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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우리 언어 습관 이대로 좋은가

[2011-07-10, 00:15:58] 상하이저널
지난 토요일 시장에 갔다 생각하지 않았던 김치거리를 사는 바람에 짐이 많아졌다. 평소 쌩쌩 지나던 택시가 오늘따라 오지 않는다. 기다리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저 멀리서 빈 택시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미리부터 팔을 휘두르며 택시에 신호를 보내는데, 하필이면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섰다. 기사에게 다시 신호를 보내고 신호가 바뀌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는데 신호가 노란등으로 바뀌자 마자 앞에서 학생들이 툭 튀어 나오며 내가 기다리던 택시를 잡는다. ‘아~ 이런…’ 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택시가 그 학생들을 지나쳐 내 앞에 차를 세웠다.

내가 먼저 신호를 보낸 것을 보고 학생들을 지나쳐 내 앞에 차를 세운 것이다. 오래 기다리던 택시를 놓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었기에 기쁘게 차 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튀어나오며 택시를 잡았던 학생들이 “아이 XX, 어쩌구 저쩌구” 몽땅 욕설이다. 그것도 큰소리로, 게다가 한국어로 욕을 한다. 한국어로 하는 욕을 듣고 다시 돌아보니 3~4명의 남학생들이다. 차림새를 보니 중학생이나 많아야 고등학생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왜 욕하냐고 해야 하나, 알아듣는다고 해야 하나, 아님 모르는 척하고 그냥 가야 하나”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결국 그냥은 갈 수 없어 가장 가까이에서 욕을 하는 아이에게 “야, 내가 먼저 잡았거든”이라고 말을 하자 내 옆에 있던 학생은 ‘어?’하는 표정이다. 뒤에 있던 아이들은 택시를 타려던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뭐라 하는지 잘 안들렸나보다. “야, 뭐라고 하냐” 큰 소리로 묻는 소리가 들린다.
“먼저 잡았대”라는 대답을 하는 것을 들으며 짐을 차에 싣고, 도대체 어떤 아이들인지 얼굴이나 한번 더 봐야겠다고 돌아보니, 언제 가버렸는지 벌써 없다. ‘중국 사람인줄 알고 한국어로 맘껏 욕을 했는데, 한국인인 것 같으니까 모두 사라져버렸나보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기분이 착찹해졌다.

집에 와서 방금 전의 상황을 이야기 하자, 중국사람인줄 알고 그랬을 것이라며 차림새를 잘 입고 다니란다. 요즘 청소년이 욕을 잘한다고는 하나 한국인이면 욕을 알아들을까봐 욕을 하지 않고,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할 것 같은 중국인에게는 면전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올 수 있었을까, 곰곰히 생각하다 혹시 어른들의 그릇된 태도가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면 면전에서 욕을 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 준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가사일을 도와주는 보모나 기사가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면전에서 흉을 보는 어른들을 아이들은 보아왔을 것이고,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말들을 너무도 쉽게 하는 것을 아이들은 또 많이 보았을 것이다. 나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중국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중국 상하이에서 살고 있는 것이 기회다라고 말로만 떠들고, 중국의 이런 것은 싫고 적응이 안되고 등등 얼마나 많이 불평을 했는지 생각하니 욕하는 아이들만 나무랄 것이 아니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느 소가 일을 잘 하는지, 다른 소가 듣지 못하도록 귓속말로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면서도 면전에서 흉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적은 없었는지, 어른들이 먼저 반성해 볼 때인 것 같다.
▷김민선(msksh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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