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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K∙W∙G 마트에서 울다

[2023-07-10, 15:10:40] 상하이저널
<H마트에서 울다>라는 낯선 제목의 책은 우연히 내게 왔다. H마트는 한아름마트라는 상호다. 지은이는 미셀 자우너(Michelle Zauner), 밴드 뮤지션으로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이다. 아버지는 미국인,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25살 때 어머니가 췌장암에 걸린다. 투병과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과정을 자세히 솔직하게 적었다.


반은 나의 이야기이고, 반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미셀은 방학 때마다 한국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적 생활 방식과 사고를 경험한다. 미국에서 엄마와 같이 H마트에서 가서 한국 물건을 사고 떡볶이, 김밥 같은 한국음식을 먹으면서 성장한다. 미셀은 백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에서 태어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 혼란 속에서 H마트에 가서 엄마와 짬뽕, 군만두를 먹으면서 한국인의 감성과 입맛에 조금씩 익숙해진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미셀은 혼자 H마트에 가서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그리워한다. ant‘엄마가 없는 나는 한국인이기는 할까….’ 

참기름을 몇 cc 대신 고소한 맛이 날 때까지 넣으라는 아리송한 말로 설명하기 좋아하는 한국인. H마트는 단순히 물건과 음식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 가기 위해 1시간이 넘게 차를 운전해서라도 가고 싶은 한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치유하는 공간이다. 



해외에서 살면 한인마트는 꼭 필요하다. 상하이 홍췐루에는 K마트, G마트, W마트가 대표적 한인 마트이다. 산동성 취푸(曲阜)에 살았을 때 제일 가까운 한인마트는 칭다오(青岛)에 있었다. 차로 5시간. 그래도 칭다오에 가서 한인마트 들려서 한국 식자재와 물건을 사서 이고지고 오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그리움과 외로움에 대한 치유와 보상이었겠지. 

라면, 참치캔 같은 식품, 청정원 고추장, 간장, 된장 같은 양념도 산다. 한인마트에서 음식과 반찬도 같이 만들어서 판다. 미셀 자우너는 한인마트에 쌓여있는 과자, 식품코너에서 만들어 파는 떡볶이, 김밥에서 나는 참기름 냄새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느낀다고 했다. 

꽁꽁 언 냉동이지만 어묵도 사고 떡과 김밥도 사 먹고 겨울이면 붕어빵도 먹을 수 있다. MSG 듬뿍 들어간 빨간 떡볶이 국물은 정기적으로 섭취해야 하는 영양제 같고 참기름 발라 돌돌 만 까만 김밥 안의 인공 색소로 물들인 노란 단무지는 비타민처럼 상큼한 신맛이다. 한국보다는 비싸지만 웬만한 물건을 다 구해주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이다. 
 
 
 
미셀에게 H마트가 추억과 그리움의 공간이었다면 상하이에서 징팅다샤(井亭大夏)가 그런 느낌이 든다. 이 건물에 상하이 희망도서관도 있고 북코리아 서점도 있다. 상하이에서 성장하는 우리 아이들은 징팅다샤에 있는 마트를 가고 학원과 도서관을 가고 도도원 짬뽕과 부산어묵 떡볶이와 튀김을 먹으면서 조금씩 추억과 그리움을 만든다.  

나중에 상하이의 한인마트와 갤러리아라고 부르던 징팅다샤를 생각하면 그리움과 추억에 젖을 것이다. 해외 사는 우리는 한인마트에 가서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지불하고 빨간 고추장 가득 들어간 떡볶이와 고소한 냄새 폴폴 나는 김밥으로 보상받는다.

나도, 여기 사는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 상하이를 떠나면 한인마트가 필요 없어질 것이다. 나중에 K, G, W마트에서 누군가와 함께 했던 시간과 추억을 떠올리면서 눈물 지을까? 미소 지을까?  
제갈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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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를 기록한 <안나의 일기>, 봉쇄 해제 후 코로나 종식까지 과정을 기록한 <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지금은 상하이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다. -blog.naver.com/na173515 -brunch.co.kr/magazine/apures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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