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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6월을 맞으며

[2015-06-04, 09:27:43] 상하이저널


누구에겐 행복했고 또 누구에겐 힘들었을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갔다. 어린이날과 내 생일이 있고 그저 빨간 꽃 한 송이 가슴에 달아드리면 행복한 미소 지으시는 부모님이 계신 5월을 기다리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결혼하고 해가 가면서 ‘명절이나 기념일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커가는 모습에 또 다른 기쁨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결혼하지 않으면 아직 어린이라며 이제 난 어린이 아니라며 싫다던 내게 결혼 전 까지 선물 챙겨 주신 것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뭔가를 주시고 싶으신 부모님 마음이었다는 것을 자녀를 기르면서 알게 되었다.


올해 결혼 25주년.
‘돌이켜 보면 참 많은 변화가 나에게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른 결혼이 아님에도 조부모님 외조부모님 그리고 부모 형제 의 축복 속에서 시작했는데, 딸 하나 마냥 그렇게 웃고 철없이 고집부리며(?) 살 줄 알았는데, 지금 내 곁에서 모두가 떠나가셨다. 얼마 전 홀로 계신 아버지마저 보내드리고 돌아보니 지나간 시간 속에서 밀려오는 외로움이 순간순간 나를 짓누르기도 하고 변해버린 현실이 믿겨지지 않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함께 지내지는 않지만 같은 하늘아래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내게 큰 비빌 언덕이었는데…. 지난 어버이날 한국의 시부모님께 용돈 보내드리며 남편에게 "당신은 신경 쓸 처갓집 없어서 좋겠수”하며 괜한 미운 소리를 한 것은 가슴속 깊은 곳에 부러움에 앞서 그리움과 외로움이 몸서리쳐지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인 듯 하다.


"엄마, 죄송해요. 엄마가 늘 웃어서 그냥 잘 지내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가족과 이별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건 나이와 상관없는데 엄마 마음을 가까이 있으면서 헤아리지 못했네요."


요즘 턱밑에 까지 차올라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아들의 말에 왈칵 눈물이 쏟아지며 한 켠으로 부족한 엄마의 미안한 마음과 함께 언제나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어느새 친구 같은 아들이 되어서 나에게 위로를 하고 있는 성숙하게 장성한 아들을 보았다.


그러면서 난 한 세대가 지나가면 또 다음 세대가 온다는 인생의 진리와 아프면서 성숙해가며 그 속에서 삶의 지혜가 생겨 함께 살아가야 하고 이제 나도 흐르는 세월 속에서 어느새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집안의 어른의 위치에 있다는 것과 더불어 다시 한번 변화된 내 삶을 볼 수 있게 깨우쳐 주었다.


6월이 시작됐다.
"사는 게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줄 알았네."
이채 시인의 ' 6월에 꿈꾸는 사람'의 싯구절처럼 봄은 늦었지만 여름은 이른 6 월 같은 사람이 나 이기를 기대해본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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