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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나만의 첫 휴가

[2015-07-21, 14:25:36] 상하이저널
2015년이 시작되며 나는 7월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매년 여름방학마다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했었지만, 작년에는 나의 개인적인 일이 너무 바빠서 여행은커녕 한국에도 가지 못했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한국에서 두 달간 머물며 많은 일들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은행 업무를 비롯해 내년이면 고3이 되는 아들과도 함께 여행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한국에서 친가, 외가와 친척집 투어를 계획했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에 가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준비하며 설레었다. 제주도에는 아직까지 독신인 나의 친여동생이 살고 있어서 더욱 기대가 컸던 계획이었다.

그.러.나.

나의 야무진 계획은 메르스 사태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국에 다녀 온 학생은 2주간 학교를 등교할 수 없고, 가족 중에 한국에서 온 사람이 있는 학생은 학교에 자진 신고하여 보건실에서 체온 체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우리 집 아이들은 한국행을 포기했다.

지금은 메르스 종식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비행기 표를 비롯하여 모든 여행 일정을 결정해야만 했던 6월에는 메르스의 공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오랜 시간 여행을 꿈꾸며, 이것저것 준비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웠던 시간도 무색하게 우리 가족의 한국행은 무산되었다.

친정 동생도 아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나와 3살 차이가 나는 동생과는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가면서부터 얼굴을 볼 기회가 자주 없었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자매들이 그렇듯이 꼭 붙어 다니며 모든 일을 같이 했었는데 말이다. 이번 기회에 자매끼리의 제주도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결혼 후 아이들을 떼어 놓고 어딘가를 가는 것이 처음인 나도 긴장되었지만, 아이들이 방학이라 24시간을 함께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남편은 떨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오기로 했다. 결혼 후 처음 얻은 나만의 휴가인 셈이다. 혼자 고생할 남편을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인 만큼 즐거운 여행을 보내리라 다짐하며 제주도로 날아갔다.

짧다면 짧고, 길다 하면 긴 4박 5일!

동생이 준비한 일정에 따라 우리는 정말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온몸으로 제주도를 느꼈다. 제주도가 왜 삼다도, 삼무도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돌, 바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 불리고, 도적, 거지, 대문이 없어 삼무도라 불린다는 말이 정말 실감나게 느껴졌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고,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마저 자연과 어쩜 그리도 잘 어울리는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름다운 풍경에 더하여 우리 자매들만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제주도민인 동생입장에서는 4박5일이 짧은 일정이라 느꼈는지, 우리의 여행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강행군이었다. 제주도에서 이곳만은 꼭 봐야 한다며 엄선한 여행지와 맛집!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을 준비한 동생이 대단해 보였고, 언니를 위해 얼마나 많이 준비하고 애썼는지 알 수 있어 너무나 고마웠다.

꿈만 같았던 제주도에서의 4박 5일!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다’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처럼 용기를 내어 또 다른 여행을 꿈꾸어 본다.

▷산호수(samsim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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