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메뉴

상하이방은 상하이 최대의 한인 포털사이트입니다.

[독자투고] 만남, 이별 그리고 또 만남

[2015-06-11, 16:19:58]
5년 전 여름, 푸동공항이었다. 배고프다는 아이의 말에 편의점에 들러 간식을 사들고 나왔다. 그런데 아이가 온데 간데 보이질 않았다. 방금 전 한국으로 떠나는 외할머니에게 씩씩하게 인사하고 돌아선 뒤 “엄마, 우리 뭐할까? 이층버스 타러 갈까”라며 유쾌하게 말했던 아이였다. 염려와 달리 외할머니와 태연하게 작별인사를 나눴던 터라 안심했는데…
 
한참을 두리번 거리고 보니, 아이가 편의점 문 뒤에 숨어 있다. 다가가 보니 아이는 눈과 코가 시뻘개 지도록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외할머니와의 이별 앞에 태연한 척 하더니… 아이는 불과 다섯 살에 불과한데 이별 앞에 눈물을보여선 안되는 불문율
을 벌써 알아버린 걸까? 숨어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심장 가운데서 치솟아 오른 무언가 목울대를 건드리더니 두 눈으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두 모자는 그렇게 공항 로비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의 장소는 공항”이라더니… 그 말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손자 사랑이 지극한 외할머니는 아이의 여름방학에 중국에 오셔서 한 달을 머물다 가셨다. 한달 동안 아이는 외할머니 품에서 책을 읽고, 잠이 들고, 외할머니 손을 잡고 이곳 저곳을 놀러 다니고, 세상 거칠 것 없이 마음껏 까불고, 장난치고… 마치 세상이 제 것인 양 그렇게 지냈다.
 
엄마는 손자와의 헤어짐을 며칠 전부터 염려한 터라, 공항 입국장에서 서둘러 들어가셨다. 곁에서 한량없는 사랑을 주던 이의 떠남이 가져다 주는 당혹함을 다섯 살 사내아이는 어떻게 감당해야할 줄 몰라했다.
 
아이를 겨우 달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빈 집, 외할머니가 빠져나간 썰물의 자리가 쓰나미급 공허함으로 멀어 닥친 것이다. 급기야 아이는 바닥에 엎드려 대성통곡을 하고 말았다. 한국에 돌아간 엄마 또한 지독한 ‘후유증’을 앓으셨다. 엄마는 “아무리 보고 싶어도 중국에 다시는 못가겠다” 하셨다.
 
그 후 네 번의 여름방학을 거치면서 4번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회자정리’의 법칙을 깨우쳐 가는 지,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에 자못 의연해져 갔다. 또 다시 여름방학, 다섯 번째 만남과 이별을 하게 되겠지만 이제 큰 두려움은 없다. 중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지도 제법 세월이 쌓여 가지만, 일 년에 한번은 꼭 나의 뿌리에 충분한 영양분과 빛을 흡수할 수 있는 토양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또 일년을 버텨가는 힘을 얻어오는 것이다. 한량없는 사랑을 바탕으로 한 그 힘은 나에게로, 아이에게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다.
 
그리고 또 이런 생각을 한다.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별과정을 거치고 온 것이지, 우리는 어쩌면 ‘이별 뒤의 만남’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르지, 이 만남을 보다 소중하고 맑은 인연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가 될 런지도 모르지…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플러스광고

[관련기사]

전체의견 수 0

댓글 등록 폼

비밀로 하기

등록
  • [아줌마이야기] 6월을 맞으며 2015.06.04
    누구에겐 행복했고 또 누구에겐 힘들었을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갔다. 어린이날과 내 생일이 있고 그저 빨간 꽃 한 송이 가슴에 달아드리면 행복한 미소 지으시는 부모..
  • 상하이 조선족 어린이 운동회 열려 hot 2015.05.28
    독자투고“우리가 미래의 주인”제4회 상하이 조선족 어린이 운동회 열려 지난 24일 복단구시연수학원조선어반(화동조선족주말학교 전신) 설립 4주년 기념 ‘제4회 상하..
  • [아줌마이야기] 우생마사(牛生馬死)의 지혜 2015.05.19
    얼마 전,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우리 부모님 세대의 어르신들이 얼마나 많은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고통을 받으셨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 [아줌마이야기] 중국에서 자전거란 2015.05.15
      18년 전, 결혼 2주 만에 새댁으로 베이징에 발을 내딛었다. 베이징에서 국비유학생으로 먼저 와 있던 우리 부부의 후배가 결혼 선물로 중고 자전거를..
  • [미학강연] 상하이를 그리며 2015.05.07
    상하이는 아름다운 곳일까. 사람들의 창작품인 도시는 사람을 닮아있다. 따라서 모든 도시는 고유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지니고 있고 돌아보면 그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1. 특례입시, 내년부터 자소서 부활한다
  2.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3.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4. 13호 태풍 버빙카 상륙...허마,..
  5.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6.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7.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8.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9.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10.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경제

  1. 중국 500대 기업 공개, 민영기업..
  2. CATL, 이춘 리튬공장 가동 중단…..
  3. 위챗페이, 외국인 해외카드 결제 수수..
  4. 중추절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익 3억..
  5. 中 자동차 ‘이구환신’ 정책, 업계..
  6. 화웨이, ‘380만원’ 트리폴드폰 출..

사회

  1. 上海 14호 태풍 ‘풀라산’도 영향권..
  2. 13호 태풍 버빙카 상륙...허마,..
  3. 14호 태풍 ‘풀라산’ 19일 밤 저..
  4. 빅데이터로 본 올해 중추절 가장 인기..
  5. 中 선전서 피습당한 일본 초등생 결국..
  6. 상하이, 호우 경보 ‘오렌지색’으로..

문화

  1. 제35회 상하이여행절, 개막식 퍼레이..
  2. 제1회 ‘상하이 국제 빛과 그림자 축..
  3. 中 축구협회 “손준호, 영구제명 징계..
  4. [책읽는 상하이 253] 너무나 많은..
  5. [책읽는 상하이 252] 뭐든 다 배..

오피니언

  1. [허스토리 in 상하이] ‘열중쉬어’..
  2.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14] 뭐든지..
  3. [교육칼럼] ‘OLD TOEFL’과..
  4. [무역협회] 중국자동차기업의 영국진출..
  5. [신선영의 ‘상하이 주재원’] 상하이..

프리미엄광고

ad

플러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