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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가지 않은 길

[2015-03-17, 16:19:13] 상하이저널

가지 않은 길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대학 전공을 선택하며 원래 꿈꾸던 전공을 포기하고 다른 전공을 선택하면서 애송했던 시다. 천문학을 공부하고자 과학 과목도 화학과 지구과학을 택했건만 나는 결국 생명과학을 다루는 전공을 선택했다. 한참의 시간이 흘러 나의 선택을 반추해 볼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어디 전공 선택에서만 길을 선택했을까? 돌이켜 보니 인생의 순간순간이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갈래 길들을 선택하며 걸어온 길이었음을 보게 된다.


그렇게 27년의 세월이 흘러 단풍 든 숲 속의 한 길을 따라 올라 와 숲 좀 더 높은 곳에서 나의 걸어 온 길을 바라볼 날이 드디어 왔다. 내가 원래 가고자 했던 갈림길이 어디였는지 기억조차 아득하지만 아련한 그 때의 나의 열정과 패기가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이 저기쯤이겠구나 바라봐 진다. 길들이 굽이굽이 이어져 오는 동안 참 많은 갈림길들이 있었다 싶게 숲 여기저기에 길이 보인다.

 

잠시 쉬어 가는 이도 보이고, 부지런히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이도 보이고 편평한 길을 따라 산책하는 이도 보이고, 한 없이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르는 이도 보인다. 나의 걸어 온 길에도 직장을 선택할 때, 남편을 만나 결혼을 결정할 때, 남편을 따라 중국에 거주하기 시작할 때, 아이들 학교를 선택하던 모든 지나 온 시간들이 길 위에 그대로 남아 있다. 때론 저 길로 갈 걸, 그 길로 갔으면 어땠을까? 후회도 하며 부지런히 내가 걸어갈 그 길을 걷는다.


큰 아이가 자라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따라 전공 선택을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 아이도 단풍 든 숲 속의 두 갈래 길에서 지금 고민하고 있으리라. 아이에게 말해 주어야겠다. 어느 길이든 최선을 다 한 가운데 갈래 길 어느 길을 선택하든 단풍 든 숲 속을 걸어가는 두 길은 충분히 아름답노라고. 전제 조건이 붙긴 하지만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그 길을 걸어갈 자격이 충분하다고.

 

숲 속의 길을 가면서 주변을 살펴 볼 여유가 없겠지만 그 길이 아름답다면 아름다움을 즐기고 누릴 줄 알며, 그 길이 험하다면 좀 더 용기를 내며 힘을 내어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해 본다. 가다가 그 길에 잠시 합류할 좋은 동무를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내가 걸어 온 숲 속 작은 길과 가지 못한 여러 갈래 길에 미소를 보내며, 나의 아이들이 숲 속 갈래 길에서 숲에 들어서는 것을 바라본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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