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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중국에서 자전거란

[2015-05-15, 09:20:39] 상하이저널

 

18년 전, 결혼 2주 만에 새댁으로 베이징에 발을 내딛었다. 베이징에서 국비유학생으로 먼저 와 있던 우리 부부의 후배가 결혼 선물로 중고 자전거를 선물했다. 바로 가난한 국비유학생 후배의 자전거가 내 인생 처음 타기 시작한 자전거가 되었다. 뒤에서 남편이 잡아 주고 자전거를 배운지 한 시간 만에 바로 도로 주행에 나섰다. 자전거 도로가 발달된 중국이지만 왕초보 운전자였던 10분 남짓의 초보 자전거 주행이 내겐 몇 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자전거가 처음이라 모든 자전거가 원래 그렇게 느린 줄 알았다. 초보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거북이처럼 움직이던 자전거, 그리 좋은 자전거는 아니라며 거듭 미안해하며 선물하던 후배의 말을 그 다음 자전거로 바꾸며 알았다. 지금은 교수가 된 그 후배를 만날 때면 늘 회자되는 에피소드가 되었다.

 

큰 아이가 돌이 지날 무렵 자전거 뒷좌석에 어린이용 의자를 설치했다. 그 후로 쭉 아이 셋을 다 키울 때까지 아이를 뒤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 주고 함께 시장을 가기도 하고 가까운 공원을 가기도 하고, 놀이터를 가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타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는 자전거를 아이를 태울 수 있을 만큼 경력을 쌓을 때쯤 태우며 얼마나 흥분했던지….

둘째는 뒷좌석 의자에 태우고 이제 세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큰 아이 옆에서 나란히 보조를 맞춰 자전거를 탔다. 둘째는 둘째대로 신났고 뒷좌석을 졸업하고 어엿이 자기 자전거를 갖게 된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신났다. 앨범 속에 그 행복한 순간이 찍힌 사진을 볼 때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다 자전거를 도둑 맞았다. 자전거를 유난히 좋아하고 운송 수단으로 여기는 아내 때문에 분실 후 자전거를 고를 때 남편은 고민을 많이 했다. 비싸 보이지 않으면서 눈에 띄지 않으면서 안전한 자전거, 또 분실해서 속상해 하지 않도록 조금은 낡아 보이는 그런 자전거를 구매하는 노하우도 습득했다. 뿐이랴 자꾸 열쇠를 잃어 버려 줄톱으로 열쇠를 끊은 적도 세어 보니 여러 번이다. 햇수가 늘어나며 체인 빠지는 것쯤은 혼자서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 타이어에 펑크가 나 놀래 달려갔더니 수리공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게 겉에서 쏙 빼어낸 속타이어를 통째로 갈지 않고 물 속에 집어 넣어 구멍 난 부분만 찾아 내어 고무 조각을 잘라 메꿔 다시 넣어 주고는 5위안만 받으셨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인지 대도시에 산 지 오래 되었음에도 자동차를 여전히 싫어한다. 원래 체질이 멀미를 잘 하기도 하거니와 매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마는 유난히도 자동차에서 나는 냄새들을 싫어한 것이 중국에 와서 타기 시작한 자전거에 열광한 나의 첫 번째 이유다. 첫 번째 이유로 시작한 자전거는 누가 처음 발명했는지 참 신기하다. 배기 가스 하나 없이 나를 목적지에 상쾌함과 건강까지 함께 하며 데려다 준다. 최근에 상해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말이나 휴일이면 자전거 동호회인 듯한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전거 타는 걸 즐기시는 모습을 본다. 매일 주부로, 엄마로 살며 그 기분을 느낀다. 더불어 내가 건강해지고, 지구가 건강해질 것 같은 착각도 함께….

 

자동차가 늘고, 전동차가 늘어 자전거를 타는 것이 예전만큼 쾌적한 중국이 아니게 되었다. 도로에서 자전거보다 전동차나 오토바이를 더 많이 보게 되고 자전거 타는 것이 녹록치 않다. 18년의 자전거 경력에도 비가 오는 날은 자전거를 타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예전에는 중국 자전거 우비가 신기해 빗속에서도 우비를 입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한국에서 자전거 타는 걸 즐기는 친정 엄마에게도 선물했더니 좋아하기도 하셨는데 이제는 집에 아예 우비가 없다.

 

지금도 자전거를 즐겨 탄다. 홍췐루에 거주한 지 10여 년을 넘어서며 자전거는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자전거의 반경에 모든 필요 시설이 다 있다. 더구나 교통지옥이 된 상하이의 도로에서 자전거는 때론 자동차보다 더 날렵하게 움직일 때가 있다. 계절의 여왕 5월 하늘 아래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기르는 기니피그 사료를 사고, 꽃시장에서 누에 줄 뽕잎을 사고 통양 시장 문구점에서 아이들이 말한 문방구를 사고 돌아 오며 오월 햇볕을 맘껏 누렸다. 나의 중국에서 만난 자전거란 친구랑 함께….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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