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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대관원 답사에서 생긴 일

[2025-01-04, 08:30:00] 상하이저널

상하이대관원(上海大观园)으로 한 단체의 소풍을 위한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4명이 디디(滴滴)를 타고가도 왕복 400위안 정도 나와 경비 절약을 위해 지하철로 가기로 했다. 수다 떨며 가니 왕복 3~4시간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종점에서 내렸는데 한 명이 스마트폰이 없다고 다시 급하게 객차 내로 들어갔고 의자에 덩그러니 있는 폰을 들고 내리려는 순간 지하철 문이 닫혀버렸다. 폰을 찾은 다행스러움과 문이 닫혀 당황스러운 얼굴을 보고 있자니 우리 셋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종점이었기 때문에 5분 후 다시 돌아 나와 만났고, 오늘 정신을 바짝 차리자고 서로 다짐했다. 

대관원 안은 수리보수 하는 곳도 많았고 그 옆 호수 근처는 얼씬도 못하게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그럼에도 눈을 피해 살짝 들어가 봤는데 너무 예뻐 소풍을 오기로 하고 주위 갈만한 곳을 검색했다. 바로 길 건너에 민속촌이 있다고 지도에 떠서 가 보았는데 수풀은 우거지고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소수민족 전통 가옥들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백탑은 벼락을 맞았는지 기울어져 위험해 보였다. 아무튼 우린 다음을 기약하고 홍췐루 근처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2시간만에 도착해 즐겁게 식사하고 마지막 거울을 보려고 가방을 뒤지는 순간 난 머리가 멍해졌다. 하필 그날 귀중품을 그득 담은 내 파우치를 중간에 딱 한 번 간 화장실에 두고 온 것이었다. 어쩐지 언젠가부터 가방이 가볍게 느껴지더라니… 값나가는 스마트장비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일이 있을까 봐 특히 화장실 갈 때마다 그렇게 주의를 했건만, 그 순간 정신 못차린 내 자신이 정말 원망스러웠다. 전화를 바로 했으나 받는 이가 없었다.

그 늦은 시간에 다시 가서 확인해 봤으나, 역시나 경비원도 모른다고 하고 화장실에도 내 파우치는 보이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현금카드 정지도 시켜야 했고 이번 윈난성 다리(大理)에서 큰 맘 먹고 산 은젓가락, 내일 행사장에서 쓰려고 했던 약간의 화장품 등등 내 애장품들이 생각나며 가슴이 쓰렸다. 특히 늘 지니고 다녔던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 가장 아른거렸다. 내 분신과도 같은 거였는데, 가격도 가격이지만 잠잘 때 소음차단 귀마개 역할을 톡톡히 해줘 20여 년 만에 남편 코골이로 잠을 설치지 않아 너무 좋았고 비행기 전철 소음 차단도 완벽했는데. 하지만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을. 나는 얼른 포기하고 다음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은행카드의 돈은 위챗으로 이체하고, 이어폰은 내 스마트폰 위치 찾기 어플에서 사운드 재생과 사용자로부터 떨어지게 되면 알리기를 켬으로 설정, 분실로 표시 활성화를 하자 내 전화번호 입력 메시지가 떴다. 번호를 입력하자 내 이어폰을 쓰려고 누군가 시도하면 이 메시지가 뜬단다. 난 이 기능을 왜 지금에서야 알았을까. 일말의 기대가 생겼다. 누군가 나에게 전화가 올 것만 같았다. 어차피 습득한 그 누구도 이 제품을 쓸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저녁에 아들이 얘기를 듣더니 이어폰 덕분에 파우치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다음날 아침 애들이 탐정처럼 아이패드를 들고 대관원 화장실 주위를 뒤졌고 소리가 나는 근처 창고에서 찾아내 사진을 찍어 나에게 보냈다. 문은 잠겨 있었고 관리자가 내일 출근한다고 한다. 경비원은 애들이 직접 찾아낸 것에 놀라고 직원이 발견하고도 분실물 습득 신고를 안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면서 내일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단다. 기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이젠 도둑이나 소매치기도 물건들의 위치추적장치로 사라질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걍걍쉴래(lkseo70@q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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