4개에서 7개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나아가 중국 현지 금융회사와 전략적 업무를 추진하거나 아예 중국 금융회사를 인수·합병(M&A)해 현지 토착화된 은행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또 중국에 진출해 있는 아시아 맹주 은행으로 발전해 외국 유수 은행과도 어깨를 나란히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중국 현지법인 은행 설립을 신청한 외국계 은행은 씨티은행과 HSBC,스탠다드차타드,ABN암로 등 총 9개다.
○다른 국내 은행 중국 진출 가속화
우리은행이 중국 현지 법인을 세우기로 함에 따라 국내 다른 은행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중국 진출을 적극 추진해 온 상황에서 영업 주도권을 갖기 위해 고삐를 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 맞서 중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2003년 1월 중국 은행인 칭다오 국제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동북 3성 지역에 선양 지점을 개설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홍콩 지점을 합해 중국 내 5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 안에 동북3성 지역 내 현지 은행을 추가로 인수해 중국 내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현지 은행 인수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의 경우와 같은 현지 법인 은행 설립 등 다양한 중국 진출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국민은행은 조만간 광저우 출장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키면서 중국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에 5개 지점을 보유한 기업은행도 올해 안에 중국 지역본부를 세워 현지 금융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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