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진짜인가"
누군가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 할 것인지 생각 해본일이있는가? 느닷없는 질문에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하시는 분들이 많을게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가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짝퉁 신발을 신고, 짝퉁 옷을 입고, 짝퉁 담배를 피며, 짝퉁 술을 마시고, 짝퉁 볼펜을 쓰고, 짝퉁 돈으로 계산한다. 주변에 짝퉁 아닌 게 없을 정도로 온통 짝퉁 뿐이다. 만나서 하는 얘기들이 모두가 립 서비스이고 3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친구의 우정도 짝퉁으로 판명 되고, 사회에서 만나 오랜 시간 친분을 쌓아온 여러 지인들도 어느날 살펴보니 진실을 위장한 짝퉁 뿐이다. 이런 판국이고 보니, 과연 내 자신은 짝퉁이 아닌지 의심을 안 할 수가 없다. 독자들께서는 짝퉁 세계에 살면서 짝퉁이 아닌 척 해본 적은 없는지...
10년전쯤인가? 정말 무식하여 명품을 잘 모르던 시절 우연히 프라다 가방을 하나 사서 들고 다녔다. 그게 짝퉁 프라다 인지, 프라다가 명품 인지도 전혀 모른체…, 어느날 중국 친구가 "그 가방 얼마주고 샀어요? 괜찮은데" 하며 만져보더니, "우와 프라다네'' 그러는거였다, 난 그 소리를 프라우다로 듣고 ''음 러시아산이야"(프라우다는 러시아 일간지 이름임)하고 대답하자 어쩐지 분위기가 좀 썰렁해지는 거였다. 문제는 그 썰렁한 분위기조차 필자는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가끔씩 짝퉁 시장에 들를 때 혼자 생각하며 멋적은 웃음을 짓곤 한다.
짝퉁에 대해서는 한국도 사실 그리 자유스러울 수는 없는 나라일 게다. 아니 오히려 원조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머리를 쓰는 마케팅이라는 책에서 보면 짝퉁에 대해 한국은 패러디, 중국은 짝퉁 이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짝퉁의 진화라고나 해야 하나?
세계적인 짝퉁 공장이라는 오명을 듣는 중국, 우리는 이 땅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 가고 있다. 일반인인 우리 소시민들은 가짜와의 전쟁은 거리가 멀게만 느껴진다. 오히려 짝퉁이 없었다면 언제 내가 구찌 가방을 선물 할 수 있으며, 진품이 최소 천만원대 한다는 PATEK필립 시계를 차보겠는가? 남몰래 기쁨을 억누르며 내심 희열을 느끼곤 한적 이 어디 한 두번 이었겠는가??
슬픈 사실은 마음마저 자꾸 짝퉁이 되어간다는 현실이다. 너도 나도 짝퉁이다보니 자연스레 쫓아가는 양심의 짝퉁화, 현실적으로도 짝퉁 명품에서 벗어나야겠지만, 마음 또한 하루빨리 진정한 오리지널로 거듭 태어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