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아줌마 이야기] 귀국선물

[2009-01-24, 02:06:09] 상하이저널
해마다 설이 다가오면 ‘올해는 아무것도 사가지 말아야지’하면서도 귀국할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 주변의 아는 이들을 따라 이곳 저곳을 다니게 되고, 그러다가, ‘그래도 사 가는게 낫겠지, 맘 편하겠지’하는 생각에 하나 둘씩 사게 된다. 이렇게 해서 장만하게 된 물건들이, 짐을 챙기다 보면 제법 된다.

최근 경기의 침체 속에서, 지갑에서 선뜻 돈 꺼내 쓰기가 사뭇 망설여지긴 하지만, 설에 오랜만에 만나는 어른들, 친지들 시누이, 올케 얼굴을 맨손으로 만나보기가 낯간지럽고, 죄송스럽기도 하여 하나 둘 마련하게 되는 것.

처음 중국에 왔을 땐, 중국물건은 싸구려라 잘 쳐다보지도 않는다 싶어 별로 사다 주지도 않았었다. 그러다 우연히 소주에 놀러 갔다가 실크스카프를 싸게 구입할 기회가 있어 사두었다가 명절 때 귀국하는 길에 가져갔더니, 우리 어머님 말씀,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 없다. 뭐든지 주면 고마운 거다”하시며 오는 친지들에게 우리며느리가 사온 거라며 생색내시며, 그래도 이게 실크스카프라며 선물로 주시는 것이었다.

싸구려라고, 질이 떨어진다고, 별 좋아하질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공짜로 얻는 거라 그랬는지, 아님 정말 이 며느리의 정성이 고마워서인진 몰라도 무척이나 기뻐들 하시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귀국 할 때면 맨손으로 가기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물건 값이 한국보다 좀더 저렴하다는 걸 알고 있는 터라 안 사가지고 가기도 그렇고 해서 다 챙겨서 사기 시작하다 보니 맘에 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이 많아 갈수록 경제적인 부담도 심리적인 부담도 늘어나 버렸다.

처음엔 스카프, 넥타이, 깨, 나무젓가락세트, 가방, 지갑, 시계, 진주 그러다가 수정방술 그리고 중국에서 90%이상이나 생산된다는 캐시미어, 밍크숄 등등. 그 동안 사 다준 물건들이 생각해보니 각양각색 참 많기도 하다. 올해 사가지고 가는 물건도 이전과 별다르진 않지만,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뭔가 덜 준비한 것 같고, 빠진 사람이 있는 것도 같고, 맘에 안 들어 할 까봐 조금은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내 돈 쓰고 이렇듯 맘이 영 편하지 않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선물 사는데 쓸데없이 돈 낭비했다고 어른들께 작은 핀잔이라도 들을 까봐 조심스럽다. 선물을 준비 안하기도 그렇고, 하자니 어느 정도 선에서 뭘 해주는 게 최선일까 고민하다 이것저것 사게 된 것들.

귀국 가방 속에 하나 둘 챙겨 넣으면서도 올해는 유달리 맘이 더 무거워진다. 내 소지품의 무게보다도, 뭔가를 선물해야 한다는 마음의 무게가 왜 이렇게 크게만 느껴지는 걸까? 다음에 귀국할 땐 이러한 맘의 짐을 벗어 버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환율변동으로 중국돈 가치가 오르면서 피부로 다가오는 물가지수는 더 높게만 느껴진다. 귀국선물로 이것 저것 마련해가기도 부담스럽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이 구입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다 선물해주기가 조금은 힘겨워진다.

다음에 귀국할 때는 내 가방의 무게가 틀림없이 훨씬 더 가벼워져 있을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 생필품으로 가득한 가방의 무게가 자꾸 커져만 가지 아닐까 싶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독자투고]아웃사이더를 읽고 상하이 청소년 문제를 생각하다 2009.01.24
    아웃사이더는 S.E.힌턴이라는 여류작가가 지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그녀 자신의 학교환경을 토대로 써 내린 글이다. 이 소설의 내용은 '그리져'라는 폭주족과 '소..
  • [아줌마 이야기] 어머니! 加油! 2009.01.18
    나이 탓 인지 아니면 요즘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연말 연시의 감동이나 기대 들이 줄어드는 건 나만의 문제문제 아닌 것 같다. 가뜩이나 추 운 날씨에 각종 매스컴에..
  • [독자투고]미네르바의 구속을 보며 2009.01.18
    미네르바가 구속된 후 관련된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터넷 경제 대통령이라던 미네르바의 글을 읽으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라고 말하면서도 ‘그가..
  • [독자투고]상하이에서의 1주일 2009.01.18
    상하이 하늘을 바라본 지 일주일 되는 아침이다. 도착한 날, 살림살이를 장만하러 집 밖으로 나왔을 때가 생각난다. 날씨는 흐렸고, 사람들은 횡단보도의 규칙을 어기..
  • [아저씨 이야기] 2009년 기축년을 열며 2009.01.13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무언가를 기다리게 하는 새해가 열렸다. 새해라지만, 작년 가을부터 불어 닥친 세계 경제의 위축으로 말미암아 새해라는 기분을 전혀 느끼지 못..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중산산 농부산천 회장, 8조 들여 대..
  2. 中 디지털 제품 ‘15%’ 국가 보조..
  3. 화웨이·텐센트·아마존 등 줄줄이 '딥..
  4. 스타벅스, 中 매출 1% 성장…동일..
  5. 전 세계 홀린 딥시크, 2억 연봉 제..
  6. ‘大S’ 서희원 사인, 폐렴 아닌 ‘..

경제

  1. 중산산 농부산천 회장, 8조 들여 대..
  2. 中 디지털 제품 ‘15%’ 국가 보조..
  3. 화웨이·텐센트·아마존 등 줄줄이 '딥..
  4. 스타벅스, 中 매출 1% 성장…동일..
  5. 전 세계 홀린 딥시크, 2억 연봉 제..

사회

문화

  1. 을사년, 상하이 춘절 등불축제 다 모..
  2. [책읽는 상하이 268] 자기 앞의..
  3. [책읽는 상하이 269] 자기 앞의..
  4. ‘大S’ 서희원 사인, 폐렴 아닌 ‘..

오피니언

  1. [상하이의 사랑법 21] 작가의 사랑..
  2. [허스토리 in 상하이] ‘이상한 힘..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