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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나’라는 브랜드

[2019-09-06, 14:42:47] 상하이저널
“모든 것은 주님께서 하시고, 나는 박찬호나 김연아 선수처럼 나의 브랜드만 가지면 된다.” 

상하이 한인공동체 교사 연수에서 하신 신부님의 말씀이셨다. 설마 박찬호나 김연아 선수같이 세계적인 존재감은 아니더라도 ‘내가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독특함은 무엇이 있을까?’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다. 인간적인 욕심으로 분주하던 삶이었다. 교리 교사도 준비한 지식을 온전히 부어주려 더 열심히 하려고만 했지, 나 자신의 색깔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돌아보니 나는 종교 및 봉사단체에서 10년이 넘게 참여해 간부를 두루 거쳐 리더까지 꾸준하게 활동했었다. 독서 모임에서도 6년이 넘게 몸 담고 있다. 독서와 나눔, 교육 관련 동영상 강의 시청을 하며 여러 분야의 책을 선정해 읽고 서로의 생각과 고민, 깨달음 등을 공유해오고 있다.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 흔들리는 것을 받아들이며 아이들과 같이 풍성하게 성장해 가려 하고 있다.      

오래 전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그림동화 작가가 되고 싶었었다. 문화 교육 센터에서 조금 배우기도 했지만, 상하이로 와서는 모든 계획이 정지됐다. 원래 상하이 발령은 3년을 바라보고 왔지만, 와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국면들에 부딪혔다. 회사가 철수하며 하던 일들을 떠맡아 사업을 시작하게 되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그것은 남편이 바라던 큰 그림이었을까?    

소심한 나는 긴축재정에 더욱 허리띠 졸라 취미 미술반이니 남들 다니는 중국어 어학원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고, 육아에 전념했다. 그 대신 갤러리, 다양한 박물관과 전시회 등을 찾아 다니며 빛의 도시 상하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엄청나게 큰 속옷의 주인을 상상하게 만드는 중국식 뀀 빨래막대나 밤낮 다른 정취를 지닌 수향 마을은 볼수록 매력 있었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날씨와 거리의 표정, 사람들의 옷차림, 거리의 냄새, 말투와 웃음, 기이한 줄서기와 오래된 거리의 남루함 등은 내 인상 창고에 가득히 저장됐다. 

작년부터 상하이 한인 어머니회에서 드로잉 강좌를 열어주어 기초부터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 바지런한 선생님은 일일이 피드백을 주시며, 미숙한 습작을 카페에 전시해주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하이에 교육센터가 없는 관계로 자기계발은 자신 몫이었다. 정말 가뭄에 단비처럼 문학가들 초청의 밤이 있었는데, 그 때 자신들의 글쓰기 소재나 방법, 경험담 등을 이야기해 주었다. 퇴근 무렵의 소란함이 스며들지 않은 하얀 갤러리에서 작품들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작가들의 정수를 받았던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올해는 글쓰기 특강도 있어서 정말 실제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노련하신 선생님의 피드백은 물론 같이 수강하신 분들과 교감하고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상하이를 건너올 때 글쓰기 책 한 권을 들고 와서 읽고, 습작해보며 자질 없음을 확인하곤 했었다. 자기가 원래 돼야 하는 것이 되는 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고 하지 않던가? 오래 묵은 꿈을 두고 한 걸음씩 걷고 있는 나는 언젠간 정말 좋은 열매를 맺을 것 같아 설렌다. 

나의 브랜드를 ‘꾸준한 걸음’이라 불러도 될는지 모르겠다. 이 걸음으로 구릉을 지나 협곡을 건너, 나만의 색깔과 향기를 담은 ‘나’라는 브랜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여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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