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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다롱이 사랑

[2012-04-23, 17:34:55] 상하이저널
7여 년 전, 애들 아빠가 개 한 마리를 사가지고 왔었다. 일명, 맹인견으로 유명한 레브라토종이다. 애완견을 키워본 적이 없는 나를 배려한다면서 영리하고 순하다며 사온 개가 덩치가 상당했었다. 도저히 태어난 지 2개월 밖에 안되었다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쨌든 이 개는 ‘다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거실에는 덩치에 걸맞은 커다란 개집이 자리잡게 되었다. 아직 대소변도 못가리는 어린애였었다. 애들이 사달라고 한다고, 잘 키우겠다는 말만 듣고, 나한텐 한마디 상의없이 덜컥 일을 저지른 것이다. 다롱이 이뻐하는 건 애들 몫, 대소변 치우는 것은 내 몫이 되어버렸다. 설사를 해서 병원에 데려가는 것도, 밤새 낑낑거리면 잠 못이루는 것도 모두 나 혼자 해야 할 몫이 되었다.

그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작은 아이는 이 다롱이를 무척 좋아했었다. 혀로 핥아주고, 벌렁 드러누워 애교떠는 모습에 덩달아 기뻐했었다. 하지만 애완견을 키워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웃에 살던 친구가 우리 집에 개가 생겼다는 말에 잘 키워보라고 미숙한 나를 격려하느라 직접 신문지를 말아 훈련시키는 법을 시범 보여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도저히 내가 감당하기엔 일단, 다롱이가 너무 컸고, 대소변은 도저히 가려지지가 않고, 애들은 하루 종일 나가있고, 그 당시 우리 집의 아이(아줌마)조차도 그다지 개를 좋아하지 않아 할 수없이 회사직원에게 부탁해서 대소변이라도 가리게 해서 다시 생각해보기로 하고 이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애들한테는 ‘그 아저씨가 잘 키우고 있겠지’ 애써 말해주고 있었지만, 알고 있었으리라 다시는 보지 못할거라는 것을….

얼마 전, 작은아이가 ‘가장 슬펐던 일’이라는 주제로 작문을 한적이 있었다. 난, 정말 놀랐다, 이 아이는 아직도 그 레브라토, 그 개를, 그 다롱이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 글을 본 순간, 내 심장이 잠깐 멎는 듯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참아 볼걸 그랬나 미안한 맘이 들었다. 그 개의 순하디 순한 눈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핑계대지마!’ 하겠지만, 그 당시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 힘들었었다. 잠시나마 한 가족이었기에 나도 가슴 한 구석이 영 편하진 않았다.

이웃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애완견을 갖게 되면서 아이들이 자주 “엄마, 우리도 한마리 사~장~.” 자꾸 내 귀를 귀찮게 하고 있다. “안돼, 안돼! 자신없어! 니네들 시집, 장가가서 키워!’ 마음 속으론 살짝 ‘그래 볼까?’ 갈등이 되긴 하지만, 아직은 정말 자신이 없다. 대소변 훈련 시킬 것도, 맘껏 안아줘야 하는 것도, 이런 저런 것들 정말 자신 없다. 나중에 나중에~ 너희들이 예쁘게 키우게 되면, 그땐 나도 “아이, 이뻐라!”하며 절로 쓰다듬어줄 수 있겠지.

어젠, 초코네에 놀러갔다. 이 초코는 이웃 친구가 기르는 애완견 푸들의 이름이다. 예쁘게 벌(bee) 모양의 날개가 달린, 노랗고 까만 줄무늬 옷을 입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양새가 여간 귀엽지 않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초코를 쓰다듬게 되었다. 두 발로 걸어 다니기도 했다. “우리 초코가 말을 할거 같아요. 엄~마! 라고. 정말! 그러면 어쩌죠?” 걱정(?)하더니, 내 두 눈으로 지켜보니 정말 초코는 이미 이 친구네의 한가족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아직은 준비가 안된지라 이런 내 맘이 들킬까봐 애들한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런 내 맘을 알면, 당장에라도 애완샵에 가자고 내 몸을 잡아 끌 것만 같아서….

오늘도 아침에 운동가는 길에, 어김없이 초코엄마와 짱이엄마는 자식자랑에 열을 토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우리들도 휴대폰에 찍힌 초코와 짱이의 사진을 돌려가며 들어다 본다. 대놓고 하는 자랑에도 밉지가 않다.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온다.

“엄마, 짱이도 2개월만에 대소변 다 가린다잖아요. 그 아줌마도 요즘에 짱이 사랑에 푹 빠져있다잖아요. 엄마도 친구 생겨 정신 건강에 좋을텐데….”

“그래, 그래, 너희들 말, 다~ 맞다.”

그러나 오늘도 난 유혹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다. 이쁜건 이쁜거고, 책임질 수 없는 건 함부로 덤벼서는 안돼. 아직은 “안돼! 안돼!”를 외쳐본다.

▷아침햇살(sha_be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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