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비어있던 옆집에 드디어 한 가족이 이사를 왔다. 당장 달려나가 `환잉광린' 인사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반가웠다.
평소 이웃과 다정히 지낼만큼 살가운 성격도 아닌 내가 그 이웃이 반가웠던 이유는 단 하나. 딸 아이 또래의 다섯살 된 남자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한국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유치원생 정도의 어린 아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우리 단지의 특성상 옆집을 채워준 그 분들이 고맙기까지 했다.
나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은 남편이다. 타국땅에서 잔술 기울일 친구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 괜한 소문 번질 한국사람도 아닌 말레시아의 옆집 남자에게 푹 빠져든 눈치였다.
어느 날 저녁 차 한잔 하자고 옆집 가족들을 부르더니, 갑자기 주말 저녁 초대를 약속한다. 지나칠 만큼 사람을 경계하는 나와는 달리 너무 쉽게 사람을 믿고 한 두번 만남에 가족대하듯 하는 남편. 서로 적응 할만도 한데 이 차이로 우리는 5년째 갈등을 겪고 있다.
사람간의 간격, 가까운 친구와 이웃간의 거리, 참으로 애매하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관계유지란 어려운 일이다. 추운 겨울 따스한 온기가 그리워 서로 몸을 꼭 붙인 고슴도치가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맛보듯, 남편은 그런 상처를 종종 겪는다. 그 찔리는 고통이 두려워 서로 떨어져 있으려는 나는 추위에 떨어야 하는 상황을 별수없이 참아내야 한다.
고슴도치처럼 사람의 몸에 돋힌 가시는 자기를 보호하고 방어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만들기도 한다. 고슴도치들이 이웃간의 적당한 간격인 `예의'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듯, 새로 이사온 옆집과 우리 가족은 조금씩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추위를 견디기에 가장 적당한 서로간의 거리를 찾아내는 과정을 겪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나, 오늘도 남편에게 한마디 던진다. "내가 찔리지 않도록 간격을 유지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