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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상하이 한인들의 운동회

[2024-11-16, 06:05:24] 상하이저널
며칠 전 상하이한인운동회에서 가져온 물건들로 테이블 위가 가득 찼다. 다 정리하고 나니 이런 즐거움도 또 하나의 추억으로 쌓이면서 지난 20여 년 간의 상하이 한인들의 각종 행사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이런 행사에 한인들로 북적북적하고 공연 구경하랴 애들 챙기랴 평소 구입하기 힘든 정성껏 만든 음식들 먹고 마시고 특가 판매하는 물건들 사느라 정신없어도 언제까지나 매년 계속될 것만 같았는데 제행무상이라고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 계속 짧아져만 가는 가을을 만끽하느라 여기저기 행사들이 많았다. 매번 행사에 손님으로 갔다가 올해는 나도 한 부스에서 캐셔 역할을 맡았다. 시시때때로 음식도 팔고 호객행위도 했다. 동지애로 뭉친 언니동생들과 수다도 떨며 돈도 벌고 그 돈으로 좋은 일도 한다 하니 참 보람있는 일이다.

우리 부스에서는 부침개 전류를 판매했다. 난 어깨염증으로 요즘 힘쓰는 일을 못한다고 얘기해서 사전 준비 단계에서 면제됐다. 전전날부터 언니들은 각종 채소를 사서 썰고 삶고 섞고 대갓집 명절 못지않게 모여서 시식 단계까지 마치고 나왔다고 했다. 정말 전우애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간들이 부럽지만 부럽지가 않았다. 나는 그런 일들을 한국에 있을 때 어릴 적부터 해와서 그런지 암튼 그랬다.

이젠 기름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나는 돈이나 받으라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다들 음식 준비하느라 행사장에서 끊임없이 부쳐내느라 힘들텐데 누구 하나 얼굴 찡그리는 사람 없었고 평소 사이가 안 좋았던 사람들조차 행사 분위기 때문인지 다들 반가워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만 만나는 친하지는 않지만 안면있는 사람들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알게 되는 것도 재밌었다. 예전 시골 장터가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우천으로 야외경기는 체육관에서 진행됐다. 중간에 한국학교 학생들의 사물놀이공연만 잠깐 봤는데 역시 젊고 힘찬 그 박자감이 너무 멋졌다. 우리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운동경기가 끝나고 경품행사가 있다고 들어오라고 여기저기서 불러댄다. 우린 특별한 물욕도 없다고 생각해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에게 양보하지 뭐… 설사 항공권, TV가 당첨된다 한들 가져가는 손이 미안할 것 같아 아예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부스를 다 정리하고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려고 하던 참에 관계자가 빨리 경품 참가하라고 계속 다그쳤다. 정말 마지 못해 들어가 번호표를 받았는데 얼마나 기업들이 후원을 많이 했는지 참가자 모두에게 일단 줄서서 차량용 공기 청정기 한세트를 나눠줬다. 그게 끝인가 했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번호를 불렀다. 누구는 안경쿠폰 누구는 식당쿠폰, 화장품 4단계 셋트 등등 나는 운좋게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정관장 홍삼석류청매실즙을 받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누가 우리가 물욕이 없다고 했던가. 평소엔 건강을 생각해 절대 내 돈 주고 안 사먹는 맛난 초코파이도 한상자씩 무료로 나눠 준다니 받으러 갔다가 다 나갔다고 아쉬워하다가 미리 받아온 친구가 몇 개 나눠주니 그것도 기쁘게 받아와 딸에게 주면서 좋아하는 내가 웃긴다. 

이렇게 운동회 때 요긴한 먹을 것을 박스로 저렴하게 많이 구입할 줄 모르고 미리 구입한 각종 건강 음식들과 제철 과일들 그 와중에 어려운 한국인이 너무 좋은 키위와 감을 박스로 판다고 해 좋은 마음으로 또 구입하고 아침에 그것들을 다 정리하고 보니 둘만 사는 우리집이 코로나 때 물건을 쌓아 놓았던 때처럼 그득그득 했다. 내가 이렇게 계획 없는 사람이었나 싶어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부침개 장사로 인건비는 고사하고 매출이 목표액의 반도 안됐지만 결과보다 과정과 경험이 좋았다. 누군가 이런 행사를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 수고로움으로 인해 해외에서의 한국인 공동체 의식과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이런 이벤트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걍걍쉴래(lkseo70@q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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