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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선택

[2015-09-02, 08:22:34] 상하이저널


아침에 일어나 부엌바닥에 무언가 까만 것들이 떨어져 있어 유심히 보니 쥐의 배설물이다. 갑자기 처음 중국에 와 비에수(别墅)에 살면서 세탁기 배수호수로, 변기로 쥐들이 들어와 한바탕 쥐잡기 소동을 벌렸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소름이 돋았다.

 

싱크대 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배수구 옆으로 쥐구멍이 나있다. 서둘러 타일과 돌로 구멍을 막고 주위를 깨끗이 닦고 청소를 했다. 그런데 안심이다 생각한 것이 무색하게 이번엔 씽크대 안 벽쪽으로 구멍을 뚫었다. 난 또 서둘러 튼튼한 판을 대고 구멍을 막았다. 하지만 이녀석들 집요하게 밤이면 시끄럽게 구멍 뚫는 공사를 멈추지 않는다. 이제 싱크대 안 벽은 누덕누덕 쥐구멍공사의 흔적이 가관이다.


쥐는 뚫고 나는 막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 계속되자 어느 날 남편이 찍찍이 쥐덫을 사가지고 왔다. 이제 아예 부엌으로 커다랗게 뚫어 놓은 쥐구멍 앞에 쥐덫을 턱 펼쳐 놓았다. 며칠을 아무 소리가 없더니 하루는 오후에 저녁준비를 하려고 부엌으로 들어섰는데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커다랗고 시커먼 쥐 한 마리가 쥐덫에 붙어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에 온 식구가 나오고 야단법석 그날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다. 그 후로 그 쥐구멍으로 몇 마리를 더 잡았고 쥐와의 전쟁은 끝나는 듯 했다.


자기들 간에 무시무시한 사건의 연락망이 돌았는지 밤마다 싱크대 저 속에서 들리던 소리는 잠잠해 졌고 이제 안심을 놓을 때쯤 우리 집에 갑자기 개미떼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아이고 갈수록 태산 이라더니 이것도 만만치 않게 성가스럽다. 개미군단은 시도 때도 없이 집안을 행보한다.


그때 아들이  '엄마, 쥐가 있을 땐 개미나 바퀴가 없지만 쥐가 없으니 개미가 있는 거에요"한다. 믿거나 말거나 처음 들어 보는 소리지만 아무튼 우리 집에 쥐가 사라지고 개미들이 판을 치기 시작하니 조그만 과자 부스러기만 떨어져도 새까맣게 몰려오고 부엌에도 개미들이 줄지어 다니니 정신이 하나 없다.


이렇게 며칠이 지나니 아이들이 차라리 쥐가 낫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더니 급기야는 쥐를 한 마리 기르자는 어처구니 없는 우스갯소리까지 하게 됐다. 쥐는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그런 소리가 나오겠지만 아무튼 그리고 계속해서 이 불청객들로 우리는 분분했다.


이제는 밤이면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늦여름 그날도 우리 식구는 모여 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쥐냐 개미냐 어떤걸 선택하면 좋겠냐는 말도 안되는 허튼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모두들 서둘러 개미 퇴치제를 준비해야 한다고. 그런데 정말 그들은 그런 관계가 있는 걸까?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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